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NB저널=왕진오 기자) 서울 속 지구촌 이태원은 낮은 물론이고 밤부터 다음날 해 뜰 때까지 수많은 사람들의 발길로 문전성시를 이룬다. 이곳을 찾는 사람들은 이국적인 음식과 아기자기한 가게들이 숨어 있는 골목골목을 찾아다니며 색다른 동네를 찾았다는 성취감을 맛보고 다시 자신들의 삶의 공간으로 사라진다.
하지만 조그만 발품을 팔아 언덕을 올라가면 서울에서 가장 높은 달동네인 우사단길이 색다른 공간을 만들고 동네 사람들과 함께 잔치라도 벌인 듯 들썩이고 있다는 사실에 놀라게 된다.
일명 도깨비시장으로 불리는 이곳은 자연발생 주거 지역 중 아파트로 재개발되지 않고 한강변에 유일하게 남아있던 곳이었다. 2000년 뉴타운 지정으로 도시의 물리적인 변화가 멈춘 동네는 장밋빛 뉴타운 재개발 계획안이 지연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재개발이 고시되었기 때문에 건축 행위가 제한됐다. 기존 주민들이 개발의 꿈을 가진 투자자로 대체되어 지역 커뮤니티가 희미해지고 지역도 피폐해지기에 이르렀다.
아랫동네는 밤마다 불야성을 이루며 각종 소비와 유행의 용광로로 동네를 녹여내지만, 바로 위 골목에 있던 도깨비시장은 그야말로 거주민은 떠나고 나이든 어르신들만이 과거의 기억을 가지고 묵묵히 자리를 잡고 있게 된 곳이다.
이곳을 주목한 엘로퀀스는 용산구 우사단로 10길에 위치한 1층과 2층 그리고 옥상으로 구성된 빈 공간에 이태원 캠프를 꾸리고 건축전시, 도깨비시장 활성화 프로젝트, 사진 전시, 마을 의료봉사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행사를 펼치고 있다.
같은 기간 벽산 엔지니어링의 후원으로 진행된 '도깨비시장 프로젝트'는 아티스트 빠키가 참여해 서울에서 가장 높은 달동네 시장 중 하나인 도깨비시장을 예술적 감성으로 재해석했다.
낙후된 시장의 천막과 가림막을 교체하고 그 위에 빠키의 패턴 작업을 그려 넣었다. 또한 길 위에도 패턴이 이어져 상인들뿐만 아니라 도깨비시장을 지나가는 많은 지역 주민들에게 활기찬 분위기를 선사했다.
새해를 맞은 2015년 1월 30일∼2월 8일엔 세브란스병원의 후원금으로 이루어지는 '세브란스 기쁨 나눔 프로젝트 - 하하하 프로젝트'가 엘로퀀스의 3개월간 이태원프로젝트의 대미를 장식한다.
'하하하 프로젝트'는 세브란스 병원 간호국 입원간호 2팀과 엘로퀀스의 주최로 열린다. 엘로퀀스 이태원 캠프를 중심으로 이 지역에 따뜻한 의료봉사를 나누고자 세브란스 병원 간호국 입원간호 2팀이 직접 현장에 방문해 일일병원을 통해 지역사람들을 만난다.
의료봉사 뿐만 아니라 1월 31일과 2월 7일 당일 행사장에 방문하는 마을 분들께 소정의 쌀과 무릎담요를 선물로 주며 추후 쉼터 공간을 위한 평상과 시장 비닐봉투 제작을 후원한다.
엘로퀀스 이태원 캠프에는 스트리트 사진가 임수민의 '동네 사람들' 사진전도 2월 7일까지 펼쳐진다. 그녀는 현재 우사단 마을 동네 주민으로 우사단에 거주하며 만난 동네 사람들의 일상을 카메라에 담고 있다.
“할머니, 할아버지와 잊혀가는 존재들을 기록하고 그들의 진솔한 삶을 남기고 싶었죠.” 현장에서 만난 임수민 사진가는 그리운 옛날의 풍경이 없어진 것이 아쉬워 카메라를 메고 돌아다니다 우연히 이곳에서 발견한 어린 시절의 모습이 푹 빠져 아예 이 동네에 살고 있다고 했다.
그녀의 목표는 현재 철거와 재개발이 멈춘 이 동네가 언제까지 보존될 수 있을지 모르는 상황에서 아파트처럼 주거공간만이 아니라 살을 부대끼며 살아가는 동네의 따듯한 삶도 있다는 모습을 젊은이들에게 보여주는 것이다.
사람냄새 가득한 이태원 도깨비시장의 지난 3개월은 도심 재생이라는 하나의 거대 담론을 새롭게 정의하려는 작은 움직임의 현장이었다. 달동네 주민들에게 웃음소리를 다시 불러준 이태원 프로젝트는 앞으로 그들의 삶과 함께 호흡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