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그룹 창작 지원 ④]“공모전 낙선이 겸손과 긍정마인드 키워”
‘프로젝트S’ 지원받은 정은경 작가
▲‘2호선 세입자’의 시나리오 작가 정은경. 사진 = 이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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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저널 = 이진우 기자) “당신은 절대 안 된다. 글쓰기에 소질이 없다. 지금 포기하는 게 좋을 것 같다.” 정은경 작가는 이 말을 전하며 울먹였다. 지방에서 상경한 ‘시골 아가씨’ 정 작가는 처음 미술 일을 하다가 어려서부터의 꿈인 글쓰기를 배우고자 시나리오 학원에 갔다. 하지만 이런 평가를 받았다.
그는 “울면서도 억울한 마음에 ‘두고 봐라’며 이를 악물고 열심히 글을 썼다. 사실 이 세상에 마음먹어 안 되는 건 없는 것 같다. 겸손한 마음과 긍정적인 마인드가 글에 묻어난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연재 중인 웹툰 ‘2호선 세입자’의 영화화를 위한 시나리오 작업을 하고 있다.
어려서부터 이야기를 좋아했던 그가 서울에 올라와 들어간 첫 직장은 게임 회사였다. 애니메이션 콘텐츠 사업팀 디자이너로 일했다. 그런데 하는 일은 주로 외주 포스터를 제작하는 업무였다. 자신의 미래와 잘 맞지 않는 일 같았다.
“서울에 와서 처음 본 지하철이 신기했다. 그런데 지하철에서 도구를 펼쳐놓고 그림을 그리면 주위에서 눈총이 온다. 잘난 체 한다는 듯이. 하지만 펜과 종이를 갖고 글을 쓰면 누구도 관심을 갖지 않았다. 시나리오부터 배우는 게 빠를 거라는 생각에 학원에 등록했다. 지금 쓰는 작품의 아이디어 대부분이 2년간 학원에 다닐 때 생각했던 것들이다.”
▲사람들로 붐비는 지하철 2호선 강남역. 사진 = 서울메트로
지하철 2호선은 승객이 많기로 유명하다. 정 작가는 2호선을 타는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루는 게 어렵다고 토로했다. 외국인에 대한 인종 차별이나 사회문제 이야기를 쓰는 것은 조심스럽기까지 하다.
정 작가는 시간이 나면 카메라를 메고 2호선을 탄다. 몇 바퀴를 돌다가 배경이 될만한 역의 사진을 찍고 메모를 한다. 할머니를 만나면 엉킨 머리카락을 떼어주기도 하고, 이런 것이 사람들의 진정한 정이라며 메모를 해둔다.
지하철 처음 탄 시골 아가씨
서울에 와서 처음 본 지하철은 신기했지만 두려움의 대상이기도 했다. 실수하면 사람들이 촌사람이라고 놀릴까봐서다.
“처음 지하철을 탔는데 사람들이 손잡이를 잡지 않고 온갖 포즈로 서서 버티고 있었다. 손잡이를 잡으면 촌사람이라고 놀림 받을까봐 팔짱낀 채 버틴 적도 있다”며 “버스 노선은 복잡해 지하철만 탔는데 나중에 환승역까지 외우는 나를 보고 ‘이제 서울 사람 다 됐구나’라고 생각했다”고 회상했다.
그녀가 세 들어 사는 집주인의 직업은 2호선 기관사다. 지하철 사람들 이야기를 쓰기로 한 그는 집주인에게 부탁해 2호선 차고지에 들어가 사진도 찍고 영감을 얻을 수 있었다. “지하철 의자 뚜껑이 진짜로 열리더라. 안이 비어 있다는 것도 처음 알았다. 정비를 지켜보면 천정도 열린다. 대외비여서 사진이나 상세한 내용은 말씀드릴 수 없다. 이곳에서의 경험을 포함해 내가 쓰는 작품이 결코 허황되지 않다는 것을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정 작가는 CJ 프로젝트S에 두 번 작품을 냈다. 연거푸 낙선을 하면서 CJ를 원망하기도 했다. 하지만 곧 낙선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음을 알게 됐다. 이렇게 긍정적 마인드로 전환하니 이런 생각들이 작품 속에 고스란히 녹아 들어가기 시작했다.
“CJ문화재단은 물질적 지원뿐 아니라 신인이 부닥치는 여러 문제의 해결에도 지원을 해준다. 멘토 피디와의 1대1 면접을 통해 작품을 만들고, 이에 대한 저작권 보호까지 철저히 받는다. 대형 기획사들과의 만남에서 동등한 입장에서 협상할 수 있도록 자신감을 심어주기도 한다.”
그는 “스토리텔러를 꿈꾸는 사람들이 공모전 실패에 연연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실패에는 타당한 이유가 있게 마련이다”며 “원망하는 마음보다 긍정적인 마인드와 겸손한 마음으로 글쓰기에 전념하기를 바란다”고 조언했다.
이진우 기자 voreolee@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