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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색 전시]좋은 임금과 기린은 함께 나타난다는데…

화정박물관 ‘동물원(動物園)’전 “선조들이 동물 새긴 뜻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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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424호 왕진오 기자⁄ 2015.04.02 09:07:19

▲청동기린형향로(靑銅麒麟形香爐). 17세기 청나라. 사진 = 화정박물관

▲ CNB저널, CNBJOURNAL, 씨앤비저널

(CNB저널 = 왕진오 기자) 목이 긴 기린은 성군(聖君) 아래 태평성대가 이뤄지면 나타나는 상상 속 동물이었다. 중국 명나라 영락제(1360∼1424) 때 환관 정화(鄭和)가 대항해로 세계를 탐사한 뒤 목이 긴 동물 기린을 황제에게 바쳤다고 한다.

이 기린을 새긴 문양, 그림, 도자기, 향로 등이 중국과 한국에는 많다. 성군이 나타났기에 기린을 새긴 걸까, 아니면 반대로 성군이 영 안 나타나니 제발 좀 나타나라고 새긴 걸까? 선조들의 동물관을 보여주는 전시회가 서울 평창동 화정박물관에서 올 연말까지 이어진다. 그림과 공예품에 들어 있는 동물들의 조형성과 거기 담긴 뜻을 알아볼 좋은 기회다.

▲철화운룡문호(鐵畵雲龍文壺). 명나라, 17세기, 자주요(磁州窯) 산. 사진 = 왕진오 기자

그림, 공예품, 문방사우 등에 사용된 동물의 모습은 화조(花鳥: 꽃과 새), 영모(翎毛: 새나 짐승), 어해(魚蟹: 물속 동물), 초충(草蟲: 풀과 벌레), 금수(禽獸), 축수(畜獸), 용어(龍魚: 용과 물고기), 주수(走獸: 땅 위를 달리는 동물) 등으로 다양한 용어로 정리되며, 시대에 따라 그 의미와 범위가 다르게 쓰였다.

화정박물관은 3월 28일부터 소장품 5000여 점 중 동물 모습이 들어 있는 80여 점 작품을 동물의 생태환경 별로 땅(地), 하늘(天), 물(水)의 공간으로 나눠 전시한다.

공개된 작품 중에는 흔히 징그럽게 생각하는 박쥐가 있어 눈길을 끈다. 박쥐는 네 발 달린 짐승이면서 새처럼 날개를 갖고 있다. 박쥐를 뜻하는 한자어 편복(蝙蝠)의 ‘복’ 자가 복(福)과 발음이 같기 때문에 전통사회에서는 행복 상징 문양으로 다양하게 활용됐다. 두 마리가 함께 그려진 것은 복이 겹쳐 들어오라는 의미이며, 다섯 마리의 박쥐는 수(壽), 부(富), 강녕(康寧), 유호덕(攸好德: 덕을 좋아하고 행함), 고종명(考終命: 명대로 삶)의 오복을 상징한다.

▲박쥐 브리제 부채. 19세기 청나라. 사진 = 화정박물관

붉은 홍(紅)과 넓은 홍(洪) 역시 동음이의어로 붉은 박쥐는 홍복(洪福) 즉 ‘크나큰 복’을 의미한다. 박쥐는 동굴의 종유석을 먹고 1000년 이상을 장수하는 선계(仙界)의 동물로 여겨졌다. 신선의 쥐라는 의미로 선서(仙鼠)라 부르며, 불로장생하는 신선들과 어울리는 영물로 그려지기도 한다.

물에 사는 동물 공간에는, 임금을 상징하는 용(龍)이 빠질 수 없다. 17세기 명나라 자주요(磁州窯: 허베이 성에 있던 도요지. 단순하지만 확실한 붓놀림으로 무늬를 그린 화병, 물병, 그릇 등을 생산)의 철화운룡문호(鐵畵雲龍文壺)가 대표적이다. 

용은 상서로움과 절대적 권위의 상징으로 천자의 권력과 존엄을 대변했다. 경사와 길조(吉兆)를 나타내는 소재이므로 공예와 그림에 등장하는 용의 모양은 다양하다.

구름 속의 운룡(雲龍), 용 두 마리가 구슬을 다투는 쌍룡쟁주(雙龍爭珠), 두 마리의 용이 해를 받드는 쌍룡봉일(雙龍捧日), 잉어가 용으로 변하는 어변성룡(魚變成龍), 어미 용이 새끼와 더불어 바다를 휘젓는 용자희해(龍子戲海), 어미 용이 새끼 아홉 마리와 함께 있는 문양 용구자(龍九子) 등 다양한 문양이 구사됐다.

▲화정박물관 동물원 전에 설치된 방의(房毅, 1889~1979년) 작 용 그림. 지본채색, 청나라. 사진 = 왕진오 기자

동물에 의미 담고, 이를 문양으로 표현하고

동물을 그림으로 새김으로써 인류는 그 동물이 나타내는 풍요와 행운을 자기 것으로 만들고자 했다. 그래서 인류는 매우 이른 시기부터 회화 및 공예의 문양으로 동물을 사용했다.

회화의 시작으로 볼 수 있는 바위그림과 동굴 벽화에서도 다양한 동물 모습을 볼 수 있다. 옥기와 청동기 같은 예기(禮器)에 용, 사슴, 물고기 등 다양한 동물의 문양이 표현되어 있을 만큼 그 기원은 오래됐다.

옛사람들은 동물에 다양한 상징성을 부여하였으며, 이를 기물의 문양 또는 회화에 적용했다. 동물 각각이 지닌 특징, 신화 및 전설 속에서의 역할과 한자 발음의 유사성 등에 따라 복(福), 장수(長壽), 부귀(富貴), 공명과 출세 등 인간의 현실적이며 보편적인 소망뿐 아니라 종교적·정치적 권위 및 윤리적 가치 등을 투영했다.

이렇듯 다양한 상징성을 지닌 동물들이 도자기, 칠기, 복식, 부채 등 기물의 문양으로 장식됐고, 회화의 주제로 표현돼 인간의 삶과 문화를 더욱 풍요롭고 다채롭게 전개시켰다.

‘동물원’전을 기획한 화정박물관 장종선 학예사는 “그림과 기물에 나타난 다양한 모습을 살펴보는 동시에 각 동물이 가진 의미가 어떠한 형태로 구체화되고 생동감있게 표현되었는지를 살펴보는 특별한 기회를 드리고자 한다”고 전시 의미를 설명했다. 전시는 12월 31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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