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81-382호 김선미 중앙대학교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2014.06.05 08:51:09
▲ CNB저널, CNBJOURNAL, 씨앤비저널
35세 여성 조신혜(가명) 씨는 1년 전부터 만성적인 피로감, 무기력, 우울감에 시달려왔다. 조 씨는 처음에는 직장 생활과 가사를 바쁘게 병행하면서 생긴 불가피한 심신의 스트레스 때문이려니 가볍게 치부해왔다.
하지만 의욕이 더욱 감퇴하고 건망증은 심해지면서 직장에서 업무 능력도 감소하고 가사 일도 엉망이 되었다. 그녀는 직장과 가정에서의 역할을 충분히 해내지 못하는 자신의 모습을 자책하며 우울감은 더 심해졌다.
악순환이 반복되던 중 그녀는 주변의 권유로 동네 정신과를 찾아 항우울제 치료 및 심리치료를 받았지만 우울한 기분은 좀처럼 나아지지 않았다.
그러던 와중에 그녀는 우연히 종합건강검진을 받고 자신에게 갑상선기능저하증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곧바로 정신과 치료를 중단하고 이후 갑상선기능저하증 치료를 꾸준히 받으면서 우울한 기분이 점차 호전되기 시작했다.
그렇지만 그녀의 활력과 기분 저하 증상은 완전히 회복되지 않았다. 그녀는 앞으로 어떻게 해야 우울증을 완전히 극복할 수 있을지 막막해졌다.
조 씨의 경우처럼 갑상선기능항진증이나 갑상선기능저하증 등 갑상선질환 환자에게 우울감, 불안감 등 신경심리적 증상이 동반되는 경우가 많다.
기존 연구 결과에 따르면 갑상선기능저하증 환자의 20~40%가 우울 증상을 경험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갑상선기능항진증 환자의 3분의 2와 갑상선기능저하증 환자의 3분의 1이 불안 증상을 경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갑상선질환에 동반되는 신경심리적 증상에 대한 연구는 오래전부터 꾸준히 진행되어온 가운데, 많게는 갑상선질환 환자의 60% 이상이 공황장애, 범불안장애, 기분장애, 단순 공포증, 강박장애, 사회불안 등 정신건강의학적 증상 중 한 가지 이상 동반하는 것으로 보고했다.
갑상선 기능이 과도하게 활성화되어있는 사람들은 불안과 긴장, 감정기복, 인내심과 집중력의 저하, 과다활동, 과민성과 조바심(특히 소리에 대한 과민성), 식욕저하와 불면증 등의 증상이 있는데 극단적인 경우 섬망이나 환각을 경험하기도 한다.
또한 갑상선 기능의 저하는 흥미 및 의욕의 상실과 무력감, 최근 기억의 저하, 전반적인 지능의 감퇴, 우울감 등으로 이어질 수 있으며 지속적으로 방치할 경우 뇌에 영구적으로 해로운 영향이 나타나는 치매로 진행될 수 있다.
그런데 이들 갑상선질환 환자들이 증상만으로 정신과를 찾아 간혹 정신과 의사들이 심리적 증상만을 보고 갑상선기능항진증이나 저하증을 단순 조증 또는 정신분열증, 우울증으로 자칫 오인해 수개월간 입원하는 등 잘못된 치료를 하는 경우도 있다.
보통 갑상선기능장애에 의한 신경심리적 증상은 갑상선질환에 대한 적절한 치료로 인해 만족스럽게 해결되는 경우가 많다.
내과, 외과 및 정신건강의학과 긴밀한 협진 필요
갑상선 호르몬 수치가 정상화되기까지의 내분비 내과적 치료 기간 동안 신경심리증상이 심해서 일상생활에 지장을 준다면, 정신건강의학과 진료를 통하여 일시적인 약물치료 혹은 심리치료를 병행하여 증상을 경감시킬 수 있다.
뿐만 아니라 갑상선 호르몬 수치가 정상화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우울, 불안, 불면을 비롯한 기타 신경심리적 증상이 남아있는 경우에는 지속적인 정신건강의학적 평가 및 치료가 필수적이라고 할 수 있다.
실제로 약 10%의 환자들은 갑상선호르몬 대체요법 등 갑상선질환에 대한 치료가 끝난 후에도 잔여 신경심리적 증상이 지속된다고 알려져 있다.
갑상선기능장애에 의한 신경심리적 증상과 갑상선 이상과는 별개로 단순 우울증 혹은 불안증의 감별진단을 위해서는 각 증상의 발현 시기, 약물에 대한 치료 반응, 개개인의 성격적 특성, 가족력 등 총체적인 평가가 필요하다.
이는 매우 정교하고 전문적인 평가 및 지식이 필요하기 때문에 갑상선 질환 전문의와 정신건강의학 전문의의 밀접한 협진을 통하여 정확한 진단을 해야 한다.
갑상선질환 이외에도 당뇨, 통풍, 루푸스 등의 내분비 및 자가면역질환의 경우 신경심리적 증상이 동반될 수 있다.
암환자 또한 우울, 불안, 불면증 및 신경성 위장병, 과민성 대장 증상, 신경성 통증, 두통, 불면증, 어지럼증 등의 스트레스성 신체 증상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내과, 외과와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간의 긴밀한 협진을 통한 통합적이고 체계적인 진료가 반드시 필요하다.
최근 병원에서 암환자뿐만 아니라 내분비 질환 및 자가면역 질환을 가진 환자들에 동반하는 신경심리증상 및 스트레스 평가를 진단하고 치료하는 과정에서 접근성과 편의성을 증대시키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 김선미 중앙대학교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정리 = 안창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