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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훈 큐레이터 다이어리]‘치티치티뱅뱅’

박현웅 작가의 ‘숨은 그림찾기…엉뚱한 곳에서 떠올린 아이디어와 영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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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377-378호 김재훈 선화랑 큐레이터⁄ 2014.05.07 11:18:44

“선생님, 왜 작품의 제목을 치티치티뱅뱅이라고 지으셨어요?”, “원래는 띠띠빵빵인데, 그냥 띠띠빵빵이라고 하면 좀 그렇잖아요(재미없잖아요). 그래서 치티치티뱅뱅” 이와 같은 작품을 글로 설명해야 한다면 치티치티뱅뱅의 느낌을 충족시켜주는 수식은 무엇일까?

“치티치티뱅뱅”은 박현웅 작가의 작품이다. 구성은 하늘을 나는 두 대의 자동차가 위와 아래 타이어를 맞대며 대칭을 이루고 있다. 위에는 푸른 곰, 아래는 핑크색 코끼리가 둘씩 타고 있다. 주변에는 꽃, 풍선, 잎, 노란색의 곱슬머리가 흩어져있다. 더 깊이 들여다보면 그 안에는 모자, 자동차 등의 숨은 그림이 있다.

“전시주제는 숨은 그림찾기가 어때요?, 원래 사람들이 그림을 볼 때 그냥 보고 스쳐 지나가는 것이 아쉬운 마음에요. 자작나무 합판을 줄톱으로 자르고 다듬고 힘들게 층층이 표현했는데···” 2014년 5월 선화랑에서는 박현웅 작가의 ‘숨은 그림찾기’ 전시가 열렸다.

그의 작품에는 어릴 적 추억의 놀이가 있다. “엄마, 이것 봐 코끼리, 저기 곰돌이” 하며 여기저기 어린 아이들의 감탄과 흥미로 전시장은 왁자지껄하다.

어른들도 아이들과 함께 숨은 그림을 찾느라 정신이 없다. 옆에서 지켜보고 있으면, 작품이 뚫어지도록 찾아보고 있는 사람들이 마치 그림으로 들어갈 기세다. 아이들의 즐거운 목소리가 사방에서 들리니 전시장에 있는 사람들은 덩달아 기분이 좋아진다. 

▲박현웅 작가의 작업 과정. 사진 = 김재훈


꼬봉이는 박 작가의 작품에 등장하는 푸른색 곰이다. 꼬봉이는 짧은 다리로 뛰어 다니기도 하고, 차를 타고, 코끼리의 코에 매달리기도 한다. 웃고, 놀라고, 화나고, 찌뿌둥한 표정을 짓는 귀여운 꼬봉이는 봉봉이라고도 불린다.

“어릴 적에 코를 찔찔 흘리고 다니는 친구가 꼭 한 명 있었잖아요. 동네에서 놀이하면 깍두기하고 또래나 형들한테 놀림당하고··· 골목대장의 행동을 따라 하며 그 뒤를 졸졸 따라다니는 아이 말이죠. 처음에는 회색 줄무늬 옷으로 색을 칠했는데, 죄수의 모습을 한 곰 같더라고요. 얘는 강자예요. 절대강자(골목대장)요.” 강자는 노랑머리에 곱슬머리보다 더 둥글게 꼬인 머리를 한 캐릭터이다.


스쳐 지나가는 아쉬움에 대한 고백

“욕심을 부리고 시기, 질투하는 인물이에요. 그래서 머리가 꼬여있어요. 꼬봉이(봉봉이)는 강자를 항상 따라다녀요.”

그의 작품을 처음 본 것은 2009년 일민미술관에서 열린 ‘Wonderful Pictures’ 전시에서이다. 그 전시에는 많은 작가의 꽤 큰 작품들이 전시장 벽에 빼곡히 걸려 있었다. 작품들 사이에서 유독 눈길이 갔던 것이 박 작가의 작품이었다.

▲박현웅의 입체 작품. 사진 = 김재훈


그 작품은 머리가 살짝 벗겨지고 안경을 쓴 중년의 캐릭터가 오토바이의 운전대를 잡고, 어린 소녀가 옆 보조석에 앉아 있는 모습이다. 눈에 띄었던 이유는 모양에 따라 깔끔히 오려진 박현웅 작가의 작품이 네모반듯한 작품들 사이에서 더욱 돋보였기 때문이다.

“그거 선생님과 딸의 모습이죠? 일민미술관에서 출품했던 작품이요.” 필자가 묻자 “그렇게 보였어요? 하하하 아닌데··· 생각해 보니 저처럼 안경도 쓰고 있죠?“ 박 작가의 답변은 명료하기보다는 불투명하고, 더욱 호기심을 일으킨다. 간혹 ”그냥요, 재밌잖아요, 뭐 딱히” 이렇게 답한다. 필자가 답변을 듣기 위해 앞에서 기다리면 ”너무 정해져 있으면 재미없잖아요“와 같은 답이 돌아온다.

대화는 이렇게 이어진다. “선생님, 이 작품 제목은 왜 모나미죠? 모나미 153?“ ”아 모나미는 프랑스어로 ‘내 친구’라는 뜻이 있어요.” 대체 종잡을 수 없는 답변과 예측하기 힘들고, 엉뚱한 하면서도 나름대로 이유 있는 답변은 그의 작품에서 더욱 잘 찾아볼 수 있다.

필자는 몇 년 전 작가의 작업실이 궁금해 찾아갔었다. 작업실은 버스에서 내려 하천을 따라 10분 정도 걸으면 나오는 연희동의 후미진 동네에 있다. 합판을 재단할 수 있는 다양한 도구와 재미삼아 만들어보았다는 모형장난감들이 눈에 들어왔었다. 작가는 수없이 많은 조그마한 그림을 보여줬다.

▲박현웅 작가의 작업실 모습. 사진 = 김재훈


“1년 동안 프로젝트를 해보기로 했어요. 하루에 일기 쓰듯이 손바닥 크기만 한 작품을 한 점씩 그리는 계획이에요.” 박 작가는 손바닥만 한 크기의 작품이라고 하여 ‘손바닥 그림’이라고 부른다.

“손바닥 그림을 그리고 보면 또 다른 아이디어가 떠올라요.” 손바닥 그림에는 꼬봉이(봉봉이)와 강자는 물론 아톰 캐릭터, 막둥이, 강아지, 화분, 아내의 손 등 여러 등장인물과 정물들이 그려져 있다.

“저는 원래 문학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에요. 이번에 콩트를 써봤어요. 이런 거 읽어봤죠? 어느 날 아내가 아침에 일어나보니 손이 없는 거예요. 손이 집을 나가서 아내가 잘하지 못하는 것을 배워서 집에 돌아와요. 손을 찾은 아내가 갑자기 요리를 잘하는 거예요. 그러면서 끝나는 내용이죠.“ 이렇듯 쉽게 볼 수 없는 엉뚱한 곳에서 번쩍이는 아이디와 영감을 떠올리는 작가가 박현웅이다. 그래서 앞으로 더욱 어떤 활동으로 관람객들을 설레게 할지 기대된다.

- 김재훈 선화랑 큐레이터 (정리 = 왕진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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