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 골프-사이언스를 만든 설준희(왼쪽) 세브란스체크업 신체리모델링센터 자문위원과 골퍼 트레이닝을 담당하는 최송이 프로. 사진 = 안창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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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저널 = 김금영 기자) 골프 인구 500만 시대다. 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2008년 381만 명이던 골프 인구가 2014년 529만 명으로 늘었다. 늘어난 골프 인구만큼 관심 또한 높아졌다. 그 중 항상 거론되는 게 ‘골프를 잘 한다의 기준은 무엇인가?’와 ‘골프는 건강에 이로운가, 해로운가?’이다.
설준희 교수(세브란스체크업 신체리모델링센터 자문위원)와 최송이 프로(연세 골프-사이언스 실장)는 이 두 가지 질문의 답 모두에 “골프에 대한 바른 이해가 전제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골프를 단순 스포츠로 여겨 무조건 공을 멀리 쳐야 실력이 좋다고 생각하거나, 잦은 통증으로 건강에 해롭다는 인식이 많지만 두 케이스 모두 ‘골프는 기술’이란 공식에 빠져 있다는 것.
이들이 말하는 것은 ‘골프 과학’이다. 국내엔 아직 생소한 개념이다. 골프를 과학적인 관점에서 바라보고 신체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연구하는 학문으로, 관련 국제 학회인 ‘골프 앤 사이언스’가 2000년대 들어 열리고 있다. 2014년 9월 호주에서 제6회 학회가 열렸고, 2016년 7월엔 영국에서 열릴 예정이다. 설 교수는 꾸준히 이 학회에 참석해왔는데, 특히 인상적이었던 것이 2008년 학회였다고.
▲연세 골프-사이언스엔 어드레스 및 스윙 때 몸의 중심 이동을 분석해주는 장비(샘발란스)가 있다. 한 남성이 샘발란스에 올라가 드라이브샷 이후 자신의 몸 상태에 대해 듣고 있다. 사진 = 연세의료원
“당시 학회 발표 주제가 ‘한국 여자 선수들이 골프를 어떻게 잘 치느냐’였습니다. 한국 선수들의 실력은 전 세계적으로 알아주죠. 그런데 정작 학회 회원엔 한국인이 단 한 명도 없었습니다. 골프를 과학적-의학적 측면에서 접근하지 않고, 관심도 없을뿐더러 대부분 기술을 가르치는 데만 치우쳐 있다는 걸 느낀 순간이었죠. 선진국에선 골프에 신체과학의 개념을 2010년 들어서 도입하기 시작했는데, 우리는 아직도 문외한 수준이에요.”
설 교수와 최 프로가 골프 과학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이유는 몸에 대한 연구와 관련되기 때문이다. 손가락 근육이 약하면 골프채를 제대로 잡을 수 없고, 하체 근육이 약하면 스윙 때 제대로 몸을 지탱 못해 부상 위험이 커진다. 큰 근육만 이해한다고 끝날 문제가 아니다. 크고 강한 근육이 좋아도 주변을 연결하는 작은 근육이 부실하면 역시 영향을 받기 때문에 총체적으로 자신의 몸 상태를 제대로 알아야 부상 없이 효과적으로, 또 건강하게 골프를 칠 수 있다.
▲한 남성이 상, 하체의 움직임 각도 등 몸의 움직임을 분석해주는 장비(케이베스트)를 착용하고, 트랙맨 장비를 이용해 골프 스윙을 하고 있다. 트랙맨은 헤드 스피드, 페이스 앵글 등 골프 스윙 및 볼의 움직임을 26가지 데이터로 분석한다. 사진 = 연세의료원
설 교수는 “나이가 많아 골프를 못 한다는 건 어불성설”이라며 “그런 경우는 대개 몸에 대한 이해 없이 잘못된 방법과 자세로 골프를 쳤기 때문이다. 올바른 방법으로 즐기면 80~90대에도 할 수 있는 게 골프다. 나의 큰아버지 또한 93살까지 골프를 쳤다. 골프를 더 건강하게 치는 방법을 연구해 국내에 알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설 교수는 2012년 국내 처음으로 ‘신체 리모델링’ 또는 ‘신체디자인’ 관련 책을 내면서 이 분야를 소개했다. 건물을 리모델링 하듯 인체도 리모델링할 수 있다는 이론이다. 인체를 정밀한 디자인의 결정체로 바라보고, 이 디자인 원리에 따라 꾸준히 신체디자인 운동을 하면 멋진 신체 모양(shape)뿐 아니라 건강 또한 지킬 수 있음을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2014년엔 신체디자인과 골프를 결합한 골프 리모텍을 설립했고 지난 6월 8일 골프 리모텍의 확장 버전인 ‘연세 골프-사이언스’를 개소했다.
