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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주의 ‘나홀로’ 세계여행 ⑬]이민가고 싶은 나라 1위, 싱가포르 경쟁력 원천은?

다인종·다언어·다문화…강력한 공권력 질서 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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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407호(창간기념호) 김현주 광운대 미디어영상학부 교수⁄ 2014.12.04 08:47:26

▲ CNB저널, CNBJOURNAL, 씨앤비저널 

싱가포르-마닐라 여행<1/2>
인천 - 홍콩 경유 - 싱가포르(2박) - 마닐라(2박) - 홍콩 경유 - 인천

1일차(인천 출발→홍콩 경유→싱가포르)

홍콩을 들러 싱가포르로

홍콩행 캐세이퍼시픽(Cathay Pacific) 항공기로 인천공항을 아침 8시 30분에 출발했다. 언제부턴가 동남아시아를 다닐 때 캐세이 항공을 종종 이용한다.

홍콩에서 환승해야 하므로 목적지까지 시간이 더 걸리는 불편이 있지만, 프로모션 가격이 자주 있고, 정시율이 높고, 무엇보다도 안전도 면에서 세계적인 신뢰를 얻은 항공사이기 때문이다.

이번처럼 출국 도착지(싱가포르)와 귀국 출발지(마닐라)가 다른 Open Jaw(복수 목적지) 여정도 동남아 구간이라면 캐세이 항공이 시간과 요금 면에서 유리한 경우가 많다. 오가는 길에 무료로 홍콩 스톱오버할 수 있는 것도 큰 매력이다.

오전 11시 첵랍콕(Chek Lap Kok) 홍콩국제공항에 도착하여 싱가포르행 항공기를 기다린다. 홍콩국제공항에는 중국 본토인들이 현저히 많아졌다. 올해 중국인 해외 여행객이 1억명을 넘었다고 하니(홍콩, 마카오, 타이완 포함) 그럴 만도 하다. 조용했던 공항이 왁자지껄하다.

우리나라도 해외 여행 봇물이 터진 중국 관광객들을 놓치지 않기 위하여 최근 비자조건을 완화했다. 일본이 먼저 하자 우리가 부랴부랴 뒤따라 한 것이어서 아쉽기는 하지만 그런 것 따질 틈이 없다. ‘잘사는’ 중국인 중산층들이 몰려 사는 동부 해안 지역에서 작은 바다 하나만 건너면 한국 아닌가? 가장 가까운 외국인 한국이 중국 관광객들을 놓친다면 큰 패착이다.

▲마리나 베이를 가득 채울 기세로 신축 건물이 올라간다.


지루한 2시간 30분 기다림 끝에 싱가포르행 캐세이퍼시픽 항공기에 탑승했다. 홍콩공항을 정시에 이륙한 항공기는 3시간 30분 비행 끝에 싱가포르 창이(Changi) 공항에 도착했다. 언제 와도 창이 공항은 화려하다. 터미널 빌딩 내부에는 모두 카페트가 깔려 있을 정도다. 세계 여행자들의 인기도 1위 공항으로 손색이 없다.

관광 산업이 국가 주요 산업인 나라답게 입국 절차가 매우 간소하다. 도시국가이므로 항공기가 필요없는 나라임에도 항공운송 산업을 국가 기간산업으로 키운 이 나라 창설자 리콴유(李光耀) 초대 총리의 선견지명이 새삼 돋보인다.

다인종 다언어 다문화 국가 싱가포르

싱가포르는 서울보다 조금 넓은 707평방킬로미터의 면적을 갖는 도시국가다. 위치는 북위 1도, 동경 103도이며, 인구는 480만명, 인구 구성비율은 중국계 76%, 말레이계 14%, 인도계 8%, 기타 2%다. 주민의 82%가 주택개발국(HDB, Housing Development Bureau)이 23개 지역에 건설한 88만호의 공동주택에 거주하며, 유입 관광객은 연 1000만명이다. 2013년 기준 1인당 국민소득 5만6천 달러로서 세계 열번째, 아시아에서는 가장 잘 사는 나라다.

메트로 MRT EW(East West) Line을 타고 시내로 향한다. 도시는 징그러울 정도로 깨끗하다. 도로변 녹지를 가꾸기 위해서 많은 노동 인력이 땀흘린다. 인도계는 주로 노동일을 하며 이 나라의 하부구조를 튼튼하게 지킨다. 절묘한 인종통합 정책으로 갈등은 적어 보인다. MRT 차내에서 보는 시민들은 매우 다양한 얼굴을 하고 있다.

