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70호 고윤기 로펌고우 변호사 / 서울지방변호사회 사업이사⁄ 2014.03.17 14:10:40
[단거리는 안 가···강남 귀가전쟁 뒤엔 ‘조폭택시’ 있었다] 최근의 기사 제목입니다. 서울 강남경찰서 교통범죄수사팀은 ‘강남상조회’ 등 3개 조직을 결성해 강남역∼신논현역 구간 강남대로 일대를 독점하고 과다요금과 합승 등 불법 행위를 강요해 온 조폭형 택시운전기사 이모 씨(39) 등 22명을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집단·흉기 등 협박)과 도로법 위반, 업무방해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이들은 2011년 1월부터 올해 3월까지 조직별로 독점한 구간에 일반 택시운전사들이 진입하면 집단으로 협박하고 폭행해 내쫓아 왔다고 합니다. 언론에서는 조폭택시 적발이라는 제목으로 크게 다뤘습니다.
서울 강남역에서 택시를 타기는 정말 힘듭니다. 저도 종종 약속이 강남역에 있는 경우가 있는데, 강남역 주변은 차를 가져가기에 매우 불편하기 때문에 택시를 이용하곤 합니다. 그런데 일단 심야의 택시들은 단거리를 가려고 하지 않기 때문에 매우 곤란했던 일이 많습니다. 그리고 어렵게 택시를 타더라도 택시기사들이 미터기 요금이 아닌 과도한 요금을 요구하는 경우도 종종 있었습니다.
검찰과 경찰이 조직폭력배와의 전면전을 선언하고 대대적인 수사에 착수했습니다. 검찰은 지난 1월 전국 조폭 전담 부장검사와 일선 검사, 그리고 수사관과 회의를 열어 조폭 척결 방안을 논의했다고 합니다. 이들이 한 자리에 모인 것은 검찰 사상 처음 있던 일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검찰에 이어 경찰도 100일간 조폭 특별 단속에 나섰습니다. 지난 1990년의 ‘범죄와의 전쟁’ 이후 24년 만의 일입니다.
시대에 따라 변신을 거듭하는 조폭
조폭은 그동안 변신을 거듭해왔는데요, 1970년대의 산업화 시대에 나타난 단순 갈취형 조폭을 1세대라고 한다면 1990년대에는 갈취형과 기업형의 중간인 2세대의 혼합형 조폭이 기승을 부렸습니다.
‘범죄와의 전쟁’ 이후 지하로 숨어 들어간 조폭은 2000년대 들어서 그 수법이 더욱 다양화·지능화 되는 경향을 보였습니다. 이제는 주가조작뿐만 아니라 기업인수와 합병, 사금융 등에 진출하는 등 이른바 3세대 기업형 조폭의 시대로 접어들었습니다. 최근에는 생계형 조폭이 등장했습니다. 조폭택시도 이런 과정에서 나온 하나의 형태로 보입니다.
전 세계적인 경기불황이 장기간 지속되면서 대한민국 조폭계도 예전보다 먹고 살기 어려워지다 보니 치졸해 져가고 있습니다. 점점 지능화 되는 범죄 유형을 보면 그만큼 돈이 필요하다는 것이고, 그들의 영역다툼보다는 생계문제로 조폭들의 관심이 이동하고 있다고 보입니다. 무엇이든지 무력으로 다 해낼 수 있을 것처럼 보이는 조폭도 불황만큼은 피할 수 없어 보입니다.
저는 조폭 택시 기사를 보면서 예전에 나왔던 재미있는 판례 몇 가지가 생각났습니다. 승객이 택시를 타고 가다가 택시 요금을 안 내려고, 가지고 있던 과도로 운전사를 협박했습니다. 그런데 이에 놀란 택시기사가 택시를 급하게 우회전 하면서 그 충격으로 승객이 기사에게 겨누고 있던 과도에 어깨 부분이 찔려서 상처를 입었습니다.
대법원은 기본적으로 택시요금을 면하기 위해 협박한 행위를 강도죄로 봤고, 어깨 부분이 찔려 상처를 입은 행위를 상해로 평가해서, 결국 강도치상죄가 성립한다고 판단했습니다(대법원 1985.01.15. 선고 84도2397 판). 즉 택시 요금을 면하려고 택시기사를 협박한 경우 강도죄가 성립할 수 있습니다.
비슷한데 조금 다른 판결이 있습니다. 택시 승객이 택시 기사가 도로가 막혀 운행할 수 없다고 하자, 과도를 택시기사의 옆구리 부분에 들이대면서 택시기사에게 차에서 내리게 한 뒤에, 5분정도 택시를 운전하고 간 사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