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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훈 큐레이터 다이어리]미술계, 인문학에서 생존을 배우다

경영자와 작가, 미술애호가들과 기자들이 모여 커다란 인문의 줄기를 그려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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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373호 김재훈 선화랑 큐레이터⁄ 2014.04.07 13:33:37

지금은 봄의 절정이다. 조금 빠른 감이 있지만, 벚꽃도 만개했으니 추위는 이제 머나먼 나라의 이야기 같다. 이와 같은 날일수록 갤러리에는 많은 관람객이 찾아온다. 기나긴 겨울을 지난 사람들은 움츠려진 몸에 따뜻한 공기를 쐬고 기분전환을 한다.

환절기라서 그런지 더욱 사람들의 새로운 마음가짐에 대한 이야기가 떠오르는 때인 것 같다. 꼭 날씨가 아니더라도 사람에 마음에도 봄과 겨울이 있다. 일과 비교해 써보자면 봄은 사람다운 따뜻한 마음가짐이라고 볼 수 있고, 겨울은 냉철하고 굳은 마음가짐이라고 할 수 있지 아닐까. 갤러리 주변은 전자인 인문적 소양을 쌓는 곳이라고 말할 수 있다. 무엇보다 인간과 인간의 만남이 많은 곳이 바로 전시현장이기 때문이다.

특히 작가나 갤러리스트, 미술애호가와 기자, 큐레이터는 물과 같이 유연한 태도로 함께 어우러져야 한다. 요즈음은 각자 살아남기도 바쁜 시기라고도 말한다. 우리는 복잡하고 경쟁적인 어려운 이 시대를 어떻게 극복해 나갈 수 있을까.

요즈음 세간의 인문에 대한 관심은 점점 더하고 있다. 대기업에서도 높은 스펙의 인재보다 인문학적 사고를 갖춘 사람을 더욱 필요하다고 느끼고 채용점수의 기준을 바꾸기 시작했다. 분명히 말해야 할 것은 인문학적인 성향만 갖추었다고 이 시대가 바라는 인재의 절대적 기준은 아니지만, 필수적인 사항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래서 어려운 상황과 경기가 계속 이어질수록 더욱 필요한 것이 인문이고 생각한다.

이러한 인문은 무엇이며, 어디서부터 시작했을까. 인문은 사람이 살면서 그리는 문양이라고 한다. 사회와 경제, 정치, 문화 등이 인문이라는 큰 덩어리를 이루고 그곳에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진해지는 문양은 역사로 자리 잡고, 예측할 수 없는 미래는 인간의 창의적인 사고가 만들어 나가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사실, 필자의 마음속에 인문이라는 문양의 개념이 가슴 깊이 들어선 것은 그리 오래된 일이 아니다. 일 년 전 우연히 보게 된 텔레비전 인문학 강의에서 처음 접했다.

이 강의는 인문의 기준 아래 상상력과 창의력이 어떻게 다른지를 설명하고 있었다. “상상이라는 것은 인간의 생각과 마음속에 그려지는 모든 것이고, 창의라는 것은 인간 문양의 앞날을 예측 또는 그려보는 일”이라고 한다. 순간 소름이 돋았다. 작가가 그림을 그리기 위해 또는 큐레이터가 기획을 위해 생각한 모든 것이 상상이라면, 앞날을 예측하고 생각하는 일이 창의적인 개념일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창의력은 인문이라는 큰 테두리를 벗어나지 않고 앞날을 바라보는 시각이 되는 것이다.

▲제주 현대미술관 펑정지에 전시전경. 사진 = 왕진오 기자


그러나 이러한 인문학적 사고와 창의적인 사고는 어떻게 만들어 갈 수 있단 말인가? 인문학적 사고는 역사 즉 고전에서 나온다고 대답하면 될까? 필자는 며칠 전 대구에 출장을 다녀왔다. 지방 출장이 늘 그렇듯이 일보다는 이동하는 시간이 많다. 까닭에 이동 시간에 인터넷 인문학 강의를 듣기로 했다. 이렇게 듣게 된 강의는 매일 아침 출근 전에 듣고 있는 KBS 라디오 시사고전에서 말씀을 나누어 주고 계신 민족문화콘텐츠연구원 박재희 원장의 고전 강의이다. 이 강의는 몇 년 전 국회방송에서 촬영했다.

이 고전강의 내용은 손자병법에 관한 이야기로 중국의 춘추전국시대를 배경으로 강의가 시작된다. 춘추전국시대는 70여 개의 나라가 각자의 생존을 위해 전쟁을 한 무한경쟁시대였고, 이와 같은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춘추시대 오나라의 손자가 쓴 병법을 손자병법이라 한다.


이해관계 떠나 창의적 방향 모색해야

박재희 원장의 강의는 살아남기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 하는지 핵심을 짚어준다. 그 중에 리더의 역할에 대해 많은 언급을 하고 있다. “살아남기 위해서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한다. 성동격서(聲東擊西), 동쪽으로 소리 지르고 서쪽으로 공격하라는 어쩌면 남을 속이는 일이지만 이것은 꼼수가 아닌 살아남기 위한 전략이다.”라고 강조했다. “리더가 이를 실천하기 위해서는 자존심, 남의 평가에 신경 쓰면 안 된다.”라고 박재희 원장은 말하고 있다.

또한, 오늘날의 리더는 “가장 효과적인 장소에서, 가장 예상치 못한 시간에, 상상도 못 할 속도로 가장 적절한 대답을 찾아내야 한다.”라고 말하고 있다. 그와 같은 것을 이루기 위해서는 다섯 가지 능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머릿속의 지식이 아닌 현장에 몰입하는 능력이 첫 번째, 두 번째는 ‘백번 싸워서 백번 다 승리하겠다.’ 라는 신념이 아닌 같은 길은 가고자 하는 모두를 다치지 않게 함께 가겠다는 소신, 혼자만이 아닌 상대방의 입장에서 배려하는 인격이 세 번째, 책임감을 가진 용기가 네 번째, 마지막으로 공과 사를 구분할 줄 아는 엄격함이 다섯 번째이다. 이것은 가장 기본적인 생존에 대한 고민이지만, 함께 살고자 하는 마음이 기본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고전에서 찾아가는 것이 바로 기본에 충실함이고, 이것은 창의력의 뿌리이다.

▲부산 벡스코 데비이드 라샤펠 전시 관람객. 사진 = 왕진오 기자


오늘 뉴스에서는 회사의 등기이사 연봉에 대해 보도하고 있었다. 물론 실력으로 회사에 이익을 가져와 그만한 대우를 받는 분들도 있지만, 이와 반대의 경우도 있었다.

이와 같은 회사의 부당한 연봉을 받는 사람은 혼자 살아남더라도 직원들은 그만큼 열정과 의지가 상실될 것이다. 꼭 리더의 역할이 아니더라도 우리는 하나하나가 모여 구성원을 이루어 나간다. 나는 갤러리에서 큐레이터로 일하고 있다.

직원은 몇이 안 되는 곳이지만, 오늘도 경영자와 작가, 미술애호가들과 기자들이 모여 커다란 인문의 줄기를 그려가고 있다. 서로의 이익을 바라는 생각을 내려놓고 더 발전적인 창의적인 방향을 모색할 때 이 어려운 시기를 함께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 김재훈 선화랑 큐레이터 (정리 = 왕진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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