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그룹 창작 지원 ③]“가사에 음악 얹어 감정 전달 때 희열”
뮤지컬 ‘풍월주’의 정민아 작가·박기헌 작곡가
▲뮤지컬 ‘풍월주’ 작가 정민아(왼쪽), 작곡가 박기헌. 사진 = 이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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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저널 = 이진우 기자) 뮤지컬 ‘풍월주(바람과 달의 주인 풍.월.주./風月主)’가 더욱 강력해진 캐스팅과 한층 업그레이드 된 작품성으로 오는 9월 8일 대학로 쁘띠첼 씨어터에서 개막한다. 풍월주는 자유연애가 활발하던 신라 시대에 높은 신분의 여인들을 접대하던 ‘운루’ 술집에서 풍월(남자 기생)인 열과 사담, 그리고 진성여왕의 얽히고 얽힌 사랑을 다룬다. ‘남자 기생이 있었다면?’이라는 상상에서 비롯된 러브 스토리다.
열은 가장 인기가 많은 풍월이지만 어느 여자에게도 마음을 주지 않는다. 그런 그의 뒤에 서 있는 또 다른 풍월 사담, 그리고 열을 사랑하는 진성여왕의 이야기가 운명처럼 전개된다. 이 창작 뮤지컬은 2010년 CJ 크리에이티브마인즈에 선정돼 일찌감치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풍월주의 정민아 작가와 박기헌 작곡가를 만났다.
정 작가는 어려서부터 글쓰기를 좋아했으며, 13세 때 그의 꿈은 작가였다. 학창시절에 이어 사회생활을 하면서도 글쓰기를 놓지 않았다. 대학 때는 습작을 해오다가 25살 때부터 본격적인 글쓰기를 하며 작가의 길에 들어섰다.
“지금까지 8년 동안 동화에서 뮤지컬 가사에 이르기까지 작가의 길을 걸어왔다. 앞으로도 변함없을 것 같다. 글쓰기는 유일한 내 호흡이고 벗이며 스승이다. 좋아하는 일을 한다는 것은 인생에서 참으로 축복을 받는 일이다. 계속해 좋은 작품 쓰기를 기대한다.”
박 작곡가 역시 어려서부터 음악을 꿈꿨다. 중학교 때 시작된 음악은 평생 직업이 됐다. 그는 “요즘은 굳이 음대를 나오지 않더라도 얼마든지 실용음악을 할 수 있다. 우연한 기회에 실용음악을 배웠고 대학 졸업 뒤 영화 음악을 시작했다”며 “그러던 중 전부터 알고 지내던 정 작가의 제안으로 ‘풍월주’를 통해 CJ 크리에이티브마인즈와 인연을 맺고 지원을 받을 수 있었다.”
첫 공연 반응 좋아 세 번째 시즌 이어져
풍월주는 2012년 5월 첫 공연을 했다. 초연부터 매진 행렬이 이어졌다. 좋은 반응에 멤버들 역시 신이 나 열정적으로 공연을 했다.
▲뮤지컬 ‘풍월주’ 공연 장면. 사진 = CJ문화재단
정 작가는 “관객들의 과분한 사랑을 받았다. 기억에 남는 일은 초연 때의 사고였다. 마지막 엔딩 신에서 무대 위의 천이 풀리며 끝까지 내려와야 했는데, 반만 풀려 중간에서 걸리고 말았다. 결국 배우와 스태프가 끌어내려야 했다”면서 “그래도 관객들은 이해하고 넘어가 주셨다. 재연 때는 공연 규모를 키웠는데 극장이 좀 허전했던 게 아쉬움으로 남는다. ‘풍월주’가 신인의 창작 뮤지컬임에도 많은 관객이 호응해줘 세 번째 공연 시즌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풍월주’ 음악을 담당한 박 작곡가는 뮤지컬이 처음이었다. 영화나 드라마 음악을 주로 한 그에게, 대사에 음악을 얹어 감정을 전달하는 일은 어려웠다. 열심히 만들기는 했지만 불안한 마음은 여전했다.
“풍월주의 음악이 어필할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이 있었다. 그때 정 작가가 잘한다고 격려해주면서 힘을 얻었고, 이후 큰 막힘없이 순조롭게 써나갈 수 있었다. 배우들과 첫 연습을 할 때 음 하나하나에 가사가 입혀지며 목소리로 전달될 때 강한 에너지를 느끼며 음악을 한 이래 가장 큰 희열을 느꼈다.”
하지만 박 작곡가는 두 번째, 세 번째 시즌에서는 콘셉트가 바뀌며 감성이 이어지지 않아 고생했다고 털어놓았다. 또 신곡을 써야 하는데 전혀 안 써진다는 하소연이다. 그는 “아마도 가슴이 두근두근하는 신인 감성이 많이 사라진 탓”이라며, “하루빨리 초심을 찾아 곡을 쓰고 관객을 맞이해야겠다”고 다짐했다.
창작자의 삶은 길고 멀게 가야 하는 길
‘풍월주’는 2011년 CJ 크리에이티브마인즈의 존재를 우연히 알고 급하게 준비해 지원했다. 운 좋게도 단번에 선정돼 지원을 받을 수 있었다. 창작예술인 중에는 낯을 가리고 폐쇄적인 경향이 있지만, CJ가 진정성 있게 인간적으로 보살펴주는 역할을 해 큰 도움이 됐다고 한다.
정 작가는 “창작자의 삶은 길고 멀게 가야 한다. 공모전에 일희일비하지 말고 잘 준비하면 언제든 기회는 온다는 믿음을 현장에서 깨달았다. 나 자신이 조언받고 싶은 이야기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박 작곡가는 “음악을 하는 청춘들이 아티스트로서의 자존심을 갖고 자신의 존재를 알리고 홍보에 적극적이면 좋겠다. 내 음악이 없으면 영화든 드라마든 뮤지컬이든 무대에 올릴 수 없다는 자긍심을 갖길 바란다”고 조언했다.
이진우 기자 voreolee@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