연세 골프-사이언스는 골프 스윙과 신체 상태를 체계적으로 분석해 균형 잡힌 신체를 만들고, 트레이닝을 통해 제대로 골프를 즐기게 하는 걸 목표로 한다. 골프를 치다 통증을 느껴 병원에 가면 의사들은 대개 “골프를 쉬어라” 또는 “수술을 받으라”고 하지만 설 교수는 “운동을 하라”고 운동처방을 내린다.
▲방사선 노출 없이 할로겐램프로 척추 및 골반의 구조를 측정하는 ‘척추 구조 분석’을 진행하고 있다.
“아마추어 골퍼 중 가장 많은 케이스가 한 쪽으로 몸이 휜 상태예요. 공을 멀리 보내려고 온 몸에 힘을 주고 한 쪽 방향으로 스윙을 하다 등, 허리, 발목 등에 무리가 가는 거죠. 그런데 마사지를 받으면 괜찮아지니 또 무리해 치다가 다시 아프고…. 이런 과정을 반복하다 나중에 문제가 심각해져서야 병원을 찾아옵니다. 또는 ‘수술만 하면 낫는다’는 생각만 하는 사람도 있어요. 하지만 몸을 위해 수술보다 먼저 적절한 운동을 생각하는 게 신체디자인 운동의 개념입니다.”
설 교수는 “수술은 일시적으로 몸 상태를 낫게 만들 수 있지만, 근본적인 몸의 균형 문제 등을 해결하지 않았기에 재발 가능성이 크다”며 “꼭 수술을 해야 하는 경우도 있지만 그렇지 않다면 가급적 교정 운동을 권한다. 자신의 체형 또는 성향과 맞지 않은 스윙으로 고생하는 골퍼가 많은데, 자신에 딱 맞는 스윙 메커니즘을 찾는 데 도움을 주는 게 우리 역할”이라고 말했다.
연세 골프-사이언스는 다양한 운동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26가지 신체 데이터, 스윙 중 몸의 움직임 분석치, 골퍼의 체형, 근력 상태, 척추 및 골반 구조를 분석한 자료를 토대로 해당 골퍼에 가장 잘 맞는 운동 방법을 처방해준다. 분석실, 연습실, 운동공간, 휴게라운지 각 공간은 목적에 맞는 프로그램을 갖췄다.
첫 번째로 분석실은 신체디자인 검사와 골프 스윙을 분석하는 ‘분석 패키지’를 진행한다. ▲방사선 노출 없이 할로겐램프를 이용해 척추 및 골반의 구조를 측정하는 척추구조 분석 ▲하체 및 척추 근력 측정 ▲전신을 스캔해 체형 기준선에 대한 전후-좌우 정렬의 정도와 자세, 체형 비율 및 전신 균형을 측정하는 3D 체형 분석 ▲보행 중 발바닥의 지면 반발력과 체중 중심점의 이동 경로를 측정한 보행 분석을 각각 실시한다.
▲연세 골프-사이언스의 운동공간에서 최송이 프로가 도구를 이용한 균형 잡기 운동법을 시연하고 있다. 사진 = 안창현 기자
골프 스윙 분석은 다음과 같이 구성된다. ▲초고속 카메라로 스윙 자세를 촬영해 어드레스, 백스윙, 다운스윙, 임팩트, 피니쉬 등을 보는 스윙 영상 분석 ▲상, 하체 움직임의 각도 등으로 신체 움직임을 분석하는 장치(케이베스트) ▲어드레스 및 스윙 때 몸의 중심 이동을 분석하는 장치(샘발란스) ▲헤드 스피드, 페이스 앵글 등 골프 스윙 및 볼의 움직임을 26가지 데이터로 분석하는 장치(트랙맨) ▲유연성 검사 등이다.
