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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쇄 문화의 정점, 판화의 역사와 쓰임을 한 자리서 조명

원주 명주사 고판화박물관 소장품, 국립민속박물관에서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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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왕진오⁄ 2015.06.02 16:38:44

▲2일 국립민속박물관에서 진행된 '인쇄문화의 꽃, 고판화' 설명회에 함께한 한선학 고판화박물관 관장(왼쪽)이 '오륜행실도' 목판을 설명하고 있다.(사진=왕진오 기자)

(CNB저널=왕진오 기자) 판화는 인쇄와 회화의 특성을 동시에 지니면서 흔히 '인쇄 문화의 꽃'으로 불린다.

조선시대 이전의 전통 판화는 책 앞에 대표적인 장면을 그린 ‘권수 판화(卷首版畵)’, 책 내용 사이에 삽입되어 내용을 도해한 ‘삽도 판화(揷圖版畵)’, 그림의 복제를 위해 별도로 제작된 복제 판화 등으로 나눠진다고 한국민족대백과 사전은 분류했다.

전통 판화는 오늘날 인쇄의 역할을 대신했고, 복제 판화를 제외하고는 설화적인 성격이 강하다. 판화 자체의 예술적 특성을 살려 창작한 작품은 서양 판화가 수용된 20세기에 들어서 나타났다고 볼 수 있다.

국립민속박물관(관장 천진기)이 원주시 명주사 고판화박물관(관장 한선학)과 함께 6월 3일∼7월 20일 기획전시실에서 특별전 '인쇄문화의 꽃, 고판화'를 진행한다.

이번 전시는 지역 공·사립 박물관의 소장품을 서울에서 만나볼 수 있게 하는 국립민속박물관의 연례 프로젝트인 'K-Museum(케이 뮤지엄)'의 첫 번째 전시로, 고판화박물관 소장품 100여 점을 △세상을 밝히자 - 지식 △소망을 담다 - 염원 △멋을 더하다 - 꾸밈으로 나뉘어 공개하는 자리다.

▲'인쇄문화의 꽃, 고판화' 전에 공개된 목련경. 조선 1470년.(사진=왕진오 기자)

'세상을 밝히다 - 지식' 공간에는 지식과 정보를 세상에 널리 전파하는 인쇄매체로서 판화의 특징을 살펴본다. 

유교를 국가 이념으로 하는 조선시대의 특색을 보여주는 '삼강행실도(三綱行實圖, 1434)'는 대개 교화의 수단으로 제작되어 같은 도상을 번각(飜刻, 한 번 새긴 책의 목판을 본보기로 다시 새김) 또는 복각(復刻, 한번 새긴 책판을 원본으로 그대로 다시 목판으로 새김)해 각 지방에 몇 부를 나누어 주면 각 지방에서는 다시 이를 번각해 일반 백성에게 배포하는 체제를 갖추었다.

'삼강행실도'의 간행을 계기로 조선 시대에는 ‘속삼강행실도 (續三綱行實圖, 1515)’, ‘이륜행실도(二倫行實圖, 1518)’, ‘동국신속삼강행실도 (東國新續三綱行實圖, 1616)’, ‘오륜행실도(五倫行實圖, 1797)’ 등 행실도류 판화가 계속 제작됐다. 이들 행실도는 당대 제일의 화원과 각수들이 제작한 우수한 작품이다. 이들 판화가 조선시대 유교 판화의 중추를 이루었다.

또한 17세기에는 일본에 전해져 '삼강행실도'를 복각한 '화각삼강행실도(和刻三綱行實圖)'가 제작되어 일본 판화에 영향을 미치기도 했다.

전시는 유교 덕목의 실천과 보급을 위해 간행된 것으로 오늘날까지 유일하게 전해지는 '오륜행실도 목판(五倫行實圖木板)’, 아미타불의 자비를 찬양하고 염불을 외워 정토왕생을 권하는 ‘덕주사판 불설아미타경(德周寺版佛說阿彌陀經, 강원유형문화재 152호)’, 효도의 경전으로 널리 읽혀졌던 ‘흥복사판 목련경(興福寺版目蓮經)’, ‘정희대왕대비 발원 변상도(貞熹大王大妃發願變相圖)’ 등 어려운 내용을 그림과 함께 풀어 대중에게 전달한 목판과 판화를 소개한다.

'소망을 담다 - 염원' 전시공간은 인간의 소망을 담아낸 판화들인 '선암사 오도자 관음보살', '천수천안관음도'처럼 우리나라 대중불교 확장에 영향을 준 판화를 보여준다.

▲국립민속박물관 기획전시실Ⅱ 앞에서 판화 판각 시범을 보이는 장인.(사진=왕진오 기자)

'멋을 더하다 - 꾸밈' 코너에는 책표지를 장식하는 데 사용됐던 능화 판화, 꽃과 새·길상 문자 등의 문양을 찍은 이불보, 시전지 같이 생활에 멋을 더한 판화, 사군자를 소재로 한 화훼도(花卉圖)의 유행을 엿볼 수 있는 ‘묵죽도(墨竹圖)’, 다색판화로 제작된 ‘십장생도(十長生圖)’ 판화도 볼 수 있다.

특히 우리나라 회화에 큰 영향을 준 중국 화보(畵譜)인 ‘개자원화전(芥子園畵傳)’ 초간본, 일본 히로시게(安藤廣重, 1797∼1858)의 우키요에(浮世畵) ‘야마나시의 사루하시 풍경(甲陽猿橋之圖)’은 최초로 공개된다.

한편 판화 유물 전시뿐만 아니라 목판을 종이에 찍어 내는 인출 및 판각 시연과 국제학술대회도 진행된다.

전시 기간 매주 일요일마다 전시장에서 한국 판화의 인출 시연이 펼쳐지며, 7월 5일 국립민속박물관 대강당과 로비에서는 한국과 일본 판화의 비교를 주제로 하는 국제학술대회와 교토 운소도(芸艸堂)의 우키요에 판각과 인출 시연이 열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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