중국, 말레이, 인도 순수 혈통 이외에도 말레이인과 중국인의 혼혈(페라나칸, Peranakan), 드물게 말레인인 혹은 중국인과 인도인 혼혈, 그리고 아주 드물게 말레이인 혹은 중국인과 유럽인 혼혈(유라시안) 등 오묘한 배합도 눈에 띤다. 아예 인종 구분이 안 되는 사람도 적지 않다.

국가 언어 정책도 특이하다. 모든 국민은 영어를 기본으로 구사할 수 있도록 하고, 거기에 중국어, 말레이어, 혹은 타밀어를 익히도록 한다. 영어의 싱가포르 현지화(싱글리쉬, Singlish)를 막기 위하여 표준 영어를 강조하는 것도 특징이다. 그런가 하면 공항, 지하철 등 주요 공공 시설은 영어를 기본으로 중국어, 말레이어, 타밀어가 병기되어 있다.

▲센토사섬 남단에서 바라본 싱가포르 항만


사용자는 많지 않지만 원주민 언어인 말레이어는 이곳에서 중요하다. 필리핀어(타갈로그어)처럼 말레이폴리네시아어의 한 줄기인 말레이어는 세계 6대 언어로서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태국 남부, 브루나이, 싱가포르, 그리고 필리핀 남부 민다나오섬 일부에서 쓰인다. 산스크리트, 아랍어, 타밀어, 힌두어, 중국어, 타이어, 포르투갈어, 네덜란드어, 영어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13-14세기 이후 아랍문자를 차용해서 표기하다가 아랍문자로는 말레이어 발음 표기에 충분치 않던 차에 19세기 말레이반도가 영국령이 되면서 로마문자로 표기하기 시작했다. 

퇴근 승객들로 붐비기 시작하는 MRT 차내에는 각 인종의 언어가 모두 들린다. 이러한 나라에서 통합과 질서를 위해서는 강력한 공권력이 필요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잘 아는 얘기지만 싱가포르는 경범을 엄하게 다스린다. 경범에 부과하는 벌금액 공지문이 위협을 준다. 쓰레기 무단 투척 같은 작은 경범에도 벌금은 기본적으로 1000 싱가포르달러(한화 82만원)다.

바로 이 다양성, 질서와 규칙의 순종, 다민족 소통을 위한 영어 공용어 교육, 다문화와 이질성에 대한 관용이 싱가포르의 경쟁력이 아닐까 한다. 최근 미국에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이민가고 싶은 나라 1순위가 싱가포르라는 결과가 타당해 보인다.

겔랑과 도심, 두 개의 다른 도시

예약해 놓은 호텔이 자리잡은 겔랑(Geylang)은 도시 동쪽, 즉 공항과 시내의 중간쯤에 위치한다. 겔랑은 재미있는 곳이다. 음식점과 각종 가게가 즐비한 거리를 이곳에서는 홍등가라고 부르기도 한다. 내가 보기에는 홍등가라기보다는 서민의 거리이다. 값싸고 맛있는 음식을 먹기 위하여 많은 사람들이 도심에서 일부러 찾아오기도 한다.

싱가포르는 호텔값이 매우 비싸서 고민 끝에 구한 저가 호텔이지만 생각보다 괜찮다. 작지만 기능적인 호텔은 혼자 묵기에 전혀 아쉬움이 없다. 호텔에 짐을 풀어놓자마자 큰 길로 나와 80번 2층 버스를 타고 하버 프론트(Harbor Front)로 향한다. 추울 정도로 에어컨이 잘 나오는 버스 2층 맨 앞자리는 나에겐 언제나 명당이다. 어둠이 내린 한적한 거리를 달리는 기분이 삼삼하다.

▲술탄 모스크와 아랍 스트리트


화려한 고층빌딩이 즐비한 도심은 겔랑과는 완전히 딴판이다. 말하자면 싱가포르판 ‘두 도시 이야기(Tale of Two Cities)’다. 겔랑은 알고 보면 싱가포르 소수민족들의 해방구이자 배출구인 것이다. 버스가 40분 걸려 비보 시티(Vivo City)에 도착하니 센토사(Sentosa)행 RWS 8번 버스가 금방 온다. 버스는 10분 이내에 센토사에 도착한다.

