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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호 복지 칼럼]나트륨, 건강 그리고 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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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371호 이철호 한국식량안보연구재단 이사장, 고려대학교 명예교수⁄ 2014.03.24 13:10:19

나트륨 섭취를 줄이려는 노력이 전 세계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나트륨의 주 공급원인 식염을 과다 섭취하면 고혈압과 뇌졸중을 비롯한 심혈관계 질환에 걸릴 확률이 높아진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식염의 사용을 줄이고 저염식품을 제조하는 것을 권장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나트륨의 1일 섭취권장량을 2g으로 정하고 있으나 대부분의 나라들이 이보다 훨씬 많은 양을 먹고 있다. 미국이나 유럽인들은 1일 평균 3.4g 내외, 한국 일본 중국인들은 평균 4.5g을 먹고 있다.

미국에서는 지난 40여 년 동안 식품의 식염농도를 낮추는 노력을 꾸준히 해 왔다. 미국인을 위한 식사지침을 마련하여 식염의 섭취를 1일 5g 이하로 줄일 것을 권장하고, 식품 제조업자들과 요식업체에 저염식품과 저염메뉴를 제공할 것을 권고해 왔다. 미국 사람들은 전체 나트륨 섭취량의 77%를 가공식품이나 외식을 통해 섭취하며, 가정에서 조리하는 과정에서 6%, 식탁에서 5%, 그리고 직접 먹는 신선식품에서 12%를 섭취한다고 한다. 따라서 미국에서는 나트륨 섭취를 줄이려면 가공식품이나 외식의 식염 농도를 낮추는 것이 필수적이다.

식품업계에서는 무염(나트륨 5mg 이하), 극저염(나트륨 35mg이하), 저염(나트륨 140mg이하), 감염(일반식품보다 나트륨 함량 25% 감소) 표시를 한 제품을 자발적으로 출시하였다. 2005년부터 2008년까지 이러한 표시를 한 식품의 수가 115% 증가하였다. 그러나 최근 이들 나트륨 저감화 표시 제품의 수가 급격히 감소하고 있다. 2010년 저염 표시 식품은 5%로 줄었고 2011년에는 2%로 줄었다.

이러한 변화의 가장 큰 이유는 소비자들이 건강에 신경을 쓰지만 맛을 상쇄하면서까지 나트륨 저감화 식품을 선택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실제로 국제식품정보협회(IFIC)의 조사에 의하면 저염식품을 구입하겠다고 응답한 소비자는 전체의 13%에 불과하였으며, 맥도날드는 건강에 좋은(healthy) 맥린디럭스를 출시하였다가 크게 실패한 경험이 있다. 나트륨 줄이기를 외치는 사람들의 가장 큰 오류는 식염이 음식의 맛을 내는 가장 기본적인 소재인 것을 망각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육식동물들은 그들의 먹이에서 나트륨을 공급받는다. 그러나 식물에는 나트륨이 없으므로 초식동물들은 나트륨을 얻기 위해 해변을 향해 천리길을 달려간다. 인간은 “소금을 찾는 동물”이라고도 하며, 소금은 “세상에서 가장 필요한 상품”으로 국가의 전매품이 되어 왔다. 로마의 캐시오도루스(Cassiodorus, AD 523)는 “금을 구하지 않는 사람은 있어도 모든 음식에 맛을 내는 소금을 구하지 않는 사람은 없다”라는 명언을 남겼다. 음식의 맛을 고려하지 않는 저염화 운동은 실패할 수밖에 없다.

▲사진 = 연합뉴스


음식에서 식염의 농도를 무작정 낮추는 것은 오히려 해롭다는 견해가 힘을 얻고 있다. 미국 질병관리본부(CDC)은 최근 미국 의학회(IOM)에 나트륨 섭취와 건강과의 관계에 대한 기존의 연구에 대해 광범위한 재평가 연구를 의뢰하였는데, 1일 2.3g 이하로 나트륨 섭취량을 낮추는 것은 득보다 실이 크다는 결론을 얻었다.

이 결과에 따라 캐나다 고혈압위원회는 종전의 1일 1.5g 나트륨 섭취권장량을 2g으로 상향 조정 했다. 2010년에 개정된 미국인을 위한 식사지침에도 일반인의 나트륨 섭취량을 2.3g 이하로 할 것을 권장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최근 나트륨 줄이기 운동을 활발히 벌이고 있다. 점점 자극적이고 짠맛이 강해지는 외식메뉴와 일부 포장식품의 식염농도를 줄이고 소비자의 경각심을 일깨우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그러나 이런 기류에 편승하여 무염김치를 만들겠다고 나서는 사람도 있다. 식염은 맛뿐만이 아니라 식품의 저장성과 안전성을 보장하는 중요한 소재이다. 김치나 장류와 같은 발효식품에서 식염은 발효과정을 주관하는 요소이다. 나트륨의 위해성을 강조한 나머지 식염 본래의 기능을 잊어버리는 실수를 범해서는 안 된다.

- 이철호 한국식량안보연구재단 이사장, 고려대학교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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