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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초대석]50년전 독일신문이 본 박정희 대통령

‘새로 쓴 한독관계 반세기展’ 개최한 황인자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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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최정숙 기자⁄ 2014.12.24 11:43:44

▲사진제공 = 황인자 의원실


▲ CNB저널, CNBJOURNAL, 씨앤비저널 

“조국이 못살고 가난해 이렇게 낯선 이역만리 타국에까지…. 지금 몹시 부끄럽고 가슴 아픕니다. 나에게 시간을 주십시오. 우리 후손만큼은 결코 이렇게 타국에 팔려나오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故 박정희 전 대통령이 1964년 독일을 방문했을 때 함보른탄광 공회당에서 파독(派獨)근로자들에게 남긴 유명한 말이다. 박 전 대통령은 당시 “국가가 부족하고 내가 부족해 여러분이 이 먼 타지까지 나와 고생이 많습니다. 이게 무슨 꼴입니까. 내 가슴에서 피눈물이 납니다”라고 말해 주변을 눈물바다로 만들었다는 일화가 있다.

지난 17일 개봉한 영화 ‘국제시장’과 올해 초 개봉한 영화 ‘수상한 그녀’는 파독 근로자가 등장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두 영화 모두 잊혀져가는 아픈 현대사의 단면을 건드렸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국제시장’이 파독 광부로 일하며 가족들의 생계를 책임졌던 우리 시대 아버지를 그렸다면, ‘수상한 그녀’는 파독 광부였던 남편이 사망하면서 자녀들을 위해 억척같이 살아온 우리 시대 어머니의 모습을 보여줬다.

대한민국이 개발도상국에서 오늘날의 경제성장에 이를 수 있었던 것은 파독을 기점으로 후손들에게 잘사는 조국을 물려주기 위한 부모님들의 조건 없는 헌신이 존재했음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1960년대 서독은 전후 한국의 경제부흥을 위해 재정·경제 및 기술 원조를 제공했고, 한국은 서독의 경제 재건에 필요한 노동력 지원 요청에 따라 광부와 간호사를 파견했다. 올해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독일 국빈 방문 50주년’이다. 파독의 역사도 어느덧 50년이 흘렀다.

이를 기념해 8일 국회 의원회관에서는 ‘새로 쓴 한독관계 반세기展’이 열렸다. 행사장에는 당시 역사의 현장을 기록한 독일 현지 신문과 사진들이 전시됐고 정의화 국회의장, 정갑윤 국회부의장,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 김을동·이정현 최고위원 등이 참석해 큰 관심을 보였다.

▲8일 국회 의원회관에서는 ‘새로 쓴 한독관계 반세기전’이 열렸다. 사진 = CNB


“한독관계50년, 중요한 역사적 진실 제대로 알리고파”

행사를 주최한 새누리당 황인자 의원은 17일 CNB와 인터뷰에서 “고난을 위기로 바꾸었던 우리 민족의 저력을 깨우치고 자유와 민주주의 체제가 보장되는 한반도 평화통일을 준비해 나가고자 한 것”이라며 전시회 개최 취지를 밝혔다. 

“평소 통일에 대한 관심이 많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통일대박론’을 제시하는 모습을 보고 저도 뭔가 의미 있는 일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자연스럽게 떠오른 것이 우리나라와 비슷한 시기, 비슷한 역사적 배경 속에서 나라가 나눠졌지만 통일을 이뤄낸 국가, 바로 독일이었습니다. 독일에 대해서는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갖고 있지만 정작 어떻게 통일을 할 수 있었는지, 전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인 대한민국에 필요한 통일의 과정에 대해서는 별로 알려진 게 없습니다. 그래서 독일 통일과정을 봤으니 이것이 우리에게 어떤 의미가 있고, 어떻게 남북통일에 적용할 수 있을까라는 문제에 좀 더 다가가고 싶었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역사를 바로 알아야 합니다.”

황 의원은 이번 전시를 통해 “그동안 가려진 중요한 역사적 진실을 제대로 알리고 싶다”고 말했다.

“1964년 12월 7~14일 박정희 대통령의 독일 방문은 소위 ‘경제원조 획득을 위한 여행’과 ‘눈물의 여행’으로 알려졌습니다. 한편으로 일리가 있어 보입니다만, 제가 접한 당시 우리 정부의 자료와는 사뭇 달랐습니다. 50년이라는 시간의 흐름 속에서 공식자료가 아닌 일부 인사들의 진술이 국내 언론을 통해 주로 소개되다보니, 훨씬 중요한 역사적 사실들이 가려져 있었습니다. 이를 바로잡기 위해 1964년 12월 4일부터 16일까지의 독일신문들을 입수해서 우리 정부 자료가 맞는지 아니면 떠도는 풍문인지를 가려냈고, 그 결과를 ‘새로 쓴 한독관계 반세기전’을 통해 공개한 것입니다.”