카지노를 비롯한 거대한 리조트 시설이 압도한다. 말레이시아 화교계열 재벌인 겐팅(Genting)이 투자하여 오픈한 곳이다. 개장한지 4년 밖에 되지 않았지만 카지노는 사람들로 넘친다. 외국인인 나에게는 입장료가 없지만 현지인들은 매번 거금 100 싱가포르달러(약 8만2000원)를 내야 하는데도 말이다.

싱가포르의 대중교통과 TV

카지노 구경을 마치고 나와 80번 버스를 반대 방향으로 타고 도심을 관통하여 겔랑으로 돌아온다. 싱가포르 대중교통은 서울 환승시스템을 벤치마킹하여 최근 거리비례 환승할인 시스템을 도입했다. 공항에서 구입, 충전한 ez-link 교통카드를 이용하여 MRT(전철)와 SBS(버스)를 마음껏 이용하니 편리하기 짝이 없다. 밤이 깊었지만 겔랑은 불야성이다. 인근 식당에 들러 국수와 맥주로 허기를 채우고 호텔로 돌아와 긴 하루를 정리하며 잠을 청한다.

싱가포르 TV는 미디어 코프(Media Corp)가 운영하는 영어 혹은 중국어 여러 채널이 주축을 이룬다. 케이블은 인근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의 말레이어 방송을 재전송해 준다. 오늘 뉴스에는 국내 뉴스, 동남아와 오세아니아 뉴스를 시작으로 멀리 인도, 동북아 지역 뉴스, 그리고 세계 뉴스까지 광범위하게 나온다. 아시아의 뉴스 리더십을 추구하는 싱가포르 미디어 코프의 의지가 엿보인다. 영어 채널 앵커들은 한결같이 완벽한 영어를 구사한다.

한국의 모든 미디어들이 글로벌을 외치지만 동북아 외딴 변방, 좁은 땅에서 벌어지는 사소한 이야깃거리에 발목이 잡혀 글로벌이라는 구호는 아직 공허하다. 최소한 뉴스에 관한 한 싱가포르 미디어는 세계 기준에 훨씬 가깝다.

▲클라크 키. 싱가포르의 대표적인 랜드마크다.


2일차(싱가포르)

오늘은 많이 걸어야 하는데 새벽에 강한 스콜이 지나가더니 선선한 날씨로 하루가 열린다. 호텔을 나와 버스로 술탄 모스크(Sultan Mosque) 앞에 내려 아랍거리(Arab Street)까지 걸었다. 깔끔하고 아름다운 술탄 모스크는 싱가포르 최대 이슬람 사원이다. 아랍 공예품과 카페트 등을 파는 가게들을 제외하고는 아랍거리는 이름만 상징적으로 남은 듯하다. 계속 걸으니 싱가포르 최대 상가 지역인 부기스(Bugis)가 나온다. 바로 근처에는 성요셉(St. Joseph) 교회가 자태를 뽐낸다. 신구가 조화된 건물과 깔끔한 거리에 덥지 않은 날씨까지 도와 주니 걷는 것이 즐겁다.

조금 더 걸으니 작고 아담한 아르메니아 교회(Armenian Church)가 나온다. 싱가포르에서 가장 오래된(1835년 건립) 기독교당으로서 싱가포르, 자바, 인도 지역의 아르메니아 공동체와 싱가포르 시민들의 모금으로 건립했다. 전통 아르메니아 양식으로 치장된 내부는 마침 공사중이어서 볼 수 없었다. 네오클래식 양식의 하얀 교회당은 작지만 인근 건물들과 우아한 조화를 이룬다. 시내 중심부에서는 몇해 전 문을 연 마리나베이 샌즈(Marina Bay Sands) 카지노호텔 옥상의 배 상징물이 멀리 보인다. 싱가포르의 새로운 랜드마크가 되어 방문자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아르메니아 교회 인근에는 소방서 건물 등 역사적 건물이 여럿 있다. 조금 더 가니 성앤드류스 성당(St. Andrews Cathedral)이 웅장한 자태를 드러낸다. 대법원(Supreme Court) 앞을 스쳐 국회의사당을 지나니 곧 클라크 키(Clarke Quay) 지역이다. 밤늦은 시간이 더 분주한 이 지역에 오전 시간에 도착하니 조용하기만 하다. 몇 블록 더 가니 차이나타운이다.

▲도심에서도 마리나베이샌즈호텔이 보인다.