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운동공간에서 몸을 단련하는 트레이닝을 받고, 연습실에서 골프 스윙 교정이 이뤄진다. 운동 방법은 어렵지 않다. 인터뷰 도중 최 프로는 운동공간에 마련된 한 기구에 올라타 직접 몸의 중심을 잡는 트레이닝을 보여줬는데, 조금만 익숙해지면 금방 따라할 수 있는 운동이었다.
이밖에 유연성 강화를 위한 스트레칭, 근력 강화를 위한 운동 등 프로 골퍼뿐 아니라 아마추어와 시니어까지 무리 없이 접근할 수 있도록 돕는다. 운동공간 사면에 설치된 거울로 운동 때 자신의 자세를 확인할 수 있다. 연습실에는 전면에 골프장 영상이 펼쳐져 실제 골프장에서의 스윙 때 공이 날아가는 방향과 거리 등을 간접체험 할 수 있다.
설 교수와 최 프로는 골프 과학의 중요성과 효과를 스스로 느낀 장본인들이다. 일찍부터 골프에 빠진 설 교수는 “잠자리에 누워도 골프공이 눈앞에 오락가락 하고, 수술 중 수술 도구를 달라는 게 나도 모르게 ‘7번 아이언 줘’라고 말이 헛나오기도 했다”고 할 정도로 골프 사랑이 각별했다.
그러다 어느 날 몸에 통증을 느꼈고, 자세가 올바르지 않음을 발견했다. 그는 지금도 어깨 스트레칭과 척추 바로 세우기 운동을 꾸준히 하는데, 덕분에 골프할 때 통증이 많이 줄었다. 그는 “가만히 선 아파트도 세월이 가면 녹이 스는 것처럼 나이가 들수록 근육이 약해져 골프가 힘들다고 느껴진다”며 “적절한 운동으로 관리를 해야 노년 골프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최 프로의 삶은 골프가 거의 전부다. 골프 국가대표(2004~2005년), KLPGA 정회원, 미국 LPGA 투어프로(2007~2011년)를 지냈고, 현재 골프 국가대표 상비군 코치로도 활약 중이다. 그는 활발한 선수 활동을 하던 중 왼쪽 목과 양쪽 어깨에 부상을 입어 1년 반~2년 가까이 슬럼프를 겪었다. 그러던 중 신체디자인을 통해 설 교수와 인연을 맺었고, 골프 리모텍부터 연세 골프-사이언스에 이르기까지 꾸준히 교정 트레이닝을 받아 현재 건강한 몸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오른쪽 다리에 극심한 통증을 느껴 백스윙을 하지 못했던 연세대 모 교수도 연세 골프-사이언스를 찾아 건강을 회복했다. 최 프로는 “처음엔 의자에 가만히 앉아 있는 것도 힘들어 할 정도로 그 교수의 몸 상태가 좋지 않았다. 통증을 잡는 법과 스윙 교정 방법, 근육 강화 트레이닝을 알려드렸더니 지금은 ‘골프도 골프지만 몸 자체가 정말 건강해졌다. 다니지 않던 등산도 다닐 정도로 몸이 좋아졌다’고 말하더라. 그때 정말 뿌듯했다”고 말했다.
연세 골프-사이언스에는 현재 어린 아이부터 80대까지 다양한 연령층이 방문하고 있다. 앞으로 신체검사 및 트레이닝으로 교정받고, 실제 골프장에 나가 실습하는 연세골프아카데미를 추가로 선보일 계획이다.
설 교수는 “골프 기술에 올바른 신체디자인이 적용돼야 골프를 건강히 오래 즐길 수 있다. 자라나는 아이들은 몸을 망치지 않고 골프를 배우고, 노년에 이르기까지 오래 즐기는 과학적 노하우를 제공하고 싶다”고 말했다. 최 프로는 “골프는 건강에 별로 도움이 안 된다는 인식이 많았지만 앞으로 연세 골프-사이언스는 건강을 지키는 골프 트레이닝의 개념을 구축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금영 기자 geumyoung@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