▲8일 국회 의원회관에서는 ‘새로 쓴 한독관계 반세기전’이 열렸다. 사진 = CNB


박 전 대통령의 독일 방문과 관련해 우리가 알고 있는 바와 당시 정부의 자료는 어떻게 달랐을까. 황 의원에 따르면, 당시 박 전 대통령의 방문은 독일 언론들로부터 매우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고 한다.

“현지 신문들은 독일 국빈 방문 이틀 전부터 방독 기간 내내 박정희 대통령을 ‘아시아의 프로이센인(人)’이라고 지칭하고 있었습니다. 즉, 독일인의 철학적 성격과 강철처럼 굳은 국민성을 사랑하는 박 대통령을 독일 통일의 주역이자 독일제국 건설의 주인공인 비스마르크와 비유한 것입니다. 박정희 대통령은 1963년에 ‘국가와 혁명과 나’라는 책을 집필했습니다. 독일 신문들은 이 책에서 ‘라인강의 기적과 불사조의 독일민족’이라는 내용에 주목했습니다. 그들은 박 대통령의 독일방문 목적이 미국 일변도의 경제관계를 지양하고 유럽과의 경제관계를 확대하기 위한 ‘슬기로운 외교행보’라고 호평했습니다. 당시 독일 신문에는 단 한 건도 박정희 대통령이나 대한민국에 대한 부정적인 기사가 없었습니다. 모두 긍정적이고 고무적인 기사들 일색이었습니다. 수집한 50종의 신문은 수없이 많은 독일 신문 중에서 무작위로 구입한 것이기 때문에 이런 논조는 당시 모든 독일 신문의 일관된 입장으로 보아도 무리가 없어 보였습니다. 국내에는 당시 ‘독일정부가 박정희 대통령을 푸대접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이는 무책임한 주장입니다. 이런 주장과는 정반대로 독일정부와 국민은 박 대통령에게 최고의 예우와 대접을 했습니다. 박정희 대통령이 독일의 쾰른-본 공항에 도착했을 때 에르하르트 총리, 뤼프케 대통령, 게르스텐마이어 하원의장을 비롯한 거의 모든 각료들이 나와 환영했다는 사실이 그 단적인 사례의 하나입니다. 이는 모든 독일 신문의 보도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독일 신문들은 박 대통령이 독일 국빈 방문을 통해 국제외교 무대에 성공적으로 데뷔했다고 평가했습니다.”


“박정희 대통령 독일 방문은 ‘평화통일 정책구상의 시발점”

황인자 의원은 박 전 대통령의 독일 방문은 “우리 정부의 ‘평화적인 통일정책 구상의 시발점이었다”고 밝혔다. 

“박정희 대통령의 독일방문은 우리 정부의 ‘평화적인 통일정책 구상의 시발점’이었습니다. 한독 양국은 ‘자유와 민주주의 체제가 보장되는 평화통일’을 대내외에 천명했습니다. 이는 박 대통령의 연설과 한독공동성명에 명기돼 있습니다. 이 원칙에 따라 독일은 박정희 대통령 방독 25년 후에 통일을 실현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아직도 분단의 고통을 해결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독일 국빈 방문은 박 대통령의 마음속 깊이 자리 잡았던 독일 사랑이 결실을 맺은 여행, 독일의 발전상을 벤치마킹하기 위한 철저한 학습여행이었습니다. 즉, 광복 이후 20년간 몇 발자국도 앞으로 나가지 못했던 조국을 일으켜 세우기 위한 애국적인 방문이었던 것입니다. 또한 주권재민 의식에 바탕을 둔 거국적인 정상외교였습니다. 이는 야당의원을 포함한 3명의 국회의원들이 공식수행원에 포함됐고, 귀국 보름 후 ‘박정희 대통령 방독록’이라는 순방자료집이 발간됐다는 사실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8일 국회 의원회관에서는 ‘새로 쓴 한독관계 반세기전’이 열렸다. 사진 = CNB


황 의원은 “대한민국 건국 이후 오늘에 이르기까지 우리 국가원수와 영부인이 해외순방 후 방문소감을 남긴 것은 1964년 독일방문이 유일하다”고 언급했다. 특히 독일 방문 당시 육영수 여사의 내조는 빛을 발했다고 강조했다.

