움직이는 조각, 모빌의 창시자로 전 세계 미술교과서에 ‘모빌의 창시자’로 소개된 미국 작가 알렉산더 칼더(1898∼1976)의 생애를 조망하는 작품들이 7월 18일 서울 한남동 삼성미술관 리움에 펼쳐졌다. 리움 개관 이후 10년 만에 다시 선을 보이는 칼더의 ‘거대한 주름’ 작품들도 다시 공개됐다. 할아버지와 아버지가 조각가이고 어머니가 화가인 예술가 집안에서 태어나 자연스럽게 예술적인 환경 속에서 자란 칼더는 어릴 적부터 미술에 소질을 보였지만 스티븐슨 공대에 진학했다. 1926년 파리에서 낡은 오브제를 철사로 연결해 만든 작은 모형들을 모아 미니어처 서커스인 ‘칼더 서커스’(1926∼1931)를 만들었다. 직접 공연을 구성하고 인형들을 움직여 지인들에게 선보인 그의 서커스 공연은 몬드리안과 미로, 뒤샹, 아르프 등 파리 예술계 인사들과 교류하는 계기를 마련했다. 그는 철사를 마치 붓 다루듯 자유자재로 다루며 지인과 유명인사, 동물의 모양을 만들었다. 인물의 특징, 움직임 등을 딱딱한 철사로 잘 표현해 주목을 받았다. 칼더는 동물조각도 여럿 남겼다. 일찍이 아홉 살의 나이에 구리판을 접어 새와 강아지를 만든 후 동물을 소재로 수많은 드로잉과 나무조각, 철사조각을 제작했다. 버려진 식료품 깡통으로 한 마리 아름다운 새를 만들어내는 등 천재적인 솜씨를 발휘하기도 했다. 그가 세상에 남긴 모빌, 스태빌 중에는 동물 형상을 추상적으로 옮긴 것이 다양하다. 이후 작가는 특유의 공학기술을 이용해 공공장소와 잘 어울리는 대형조각을 다수 제작했다.
칼더가 출연한 서커스 퍼포먼스도 상영 대형 철판을 잘라 볼트를 조립한 그의 공공조각은 세계 곳곳의 공원과 광장에 설치되어 지나가는 이들의 시선을 끌고 있다. 칼더의 작품은 공간에 시간을 더해 ‘4차원적 개념의 조각’으로 불리며 후대 작가들에게 지대한 영향을 끼치고 있다. 추상미술과 초현실주의 등 당대의 가장 앞서가던 미술 경향을 습득한 칼더는 1930년 기하추상 화가인 몬드리안의 작업실에서 추상미술로 전환한다. 1931년 크랭크와 모터를 사용해 움직이는 첫 작품을 선보인 후, 마르셀 뒤샹이 ‘모빌’이라는 이름붙인 역사적인 ‘움직이는 조각’이 등장하게 된다. 1932년 칼더는 기계를 사용하지 않고 작품을 천장에 매달아 자유롭게 움직이는 새로운 모빌을 제작함으로써 조각사에 유례없는 혁신적인 조각을 창시했다.
그의 모빌은 조각의 패러다임을 바꾸었고, 공간의 예술에 시간성을 더해 현대조각의 가장 혁신적인 작업으로 평가받게 된다. 그가 만든 모빌은 단순한 직선이나 회전 운동이 아니다. 서로 다른 유형의 여러 가지 움직임의 속도와 진폭이 하나의 전체적인 결과를 형성하는 움직임이다. 1940년대로 넘어가면서 작품은 다채롭게 전개됐다. 특히 무게중심을 정하고 균형을 잡는 모빌의 공학적 원리가 눈에 띄지 않을 정도로 발전했다. ‘나뭇잎 네 개 꽃잎 세 개’(1939), ‘유칼립투스’(1940), ‘나무’(1941) 등이 그 작품이다. 전시 출품작은 뉴욕현대미술관을 비롯해 구겐하임, 휘트니 미술관, 파리 퐁피두센터 등 해외 유수 미술관에서 대여해온 것들이다. 또 칼더 재단이 보유하고 있는 작품 및 자료 등도 함께 선보여지고 있다. 전시작들은 왜 세계 미술관이며 애호가들이 칼더의 모빌에 그토록 매료되는지, 또 그의 회화는 왜 그토록 아름답고, 리드미컬한지 살필 수 있게 한다. 말년의 대표작인 ‘거대한 주름’(1971), 빨간 치즈를 연상케 하는 ‘무제(Untitled)’(1976) 등 두 점의 대작은 Leeum 야외정원에 서로 마주보며 설치됐다. 미술관측은 칼더가 출연하는 서커스 퍼포먼스도 상영한다. - 왕진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