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국가 부도 우려와 중국 증시 폭락 여파로 투자자들이 투매에 나서며 이틀간 국내 증시에서 50조 원이 증발하자, 한국거래소가 올해 처음으로 ‘비상 시장 점검회의’를 개최하는 등 시장 모니터링 강화에 나섰다.
7일 거래소와 금융정보업체 와이즈에프엔에 따르면 그리스가 국민투표를 통해 채권단의 추가 긴축 요구안을 거부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이후, 6~7일 양일간 코스피와 코스닥시장의 시가총액이 총 50조 7860원 감소했다.
그리스 사태 이후 ‘그렉시트(그리스의 유로존 탈퇴)’ 우려가 커진 데다, 중국 증시도 정부가 부양책을 내놨지만 연일 급락세를 이어감에 따라 국내 증시도 투자 심리가 크게 얼어붙은 것으로 보인다.
이에 거래소는 ‘비상 시장 점검회의’를 개최한 데 이어, 필요 시엔 ‘시장운영 비상 대책반’을 가동해 시장 안정화 조치도 시행할 예정이다. 비상 대책반은 과거 북한의 핵실험이나 미국 신용등급 강등과 같은 대내외 큰 충격이 발생했을 때 꾸려진 바 있다.
거래소 관계자는 “비상 대책반까지 꾸려질 경우 금융당국과의 협의를 통해 가격제한폭의 일시적 축소, 공매도 제한 등의 조치가 검토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날 코스피시장의 시총은 1270조 6380억 원으로 지난 3일(1310조 7710억 원) 대비 40조 1330억 원이 감소했으며, 코스닥시장은 같은 기간 209조 1850억 원에서 198조 5320억 원으로 10조 6530억 원 줄었다.
코스피지수는 전날 3년여 만에 가장 큰 낙폭(-2.40%)을 기록했고, 이날도 0.66% 하락해 2040.29까지 떨어졌다.
코스닥지수 역시 이틀 연속 2%대 낙폭을 보였다. 이날 2.97% 하락한 729.64를 기록했는데, 장중엔 4% 가까이 폭락하는 등 롤러코스터 장세를 연출했다.
특히 그간 고평가 논란 속에서도 주도주로서 주가 상승을 견인했던 바이오·제약주가 하락세를 이끌었다. 코스피 의약품 업종지수는 13.16% 폭락했으며, 코스닥 제약 업종지수도 8.17% 급락세를 보였다.
한 증권사 투자전략팀장은 “시장에 대한 우려가 커지며 전반적으로 수급이 불안한 상황에서 외국인에 이어 기관이 차익매물을 쏟아내고 있다”며 “그리스 등 대외 악재가 지속될 것으로 보여 분위기를 쉽게 전환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또 주도주였던 바이오 주와 화장품 주의 주가 변동성도 당분간 확대될 전망”이라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