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 아티스트 - ‘나비 작가’ 김현정]“빛을 부수고 다시 합쳐 나비의 Navi(소명)를 표현”
▲ CNB저널, CNBJOURNAL, 씨앤비저널
(CNB저널 = 왕진오 기자) ‘나비 작가’ 김현정은 나비를 소재로 작품을 한다. 나비를 주제로 하는 작가도 많지만 그는 가장 현대적인 기법으로 독창적인 나비를 표현하는 아티스트로 통한다.
가녀린 날개로 수천km를 나는 강인한 생명력의 나비(nabi)를 통해 그가 표현하고 싶은 것은 ‘인간의 자유를 향한 의지와 생명력’이다. 나비는 또한 알에서 번데기로, 그리고 다시 멋진 나비로 환골탈퇴기에 재창조 또는 부활(rebirth)의 상징이기도 하다.
그의 작품 속에는 동양 불교철학으로서의 공(空), 서양 기독교 철학으로서의 혁신과 부활, 전통적인 설화와 신화 그리고 현대 물리학 개념인 무한과 유한이 서로 해체되고 재융합되며 조화를 이룬다.
▲Dreams of Butterfly, 53x37㎝, pigment inkjet print on smooth fine art paper, mulasec, 2009
그는 특히 생명의 근원을 빛으로 보고 빛의 삼원색을, 그것도 첨단 LED를 이용해 3차원 공간에 ‘빛으로 그린 그림’을 실현했다. 이어 그것을 다시 디지털 장비를 통해 2차원 캔버스에 옮김으로서 색의 삼원색으로 환원해 독자적인 작품세계를 이룩했다.
히브리어 나비는 예언자-사명자라는 의미
그는 스스로를 ‘나비 작가(nabi kim, kim hyung jung)’라고 부른다. 자신의 주요 주제를 말함과 동시에 히브리어 나비(Navi,Nabi)의 예언자, 사명자라는 뜻도 함께 포함한 명칭이다. 하나님이 준 달란트로 소명의식을 갖고 작업을 해나가겠다는 의지의 표명이다.
끊임없이 생명력을 추구하며 혁신을 모색하는 작가의 모습이 나비 또는 Navi를 닮아 있다. 다음은 김현정 작가가 말하는 자신의 작품 세계다.
▲Rebirth 058, 162x108㎝, LED and mixed media on fine art paper, 2012
“이른 시기에 결혼해 어려움이 있었다. 그러던 중 다시 작업을 시작하게 됐고 그때 소재를 고민하던 중 운명처럼 만난 것이 나비다. 돌이켜보면 현실에서 벗어나고 싶은, 자유에 대한 열망이 나비로 이끌었던 것 같다. 이후 나비에 매료돼 나비를 통해 나의 생각과 느낌을 표현해 왔다. 나비와의 동행이었다.
내 삶에서 힘들었지만 소중했던 경험은, 가족들의 죽음 뒤 찾아오는 사랑하는 이의 부재에 대한 허무였다.
여러 번 사랑하는 이의 죽음을 겪으며 ‘삶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스스로 던지게 됐다. 과연 죽음으로 생명은 끝나는 것인가, 나는 그분들을 기억하고 그리워하는데 그분들의 물리적인 죽음이 과연 의미 없는 것으로 사라져 버리는 것일까?는 의문이 이어졌다.
▲Rebirth 038, 160x115㎝, mixed media on canvas, 2013
그분들의 삶이 내 안에서 끊임없이 다시 살아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생명의 본질에 대한 탐구와 사유를 이어갔다. 그리고 ‘생명이란 물리적으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새롭게 무엇인가를 만들어가는 힘’임을 깨닫게 됐다.
나비를 통해 내 삶을 표현해 오는 과정에서, 삶과 죽음 그리고 생명에 대한 고민을 표현하는 데 나비가 참 좋은 소재임을 더욱 깨닫고 있다. 나비는 가녀린 날개로 수 천km를 나는 강한 생명력을 가지고 있다. 또한 마치 이 세상 존재가 아닌 듯 신비롭고 아름답다. 나비가 가장 내 마음을 사로잡는 이유는, 고요히 그러면서도 부지런히 날갯짓 하여 이상을 쫒아가고 날아오르는 열정을 가졌다는 것이다.
▲Rebirth 01458, 89x117㎝, 캔버스에 혼합재료, 2014
나비를 통한 작업 과정에서 생명에 대한 사유는 빛이라는 주제로 자연스럽게 연결됐다. 빛이 없다면 생명은 존재할 수 없다. 그런 의미에서 나비를 모티브로 사용하면서 빛으로 그 생명력을 표현해보면 어떨까 생각했다.
색과 빛은 삶-죽음처럼 둘이면서 하나
색은 빛이 없다면 존재할 수 없다. 또한 빛은 색을 통해 발현된다. 그러므로 빛과 색은 삶과 죽음이 둘이 아닌 것처럼, 음과 양이며 본질과 현상이고 둘이면서 하나다.
내 작품은 본질인 빛을 해체해 빛의 삼원색을 만들고 이들을 다시 융합해 새로운 나비의 색깔들을 만들어낸다. 끊임없는 해체와 융합을 통해 자신을 다시 조직해내는 생명현상과 연결되는 작업이다. 생명은 끊임없이 무엇인가를 새롭게 만들어 내는 힘이다.
▲Rebirth 014128, 200x137㎝, 캔버스에 혼합재료, 2014
작업은 내 삶을 찾아가는 여정이다. 그 길에서 나비는 언제나 멋진 길동무가 돼 주었다. 알에서 번데기로, 다시 나비로 허물을 벗고 자신을 변화시켜 멋진 모습으로 태어나는 나비에서 나는 의식의 전환을 통한 끊임없는 변화와 재창조의 힘을 얻는다. 내 작품이 보는 이에게 새로운 힘과 희망으로 부활하기를 바란다.”
‘재창조의 부활 - Rebirth‘를 주제로 작업하는 작가는 개인전 17번(서울, 함평, 순천, 뉴욕, 베이징, 도쿄, 홍콩, 카디프)과 초대-기획전 70여 회에 참여했고, 상명대학교 조형예술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현재 한국미술협회, 한국미학예술학회, 조형교육학회, 한국기초조형학회 회원이며, 백석대학교에 출강하고 있다.
왕진오 기자 wangpd@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