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은 건강 칼럼]등산갔다가 실려내려오지 않으려면
봄철 산행 응급상황 대처법
▲ CNB저널, CNBJOURNAL, 씨앤비저널
(CNB저널 = 김성은 중앙대학교병원 응급의학과 교수) 따뜻하고 햇살 좋은 나른한 3월의 어느 일요일 오후의 일이다. 등산복에 등산화를 신고 빨간 손수건을 맨 손목을 다른 손으로 받치고선 매우 아픈 표정을 한 아주머니가 응급실로 들어왔다.
등산을 갔다가 내려오는 길에 젖은 나뭇잎에 미끄러져 넘어졌고, 손으로 바닥을 짚으면서 다친 것이다. 엑스레이(X-ray)를 찍어보니 손목부위 골절이었다.
한 번은 사이렌 소리와 함께 119로 한 아저씨가 이송되어 왔다. 얼굴과 팔, 다리 여기저기에 찰과상과 열상이 있었고, 가슴 부위에 통증을 호소했지만 말하는 동안 술 냄새가 났다.
산행 중간에 막걸리를 마시고 등산을 하는데 나뭇가지를 잡았으나 가지가 부러져 1.5m 정도 미끄러져 굴렀다고 했다. 갈비뼈 여러 개가 골절되었다.
또 다른 어느 날, 119로 이송되어 온 남자 환자. 등산을 하다가 가슴 통증이 생겼다고 했다. 최종 진단은 급성심근경색. 등산이 건강에 좋다고 해서 그 날 등산을 갔다가 갑자기 통증이 생겼다. “예전에 가슴 아픈 적이 없었나요?”라고 묻자 “가끔 있긴 했는데 심하지 않아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따스한 봄날 야유회나 친목 도모를 위해 가족, 친구 혹은 동료들과 함께 등산을 가는 경우가 많다. 자연을 즐기면서 심신을 건강하게 하기에 등산은 좋은 운동임이 분명하다.
그러나 등산 도중 예기치 못한 여러 가지 응급상황이 발생할 수 있는데 산이라는 지형으로 인해 구급대원이 현장에 도착하기까지 많은 시간이 소요될 수 있다.
따라서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미리 대비하고 주의해야 하며 응급상황 발생 시 본인 혹은 주위 사람들이 이에 대한 대처와 처치 방법을 알고 올바르게 시행하는 것이 중요하다.
뼈노출 골절 때 억지로 밀어넣으면 안돼
상처부위 위아래 관절까지 모두 고정시켜야
등산을 하다가 일어나는 외상에는 여러 가지 형태와 원인이 있다. 비가 온 후이거나 습하고 이끼가 많이 끼어 있는 곳은 미끄러울 수 있다. 이때 몸을 지탱하기 위해 기대거나 나뭇가지를 잡다가 나무가 부러지면서 큰 상처를 입을 수 있다.
특히 술을 마시고 하는 등산은 매우 위험하다. 고혈압이나 당뇨, 심장질환 등이 있는 경우에 갑자기 무리한 등산을 하면 위급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서울 서초구 청계산 골짜기의 얼음이 녹아 만들어진 개울 너머로 등산을 즐기는 시민들. 사진 = 연합뉴스
부상을 입었을 때는 손상 부위를 움직이지 않게 고정하고 차갑게 유지하며, 가능하면 심장보다 높게 올린다. 뼈가 부러지는 부상을 입었을 경우는 나뭇가지나 두꺼운 종이, 옷가지, 손수건 등으로 묶어 고정한다.
또한 상처로 출혈이 있다면 깨끗한 수건 등으로 압박해 지혈한다. 개방성 골절로 뼈가 외부로 노출됐다면 뼈를 억지로 안으로 밀어 넣으려 하지 않아야 한다. 노출 부위를 통해 감염이 생길 우려가 있으므로 상처 부위를 깨끗한 수건으로 덥고 부상 부분을 고정시킨 뒤 빨리 병원으로 이송해야 한다.
고정 시에는 부상 부분뿐 아니라 위아래 관절 부위도 함께 고정하는 것이 좋다. 예를 들어 종아리 부분 손상 시 발목과 무릎 관절도 움직이지 않도록 같이 고정한다.
등반 코스-날씨 등 산행 사전준비는 필수
가벼운 염좌의 경우 따로 치료하지 않아도 저절로 낫는 경우도 많지만, 인대가 심하게 손상됐거나 파열된 경우라면 몇 주간 부목 고정을 해야 한다. 단순 염좌가 아니라 골절이 있을 수 있으므로 통증이 심하거나 지속되는 경우엔 반드시 진료를 받아야 한다.
등산을 하다가 극심한 가슴통증이 발생했다면 심장혈관, 즉 관상동맥의 이상을 의심해볼 수 있다. 특히 가슴이 터질듯 하거나 짓누르는 듯한 통증을 느낀다면 협심증이나 심근경색으로 발생하는 현상일 수 있다. 이런 증상이 발생하면 즉시 편안한 자세로 휴식을 취해야 하며 구조대에 도움을 요청해야 한다.
심혈관계 이상이 있는 사람은 무리한 등산을 피하는 것이 좋고, 혈관확장제를 미리 준비해서 증상이 나타날 때 복용하는 것이 좋다.
호흡곤란 증세가 나타났을 때도 등산을 중단하고 안정을 취해야 한다. 호흡을 깊게 천천히 하고, 증상이 좋아지지 않으면 즉시 도움을 청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등산 전에 등반 코스와 난이도를 미리 파악해 본인의 실력 및 건강 상태보다 무리한 등반을 하지 않는 것이다. 여러 명이 함께 가는 경우 일행 중 가장 약한 사람을 기준으로 등반 계획을 세워야 한다.
또한 날씨를 미리 파악하고 적합한 복장, 신발, 장비, 필요한 물품 등을 사전 준비하는 건 필수다. 주의 사항, 응급대처법을 잘 숙지하면 모두가 건강하고 안전한 봄철 산행을 즐길 수 있다.
(정리 = 안창현 기자)
김성은 중앙대학교병원 응급의학과 교수 babsigy@cnb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