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쇄
  • 전송
  • 보관
  • 기사목록

[공연계 시선] 뮤지컬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스타 탄생은 무리였나

서현·주진모, 어색한 말투와 불안한 음정 아쉬워

  •  

cnbnews 김금영⁄ 2015.01.14 16:19:35

▲뮤지컬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에서 함께 호흡을 맞추는 배우 주진모(왼쪽)와 서현.(사진제공=쇼미디어그룹)

아시아 초연작 뮤지컬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가 베일을 벗었다.


뮤지컬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는 미국 남북전쟁 속에서 계속되는 고난과 시련에도 굴복하지 않고 일어서는 스칼렛 오하라의 파란만장한 삶과 사랑을 그린다. 미국 소설가 마거릿 미첼의 소설과 배우 비비안 리, 클라크 게이블이 주연을 맡은 동명 고전영화(1939년)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프랑스 라이선스 작품을 유희성 연출이 한국 버전으로 각색했다.


캐스팅 공개 당시 바다, 김법래, 마이클 리, 임태경 등의 출연으로 화제가 됐는데, 그 중 가장 많은 관심을 받은 이들이 바로 서현과 주진모였다. 서현은 두 번째 뮤지컬 출연작임에도 불구하고 또 대형 뮤지컬의 주역을 꿰찼고, 주진모는 뮤지컬 첫 데뷔 자체를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로 하게 됐다. 따라서 이들이 어떤 무대를 보여줄지 자연스레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새로운 뮤지컬 스타 탄생을 기대한 건 무리수였을까. 이들은 1월 13일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열린 미디어콜에서 어색한 대사와 불안한 음정으로 아쉬움을 남겼다.


▲서현(가운데)은 뮤지컬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에서 원하는 건 뭐든 손에 넣어야 직성이 풀리는 여주인공 스칼렛 오하라 역을 맡았다.(사진제공=쇼미디어그룹)

서현과 주진모는 각각 여주인공 스칼렛 오하라, 남주인공 레트 버틀러 역으로 하이라이트 시연에 나섰다. 스칼렛은 자신이 원하는 건 모두 가져야 성에 차는 당돌하고 도도한 매력이 특징인 인물이다. 평소 '바른 소녀' 이미지로 통했던 서현은 자신의 본래 이미지와 전혀 상반된 이 캐릭터를 표현하기 위해 고군분투했다. 자신은 남들이 생각하는 단순한 여자가 아니라고 어필하는 ‘그런 여자 아니야’와 미망인이 된 상태에서도 레트와 춤을 추는 ‘그 말’을 열창했다.


노래 자체는 매력 있었다. 이전에 접한 프랑스 뮤지컬 ‘모차르트 오페라 락’에서도 장르를 넘나드는 다양한 음악들이 극의 매력을 한껏 끌어올렸었는데, 프랑스 뮤지컬이 원작인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역시 이런 강점이 있었다. 획일화되지 않은 노래들이 흥미를 돋구었다.


그런데 이 노래의 매력을 전부 표현하기엔 벅찼다. 서현은 중저음에서는 허스키한 목소리로 매력을 한껏 드러냈지만 음이 높아질수록 불안한 기색을 보였다. 그래서 독창이 이어질 때는 조마조마하며 무대를 보다가 앙상블의 목소리가 함께 어우러질 때야 비로소 안심이 되는 현상이 벌어졌다. 노래 뿐 아니라 연기를 할 때도 절제되지 않은 과장된 도도함이 오히려 극을 부자연스럽게 만들었다.


▲주진모(가운데)는 뮤지컬 첫 데뷔작인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에서 남주인공 레트 버틀러 역을 맡았다. 겉으로는 냉철해 보이지만 사랑하는 여인 스칼렛 오하라에게 한결 같은 사랑을 보이는 인물이다.(사진제공=쇼미디어그룹)

주진모 또한 아쉬운 모습을 보였다. 레트의 캐릭터 자체에는 아주 잘 어울렸다. 마초적인 카리스마와 건방지고 무례하지만 거부할 수 없는 레트의 매력을 정말 잘 살렸다. 그런데 노래를 부를 때 아쉬운 모습이 부각됐다. 주진모는 미디어콜에서 전쟁을 반대한다고 외치는 ‘이방인’ 한 노래만을 시연했는데 기억에 또렷이 남을 만큼 강인한 인상을 남겼다.


서현과 비슷하게 중저음에서는 멋진 목소리로 노래를 잘 이어가는 듯 하다가 음이 높아질수록 호흡이 짧아지고, 발음이 잘 들리지 않았다. 이전에 뮤지컬 ‘아가씨와 건달들’에서 대사를 칠 때는 정말 매력 있었지만, 노래를 시작하면 그 매력이 반감돼 아쉬웠던 배우 류수영의 모습이 오버랩 됐다.


이날 미디어콜에서 서현은 “스칼렛에 빙의하는 걸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 공연 시작 전부터 거울을 보며 ‘난 스칼렛이다’라고 생각한다. 스칼렛 같은 도도한 눈빛과 행동을 평상시에도 하려고 노력했다”고 연습 과정을 밝혔다. 캐릭터에 몰입하려는 노력은 좋지만, 그 정도가 지나쳐 자연스러운 모습은 놓치지 않았는지 아쉬움이 남는다.


주진모는 뮤지컬 연습 중 힘든 점은 없었냐는 질문에 “힘들었던 부분은 거의 없었다”며 “첫 공연 때 객석을 보며 긴장했는데, 서서히 긴장감이 풀리면서 본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자신감이 붙고 있다”고 답했다. 하지만 지금은 일단 긴장의 끈을 잡아야 할 시기가 아닐까.


▲무대 위에서 함께 열연하는 스칼렛 역의 서현(왼쪽)과 레트 역의 주진모(오른쪽).(사진제공=쇼미디어그룹)

아쉬운 모습을 보이기는 했지만 얼마나 뮤지컬 연습을 열심히 했는지는 무대 위에서 드러났다. 구슬 같은 땀방울을 흘리며 대사 한 마디, 동작 하나도 놓치지 않고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었다.


앞서 언급했듯 서현은 이번이 두 번째, 주진모는 첫 번째 뮤지컬 출연이다. 프로는 무대 위에서 아쉬운 모습을 보이면 안 된다. 하지만 아쉬운 모습이 100% 없을 수는 없는 시기이기도 하다. 이제 막 뮤지컬 신인 시절을 떠나보내야할 이들이기에 쓴 소리도 감내해야 할 것 같다. 성실함을 인정받는 배우들이기에 앞으로 발전을 볼 수 있기를 기대한다.


뮤지컬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는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2월 15일까지 공연된다. 배우 김법래, 주진모, 임태경, 바다, 서현, 마이클리, 정상윤, 김보경, 유리아, 정영주, 박송권, 한동근 등 출연.

관련태그
CNB  씨앤비  시앤비  CNB뉴스  씨앤비뉴스

배너
배너

많이 읽은 기사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