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인 선정 전시]봉산문화회관 ‘안창홍, 기억공작소-關係’
▲안창홍, ‘1996년의 사랑’, 캔버스에 아크릴 채색, 73×92cm, 1996.
봉산문화회관 개관 10주년으로 안창홍 작가의 ‘기억공작소-關係’전이 3월 26일부터 5월 25일까지 개최된다. ‘기억공작소(記憶工作所, A spot of recollections)’는 예술을 통해 무수한 ‘생’의 사건이 축적된 현재 여기의 가치를 ‘기억’하고 ‘공작’하려는 작가의 의도를 담았다.
1970년대 후반부터 지금까지 안 작가의 작업은 동시대 인간의 사건들에 주목했다. 그는 보통 사람들의 불편한 현실적 삶과 그 진실을 작품 속에 담아내면서 ‘노골적인 몸’, ‘즉물적인 몸’, ‘현실의 삶을 담은 몸’ 등 인간 존재와 심리를 주목하는 작가로 기억된다.
그는 일관되게 권력과 지배에 대해 이미 익숙해진 허위적 합의를 부정하고 가려진 다른 존재 즉, 삶을 증거하는 상처와 모순을 드러내고 치유하려는 작업을 해왔다. 그래서 특별한 인물이 아니라 일상에서 흔히 보는 보통 사람을 역사 속의 진정한 주인으로 기억하게 하려는 작가의 태도는 관객들로 하여금 불신의 사회적 관계(關係)를 다시 바라보게 한다.
안창홍 작가가 ‘관계’을 주목할 때, 특히 인간의 ‘몸’을 통해서 사회적 관계를 본다는 점은 중요하다. 대체로 작가의 작업 속에서 관계는 ‘고통을 주는 자’와 ‘고통을 받는 자’ 간의 몸을 통해 읽힌다. 그리고 작가는 이러한 비극을 엿보면서 역사나 인간에 대해, 그 폭력과 황폐함에 대해 증오와 냉소의 태도를 유지한다.
화면 속 등장인물과 세계, 예술가와 대상 사이의 끊임없는 저항 혹은 공격성에 주목하고 그 복잡하고 흥미로운 관계를 다루는 것이다. 예술이 한 인간의 삶과 동화되어 생명의 생생한 가치를 노래하는 것이라면, 예술은 또한 그 기억의 보고이면서 지속적으로 그 기억을 새롭게 공작하는 행위이기도 할 것이다. 작가는 예술이 생의 사건을 가치 있게 살리는 기억공작소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이번 전시에서는 지금까지 발표했던 작가의 주요 작품 60여 점의 스틸 이미지를 비디오 설치로 볼 수도 있다.
- 안창현 기자
안창현 기자 isangahn@nat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