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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람 - 고영훈 작가]‘환영의 극한’ 구현

‘있음에의 경의’전, 5월2일부터 6월 4일까지 서울 평창동 가나아트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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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377-378호 왕진오 기자⁄ 2014.05.07 11:15:52

▲고영훈 작가. 사진 = 왕진오 기자


(CNB=왕진오 기자) 40여 년간 하이퍼리얼리즘의 대표 작가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고영훈(62)작가, 그가 8년여 만에 시간의 흐름 속에서도 존재하는 있음에 대한 경의, 실재의 환영과 간극을 허물고 이론적인 합의를 보는 전시 ‘있음에의 경의’를 5월2일부터 6월 4일까지 서울 평창동 가나아트센터 전관에서 펼친다.

전시를 앞두고 기자를 만난 고 작가는 “재현보다는 창조가 아닐까 한다. 인간의 논리를 이롭고 행복하게 만들고, 그 방향으로 다가가는 필요한 매개체를 만드는 것을 작업하는 사람이 화가가 아닐까”라며 그간의 화업을 말했다.

작가는 고대 그리스의 파라시오스에서 근세의 얀 반 아이크에 이르는 서양의 재현회화의 전통을 뛰어넘어, 솔거가 추구했던 ‘환영의 극한’을 구현하고자 했다. 그럼으로써 환영이 실재가 되고 실재가 환영이 되는, 환영과 실재가 하나라는 큰 깨달음 혹은 최신의 현대철학을 상징하고 있다.

8년 만에 새로운 작업을 공개하는 이번 전시를 통해 작가는 “전시를 위한 전시보다는 발표를 위한 전시를 하고 싶었다.”고 강조했다.

“과거, 냄비 등을 그리면서 재현을 하는 것을 통해 실재와 싸우면서 더 잘 그리려 한 점도 있었다. 이제는 닮게 그려서 비교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것을 만들고 있다. 하나의 방법으로 찾은 일루전도 실체를 아는 것이고, 나 자신을 찾아가는 것이다. “

▲접시, 2013, Acrylic on plaster, canvas, 90.5x221.5cm


시력이 안 좋은 작가는 더 선명한 작업을 위해서 조명과 안경을 여러 개 사용한다. 이는 잡을 수 없는 몽롱한 빛인 오로라에서 영감을 얻기 위함이다.

고영훈 작가는 현존 작가 중 호당 가격이 가장 비싼 작가 가운데 한 명으로 알려져 있다. 전시를 오픈하기도 전에 고객들이 선주문을 해서 미리 확보 경쟁을 벌일 정도로 인기 작가이다. 가격이 비싼 것에 대해 또 다른 시각으로 자신의 현재를 설명했다.

“우리나라에서 처음 비엔날레 참가 작가로 해외에 나갔다. 당시 배운 것이 우리나라 작품가격이 너무 낮다는 것이었다. 또 당시에는 해외에 나가서 전시를 하면서, 나를 알리려 했다. 하지만 이제는 한국에서 전시를 하면서 그들이 내 작품을 보러 오게끔 만드는 일에 힘을 쏟고 있다.”며 “극사실주의 작가들 중에 나름 이 분야에서 선배의 입장에 서있기에 가격과 작가의 위치를 보았을 때 10배 정도는 가격을 책정해 주어야 하는데, 우리는 한참 모자라는 상태인 것 같다.”

▲사발, 2013, Acrylic on plaster, canvas, 90.5x221cm


하이퍼리얼리즘 회화의 극한을 넘어선 이번 전시 ‘있음에의 경의’는 이전까지 작가가 실재하는 현실과 대결함으로써 그것들 하나하나가 모두 실재한다는 것 보여주려는데 목적을 둔 이전 작업과는 확실한 선을 긋는다.

환영은 하나의 수단이었다는 작가의 말처럼, 지금 작업을 하는 것은 환영이 현실이자 실재 그 자체가 되게 하는데 있다.


“전시를 위한 전시 지양, 발표를 위한 전시를”

이를 위해 캔버스를 인식판으로 삼아 관념 같은 목전에 당장 주어지지 않는 것까지 그리고 있는 것이다. 화면의 앞과 뒤를 포함한 공간 전체는 물론 과거에서 미래의 시간으로 이어지는 맥락이 작업에 녹아있다.

1980년대 이후 2차원의 일루전 세계에서 3차원으로 공간을 확장한 실험을 감행한 작가는 인간의 문명을 상징하는 책들 위에, 자연의 상징이자 작가의 고향인 제주도를 상징하는 돌을 놓음으로써 작품 세계의 차원을 확장하게 된다.

▲꽃인지 나비인지, 2013, Acrylic on paper, 99x187cm


2002년 처음 달 항아리를 그리게 됐다는 작가는 자신의 머릿속에 이상향의 세계가 맴돌고 있었다고 말한다. 이를 그리고 싶었다는 것이다. 고향이 제주도인 탓에 그리스 로마시대 오디세이 같은 느낌이 아직도 남아 있어 몽환적인 그림을 그리게 된 이유 중의 하나라고 설명한다.

8년여 만에 선보이는 고영훈의 신작은 이전의 다양한 오브제가 도자기와 꽃으로 정돈되어 그려져 있다. 특히 도자기의 경우 백색의 배경 안에 허공 위에 떠 있는 듯이 그려져 무한의 깊이를 알 수 없는 공간을 표현할 때 배경을 주로 검은색으로 처리하는 기존의 관행적인 방식을 벗어났다.

“세상천지 공간을 그린 것이죠. 도자기의 그림자를 통해 시간과 공간 그리고 모양의 변화를 추적하고 있다. 있음에 대해 생각해 보는 작업으로 있는 것에 대한 존경과 경의를 희망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영원의 세계를 상징하듯이, 세대 간의 흐름을 도자기와 초상화 연작으로 선보이는 그의 작업에서 찰나의 순간과 그 순간의 연속으로 이루어지는 시간이라는 추상개념을 새롭게 구현한다.

앞으로의 작업 방향에 대해 고영훈 작가는 “과연 화가로서 제 역할을 다 할 수 있을까, 나름 훌륭한 화가도 좋지만, 화가라는 명제에 걸맞게 걸으며 살다 가고 싶다. 답도 없는데 혼자 그리면서 완성시키는 작업이 그 일환이 아닐까 한다.”고 말을 맺었다.

- 왕진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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