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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인 주목작가]양종석, 인사동 정취가 살아난다

펜으로 밑그림 완성, 복고적 기록화 정서 ‘물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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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340호 왕진오⁄ 2013.08.19 13:47:10

인사동 모습은 지난날 골동가게나 고서점 화랑, 표구점 그리고 미술 재료를 파는 상점이 어깨를 맞대고 있던 모습과는 사뭇 다른 모습으로 변해있다. 이처럼 나날이 변해 우리의 눈을 놀라게 만드는 인사동을 마치 제집 드나들 듯 하는 화가가 있다. 인사동의 과거와 현재, 추억과 정취를 펜과 붓으로 그려내고 있는 중진 양종석이다. 인사동에 대한 그리움과 아쉬움에서 시작한 작업에서 동네의 모습이 과거와는 엄청난 차이를 드러내고 있음을 새삼 실감하게 된다. 무엇보다도 단층으로 지어진 기와지붕은 간 곳 없고 현대식 건물들이 우후죽순처럼 솟아올라 인사동 특유의 옛 정취는 눈을 씻고 찾으려야 찾을 수 없다. 양종석의 인사동 그림은 옛 잡지에서 흔히 볼 수 있었던 삽화형식을 취하고 있다. 선묘로 형태를 구체적으로 그린 뒤 물감을 올리는 것이다. 이와 같은 기법의 수채화는 최근에 와서는 거의 찾아볼 수 없다. 다양한 표현기법을 개발하고 현대회화의 표현방법을 응용함으로써 사실상 선묘 중심의 수채화로 색다름 느낌을 준다.

작가는 유성 펜이나 수성 펜을 이용해 밑그림을 완성한다. 이는 일종의 기록화로서의 성격을 부여하려는 의도가 여실히 배어있다. 그래서인지 그의 인사동 그림은 회고적이며 복고적인 정서가 지배하고 있다. 비록 눈으로 인지하지 못할지언정 지난 시절의 인사동에 대한 추억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만이 마음과 머릿속에서 공유할 수 있는 정서가 화면에 살려낸 것이다. 변해도 너무 변해버린 인사동 골목골목을 샅샅이 더듬으며 작업하는 동안 그는 어떤 심정이었을까. 떠나버린 임에 대한 애틋한 그리움과 같은 동질의 것이 아니었을까. 곁을 떠났으니 미워하는 마음과 함께 잊으려 해도 잊히지 않는, 아련한 그리움의 대상이 되어버린 옛 임의 모습이 겹쳐졌던 것은 아닐까 한다. 그만큼 그의 그림에는 복잡한 심정이 담겨 있는 붓의 움직임이 강하다. 그의 인사동 그림은 조금은 강상적인 느낌으로 채워지고 있다는 인상이 드리운다. 차갑게 사실적인 시각으로 바라보려고 해도 저 깊숙한 곳에 자리한 옛 인사동의 추억이 주마등처럼 스치며 그의 미적 감수성을 이리저리 흔들어 놓았으리라 짐작된다. 7080세대의 끊임없는 인사동 나들이 이러한 표현은 작가가 전통적인 문화예술의 거리로서의 역사를 지닌 인사동의 정서를 몸으로 느끼지 못하고서는 결코 회고적이고 복고적인 정서를 표현할 수 없는 일이기에 더욱 그렇다. 7080세대인 화가 양종석의 인사동 나들이는 반년이 넘도록 계속됐다. 물론 그 이전에는 수년 간 인사동에서 그림을 그리는 화가를 위해서 전시장을 운영하며, 그들과 호흡을 같이 할 정도였다. 인사동에 대한 애정은 인사동 거리를 관광 삼아 거니는 일반인들과는 엄청난 차이가 있다.

모자를 깊이 눌러쓰고 인사동 골동 상가 추녀 밑에 앉아 스케치북을 채워나가는 나날의 일상은 인사동 방문자들에게 한 줄의 낭만적인 서정시로 다가왔을지도 모른다. 온갖 낯선 얼굴과 언어로 정체성 없이 흔들리는 인사동에서 그는 잠시나마 낭만의 화가로 오늘의 인사동의 자화상을 그려낸 것이다. 그의 펜과 붓의 움직임이 끝나면 인사동은 언제 그랬느냐하며, 다시 시끌벅적한 관광객들의 천국으로 감성과 낭만은 사라진다. 8월 14일부터 20일까지 서울 인사동 갤러리 엠과 8월 21일부터27일까지 물파스페이스에서 선보이는 양종석의 ‘인사동 수채화 Pen'전은 화가로서 양종석이 인사동을 사랑했던 모든 이들에게 다시금 생활화로서 우리의 모습을 기억할 수 있는 소소한 즐거움을 제공한다. 소박하리만큼 따스한 화면은 회화적인 기교나 묘술이 첨가되지 않는 순수만이 담겨져, 회고적인 정서가 짙게 깔린 인사동 그림 앞에서 우리들에게 잠시 속울음을 지울 수 없게 만들어 준다. - 왕진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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