차이나타운과 센토사섬

차이나타운 지역 푸드코트에서 치킨누들과 타이거 맥주로 점심을 했다. 중국 음식은 시간 절약에 그만이다. 중국 음식은 신속하게 조리해 낼 수 있기 때문에 세계적인 음식으로 자리잡았을 것이다. 차이나타운 지역에는 이색 볼거리가 많다. 노점상 거리인 파고다 거리(Pagoda Street)는 관광객들로 붐빈다. 싱가포르에서 가장 오래된 힌두교 사원(1827년 건립)인 스리마리암만 사원(Sri Mariamman Temple)은 남인도 특유의 인형 조각물과 장식물들이 아름답다. 마침 점심시간을 맞아 사원안은 기도를 드리는 사람들로 북적인다.

어젯 밤에 다녀왔던 센토사(Sentosa)로 다시 가본다. 비보시티(Vivo City)에서 모노레일 Sentosa Express를 타고 섬으로 들어갔다. 센토사는 말레이 반도의 남쪽 끝, 조금 더 과장하면 아시아 대륙의 가장 남쪽 지점에 해당하는 아주 작은 섬이다. 1942년 2월 태평양 전쟁 당시 말레이반도의 밀림을 헤치고 내려온 소수 병력의 일본 군대에 영국, 인도, 호주 연합군이 항복한 곳이기도 하다. 대영제국 군대의 치욕적인 패배로 전략 요충 싱가포르는 3년 6개월 동안 일본의 가혹한 통치에 놓이게 된다.

섬의 남쪽 끝에 가니 접안을 기다리는 수많은 대형 선박들이 멀리 보인다. 더 멀리에는 세계 최대 규모라는 원유 저장고가 있다. 세계 물동량의 1/3, 원유의 2/5가 지나는 곳이다. 한 해 처리하는 10만개 컨테이너 중에서 잃어버리거나 뒤바뀌는 컨테이너가 3개 밖에 없을 정도로 정밀하고 효율적인 처리 능력을 자랑한다. 세계 최대 자유무역항이라는 칭호는 그냥 주어지는 것이 아닌가 보다.

상전벽해 한 마리나베이

센토사를 나와 마리나베이(Marina Bay)로 이동했다. 불과 몇 해 전 이곳을 방문했을 때의 모습을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변했다. 그야말로 상전벽해다. 샌즈(Sands) 호텔은 전경(全景)을 압도하고 있고, 이곳을 세계 중심으로 꾸며 놓으려는 듯 해안을 따라 초대형 건물들이 즐비하게 들어섰다. 곳곳에는 낮밤을 가리지 않고 구조물들이 계속 신축중이다. 수많은 가게와 몰, 넘치는 인파... 관광과 금융의 중심이 되기 위하여 몸부림치는 이 나라의 모습에 그저 놀랄 뿐이다.

마리나베이를 나와 시내를 향하여 걸으면 곧 래플즈 플레이스(Raffles Place)에 닿는다. 세계 최대라고 자랑하는 유람차(Singapore Flyer)를 타려는 사람들로 긴 줄이 만들어져 있다. 싱가포르의 1인당 국민소득은 우리나라보다 훨씬 높지만 대중교통을 제외하고는 모든 물가가 비싸다. 패스트푸드가 기본적으로 10 싱가포르 달러(8200원), 즉 한국의 두 배 가깝다. 다른 물가도 느낌상 한국 물가의 1.5∼2배쯤 되어 보인다. 5성급 호텔은 할인 요금을 적용하고도 하룻밤에 미화 200달러(21만원)가 넘는다. 소득이 높아도 서민들의 삶은 결코 녹녹하지 않을 것 같다. 

비싼 물가에도 불구하고 관광객들이 넘쳐나고(연간 1000만명) 쇼핑몰과 놀이 시설에는 이용객들이 넘쳐난다. 그렇게 본다면 아직 물가가 비싸지 않은 한국은 오히려 관광 산업 경쟁력이 있어 보인다. 투자와 연구 개발 여하에 따라 한국의 관광 산업도 무한한 발전 가능성이 있음을 확신하게 한다. 그런 뜻에서 한국 교통 당국이 아시아 최대 저가항공사인 에어아시아(Air Asia)를 비롯해 여러 외국계 저가항공사(LCC, Low Cost Carrier)에 한국 취항 허가를 내준 것은 참으로 잘한 일이다.

(CNB저널 = 김현주 광운대 미디어영상학부 교수) (정리 = 정의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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