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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현 건강 칼럼]가족도 고통받는 정신질환 ‘조현병’

병에 대한 의식부족과 무지·편견 극복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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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415호 김승현 고려대학교 구로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2015.01.29 09:09:35

▲ CNB저널, CNBJOURNAL, 씨앤비저널

(CNB저널 = 김승현 고려대학교 구로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일반인들에게는 다소 생소한 ‘조현병(調鉉病)’이란 병명은 이전에 정신분열병(정신분열증)으로 불리던 진단명으로, 국내에서는 2011년부터 개정되어 현재 공용 학술용어로 사용되고 있다.

‘정신분열병’이란 용어는 ‘schizophrenia’를 옮긴 것으로, 1908년 스위스의 정신의학자 파울 오이겐 블로일러(Paul Eugen Bleuler)가 이전에 사용되던 ‘조발성 치매’라는 병명 대신 ‘schizo(분열)’와 ‘phrenia(정신)’라는 용어를 조합하여 ‘schizophrenia’라고 개명하였고 이는 현재까지도 영어권에서 사용되는 질환명이 되었다.

그러나 정신분열병이라는 단어가 주는 부정적 편견과 오해로 최근 동양문화권에서는 병명을 개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지속적으로 제기되어 왔다. 일본에서는 정신분열병이라는 용어 대신에 ‘통합실조증(統合失調症)’, 홍콩에서는 ‘사각실조증(思覺失調症)’으로 개명하였고, 우리나라도 ‘조현병’으로 개명하게 되었다.

‘조현(調鉉)’이란 단어는 ‘현악기의 줄을 고른다’는 의미에서 비롯되었고, 조현병 환자에게서 보이는 정신사회적 기능의 혼란상태를 지칭하기 위해 채택되었다.

조현병의 유병률은 전체인구의 약 1%에 해당되는 드물지 않은 비율로, 환자는 물론 가족들도 함께 고통받으며 힘겨운 투병생활을 지속해야 하는 만성 질환이다.

발병은 대부분 후기 청소년기부터 시작되며 남자는 20세 전후, 여자는 조금 늦게 30대에 발병하는 경우가 가장 흔하다. 조현병이 10세 이전 혹은 60세 이후에 발병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흔히 보이는 증상으로는 피해망상, 관계망상, 종교적 망상 같은 사고장애, 환청, 환시, 환촉 같은 지각장애, 감정의 둔마, 즐거운 느낌을 표현하거나 타인의 감정을 공감하기 어려운 정동과 인지의 장애, 말수가 지나칠 정도로 줄어들거나 이해하기 어려운 단어를 구사하는 언어장애 등 정신기능의 전 영역에 걸쳐 심각한 증상들을 보일 수 있다.

지나칠 정도로 쉽사리 흥분하거나 자극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경우도 있지만, 급성기가 지나가면 사회생활이 극도로 위축되어 밖에 잘 나오려 하지 않고 타인과의 사회적 접촉을 어려워하며 집 안에서만 지내려는 경향을 보인다.

자폐적인 생활태도와 일상생활에 대한 무관심으로 개인위생관리를 잘하지 못해 지저분한 모습으로 내원하는 경우도 흔하다. 대부분의 환자들은 자신에게 정신적 문제가 생겼다는 병식이 부족하여 주변의 도움을 구하거나 자발적으로 치료를 받기도 어렵다.

환자 가족들에 의해 타의로 내원하는 경우가 흔하고 치료를 거부하는 경우도 종종 볼 수 있다. 병식의 부족, 자발성의 결여, 가족이나 일반인들의 정신질환에 대한 무지와 편견도 조현병을 조기에 발견하고 적절한 치료를 받을 수 있는 기회를 어렵게 만드는 주요원인으로 작용한다.

▲‘조현병’은 환자뿐만 아니라 가족들도 함께 고통받는 만성 질환이다. 사진은 기사 특정 사실과 관련 없음. 사진 = 연합뉴스


초기에 적절한 전문의 치료가 중요

조현병의 직접적인 발병원인은 아직 불확실하지만, 도파민과 글루타메이트를 비롯한 여러 주요 신경전달계의 균형이상이 증상의 발현과 관련이 있을 것으로 추측된다. 유전적 소인이나 태생기의 뇌신경계 발달 문제가 뇌신경회로망의 정상적인 성장이나 발달을 저해하여 조현병을 유발한다는 가설이 유력하다.

정신사회적 스트레스는 조현병의 직접적인 발병원인으로 작용하기보다는 증상의 일시적인 악화 혹은 질환의 재발과 더욱 밀접한 관련이 있으며 증상이 호전된 후에도 지나치게 심리적으로 압박을 받는 상황은 가능한 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대부분의 일반적인 질환과 마찬가지로 조현병도 가능하면 조기에 발견하여 치료를 시작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며 정신의학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과 수련과정을 거친 의사에게 치료를 받는 것이 필요하다.

모호한 심리상담이나 민간요법은 별 도움이 되지 않으며 일단 조현병이 의심되면 적극적으로 치료를 시작하고 유지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치료를 시작하는 시기가 늦어질수록 호전반응도 더디고 일상수준으로 회복하는 데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이 들기 마련이다.

1950년대 처음으로 항조현병약물이 개발된 후 60여년이 지나면서 현재는 많은 종류의 신약들이 개발되어 있고, 현재도 더 나은 치료효과를 거두기 위해 개발 진행 중에 있다.

하지만 아직도 조현병의 원인은 명확하게 규명되어 있지 못한 상태이고 치료약물 역시 그 치료효과가 기대에는 못 미치는 상황이다. 그러나 환자 개개인의 증상과 경과상태에 따라 어느 정도의 맞춤치료가 가능할 정도로 다양한 기전의 약물들이 개발되어 있으며, 약물의 부작용은 최소화하고 치료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숙련된 전문의도 적지 않다.

조현병이 다른 정신질환과 차이나는 점은 재발을 거듭할수록 질환의 심각도가 더욱 심해지고 일상수준으로 회복되기 어려워진다는 것이다. 치료기간도 다른 정신질환에 비해 길어 일반적으로 첫 발병 후 적어도 2년간의 유지치료가 권장되며 두 번 이상 재발한 경우에는 적어도 5년 이상의 장기간 유지치료가 필요하다.

치료에 대한 호전 정도는 환자 개개인마다 무척 다르지만 적절한 치료를 받는다면 대략 환자의 1/3은 거의 일상수준으로 회복할 수 있다. 1/3은 중등도의 증상이 지속되고, 나머지 1/3은 치료에도 불구하고 심각한 증상이 지속되는 난치성 조현병 환자군에 속한다.

조현병의 치료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적절하게 투약을 유지하는 것이지만, 급성기에는 약물치료 이외에도 전기경련요법이 도움이 될 수 있고, 유지치료 기간에는 심리치료, 인지행동치료, 직업치료 등의 재활치료 프로그램도 약물치료 못지않게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병식 부족으로 투약을 거부하여 재발을 거듭하는 환자에게는 장기지속형 주사제제가 큰 도움이 될 수 있으며 한 달 한 번의 근육주사만으로 매일 경구로 투약하는 효과와 유사한 치료효과를 나타낼 수도 있다.

결국 조현병의 경과에 영향을 미치는 결정인자는 조기진단과 조기치료, 충분한 기간의 적절한 약물유지 치료, 치료진과의 긴밀한 의사소통, 가족들의 적극적인 태도, 그리고 질병과 맞서 싸워 극복하려는 용기와 자존감 등이다.

(정리 = 안창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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