“직접 기획한 ‘여류 한국’이라는 책을 교민과 독일인들에게 증정하는 등 선물에 대해 각별히 준비했다는 사실에서도 엿볼 수 있듯이 육영수 여사의 내조가 빛난 정상외교였습니다. ‘쾰르니쉐 룬트샤우(1964년 12월9일자)’ 기사를 보면 ‘대통령 옆에는 마치 황후와 같은 인상을 풍기는 육영수 여사가 동행한다. 쾰른 대성당 앞에 모인 수백 명의 쾰른 시민들이 찬사를 보내자 육 여사는 미소로 답례했다. 이어 대성당 계단을 올라가면서 아이들의 손을 잡아주기 위해 대통령 일행과 멀어지기도 했다’는 내용이 나와 있습니다. 독일 신문은 육 여사의 사회소외계층에 대한 관심과 배려, 그리고 박정희 대통령을 내조하는 모습을 보고 찬사를 아끼지 않았습니다.”


“우리 사회내 통일에 대한 의식 전환시켜야” 

황인자 의원은 박 전 대통령이 독일 베토벤할레에서 남긴 격려사를 가치 있는 연설 중 하나로 꼽았다.

“박정희 대통령은 1964년 12월 9일 베토벤할레에서 교포, 유학생, 간호사, 훈련생들과의 조찬에 앞서 격려사를 통해 ‘지금 이 세대의 우리에게는 유구하게 이어져온 하나의 민족, 하나의 조국, 하나의 역사를 보다 영예로운 것으로 만들 책임이 있고, 또 후손에게 물려 줄 책임이 있다. 우리가 이 일을 못한다면 우리 조상들을 우리가 원망하듯 다음의 후손이 우리 자신을 원망하게 될 것’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박 전 대통령의 ‘국가 경제 재건’이라는 사명이 독일방문을 계기로 확고하게 됐던 것을 엿볼 수 있습니다.”

‘라인강의 기적’은 서독의 경제적 발전을 이르는 말이다. 우리나라는 외국도 놀란 빠른 경제 성장으로 ‘한강의 기적’을 이뤄냈다.

“독일과 한국 양국 모두는 전쟁 이후 타의에 의해 분단의 슬픔을 함께 지니게 됐습니다. 폐허의 잿더미 위에서 타국으로부터 원조를 받기 시작하면서 힘겹게 걸음마를 떼었습니다. 독일과 한국 모두 진정한 평화는 민족이 하나 되는 것이라고 생각했고 이를 열망했습니다. 결론적으로 무력에 의한 통일이 아닌 평화적인 통일을 하려면 경제적 부흥과 자립을 통한 민족과 국가의 재건이 바탕이 돼야 한다는 국민적인 공감이 있었기에 (단기간의 경제성장이) 가능했다고 봅니다.”

독일은 통일을 이뤘지만 우리는 아직 분단국가 상태다. 황인자 의원은 통일을 위한 ‘흔들림 없는 확신과 행동’을 역설했다.

▲12월8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새로쓴 한독관계 반세기展’에서 김무성 대표와 황인자 의원이 대화하고 있다. 사진제공 = 황인자 의원실


“독일은 내전을 겪지 않았지만 베를린 장벽으로 대변되는 민족 간의 반목과 갈등을 겪었습니다. 50년 전 박 대통령의 방독에서도 볼 수 있듯이 통일에 대한 흔들림 없는 확신과 행동이 우선시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국제적으로 점점 고립되고 있는 북한과의 하나됨을 열망하는 국민적인 믿음이 우선시 돼야 합니다. 이를 근간으로 대북정책의 기조를 바로 세워야 무력통일이 아닌 평화통일, 민주적 통일로 성큼 다가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해 3월 독일을 국빈 방문해 ‘한반도 평화통일을 위한 구상(드레스덴 구상)’을 발표했다. ‘통일대박론’과 함께 통일에 한걸음 다가가기 위한 계획이다. 황인자 의원은 이를 실현하기 위해 ‘우리 사회 내 통일에 대한 의식 전환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과거에는 통일을 논할 때 남북관계 개선만 말하면 됐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남북관계 개선에 앞서 우리 사회 내의 통일에 대한 의식을 전환시킬 필요가 있습니다. 더불어 우리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인접국들과의 신뢰 프로세스 안착이 필요합니다. 통일은 대박이라는 박근혜 대통령의 발언도 이 같은 맥락에서 나왔다고 보고 저 역시 이에 공감합니다. 독일은 이미 통일을 넘어 통합을 달성했다는 점에서 우리에겐 한반도 평화통일의 모델입니다. 또 양국은 전쟁의 폐허를 딛고 세계가 놀란 발전을 이뤄낸 공통 경험을 갖고 있는 창조경제 협력의 훌륭한 파트너이기도 합니다. 앞으로도 우리나라는 새로운 한반도 통일시대를 열기 위해 독일과 견고한 협력관계를 유지해야 합니다. 박정희 대통령의 독일 국빈 방문 50주년을 맞아 독일과 사회통합, 경제통합 및 국제협력 등 각 분야별로 다면적 통일 협력 체계를 구축하고 독일의 통일과 통합 경험을 더욱 효과적으로 공유하는 계기가 됐으면 합니다.”

(CNB저널 = 최정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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