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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주의 나홀로 세계여행 - 프랑스]50대에 처음 와본 파리를 악착같이 즐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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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447호 김현주 광운대 미디어영상학부 교수⁄ 2015.09.10 09:14:06

CNB저널, CNBJOURNAL, 씨앤비저널

(CNB저널 = 김현주 광운대 미디어영상학부 교수)

17일차 (파리)

축복받은 파리의 날씨?


운이 좋은 건지 원래 그런 건지 모르겠으나 이번 여행 중 유럽 지역 여름 날씨는 그만이다. 루마니아에서 에어컨 달린 호텔에서 마지막으로 머문 이후 줄곧 내가 묵은 2성, 3성급 호텔에는 에어컨이 없었다. 파리도 마찬가지다. 지금 8월 초순, 밤에는 선선하고 낮에는 따뜻하고 하늘은 청명하다. 열대야는 없다. 유럽의 중심으로서 손색없는 축복받은 땅 아닌가?

반드시 가봐야 할 팡테옹

지하철을 바꿔 타면서 뤽상부르 역에 도착했다. 뤽상부르 정원을 지나 왼쪽으로 소르본느 대학가를 지나니 곧 팡테옹(Pantheon)이 나타난다. 신전이라고 해야 할지 기념관이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파리에서 가장 인상 깊은 건축물이다. 이탈리아 건축물이 화려하다면 프랑스 건축물은 우아하다. 홀 중앙에는 ‘자유롭게 살 수 없다면 죽겠다(Vivre libre ou mourir)’는 문구가 눈에 금세 띈다. 지하에는 볼테르, 루소, 위고 등 프랑스 역대 위인들의 묘지가 있다.

지하철로 몇 정거장 안 되는 곳에 파리의 3대 묘지 중 하나인 몽파르나스 묘지가 있다. 이곳에는 내 눈에 얼핏 띈 것만으로도 보들레르, 세자르, 드레퓌스, 뒤르켐, 극작가 이오네스크, 모파상, 생상스, 사르트르 등 인류 역사에 발자국을 남긴 위인들이 묻혔다.

▲몽마르트르 언덕을 구경하는 수많은 사람들. 기념품 상점이 좌우로 늘어선 모습이 프라하 성에서 내려오는 길과 흡사하다. 사진 = 김현주

▲팡테옹 외관. 신전이라고 해야 할지 기념관이라고 해야 할지 잘 모를 만큼 프랑스 건축은 우아한 것이 특징이다. 사진 = 김현주

그렇다고 해서 그들의 묘가 특별히 크거나 화려하지는 않다. 유대인 묘지도 많고 중국인 묘지도 여럿 있다. 유대인 중에는 아우슈비츠 수용소에서 사라진 이들도 있다. 나치 점령 시절 프랑스에선 1만 5000명 정도의 유대인이 아우슈비츠로 끌려갔다고 한다. 어제 에펠탑 갈 때 이용한 비르하켕 역 앞에는 그들을 추모하는 기념비가 서 있다.

▲팡테옹 내부. 홀 중앙에는 ‘자유롭게 살 수 없다면 죽겠다’는 문구가 있다. 지하엔 볼테르, 루소, 위고 등 프랑스 역대 위인의 묘지가 있다. 사진 = 김현주

로댕미술관은 인기 있는 방문지다. 표를 구입하기 위한 줄이 매우 길었지만, 박물관 패스를 가진 나는 곧장 통과다. 2일권을 35유로에 구입했으니 어제 오늘 입장료만으로도 본전을 채웠을 텐데 이런 특혜까지 누린다. 미술관에 들어가자 바깥 정원에 세워진 ‘생각하는 사람’ 확대판 동상과 발자크 확대판 동상이 방문자들을 반긴다.

앵발리드는 나폴레옹 1세의 묘가 있는 곳으로 유명하다. 금빛 돔이 멀리서도 눈에 띈다. 파리에서는 도대체 평범한 건물을 찾기 어려울 지경이다. 새로운 건물을 방문할 때마다 매번 새롭다. 프랑스 사람들은 감각과 지능이 매우 뛰어난 사람들임에 틀림없다.

나폴레옹 무덤의 규모와 치장을 통해 프랑스에서 나폴레옹의 위상을 확인한다. 이제 파리 지하철에 익숙해져가고 있지만, 그 즈음이면 다음 목적지로 떠나야 하는 내 여행 일정의 특성상 파리를 떠날 시간이 가까워 오고 있음도 깨닫는다.

▲파리 거리. 저 멀리 에펠탑이 보인다. 파리 여행을 다니는 동안 날씨가 쾌청했다. 사진 = 김현주

▲로댕미술관에 있는 ‘생각하는 사람’ 동상. 로댕미술관은 인기 있는 방문지로, 동상을 보려는 사람들의 줄이 매우 길다. 사진 = 김현주

인기 좋은 오르세 미술관

파리의 3대 미술관(오르세, 루브르, 퐁피두센터) 중에서 내가 보기에는 오르세가 가장 인기가 높다. 19세기 중반부터 20세기 초반까지의 작품이 전시된 오르세는 시내 중심에 있던 열차역이 폐쇄된 것을 개조해 만들었다.

박물관에 들어서면 레일만 철거됐을 뿐 영락없는 열차역 구조를 가지고 있음을 금방 확인할 수 있다. 사실주의, 인상주의, 후기인상주의 대표 작가와 유명 작품들이 총망라됐기 때문에 박물관이 더 붐빈다는 느낌을 준다. 마네, 모네, 드가, 르누아르, 세잔, 고갱, 고흐 등 19세기 활동했던 미술가들의 작품이 모두 여기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중고등학교 미술 교과서를 펴보는 느낌이다. 다만 오르세 미술관은 사진 촬영 금지 구역이라 아쉽다.

▲몽마르트르 언덕에서 거리 공연이 펼쳐지고 있다. 파리 전경이 한 눈에 들어오는 장소에서 열리는 흑인 청년들의 노래와 춤이 눈길을 끈다. 사진 = 김현주

몽마르트르 언덕에 오르다

지친 몸을 달래며 마지막으로 몽마르트르 언덕을 오른다. 접근로는 여러 개 있으나 나는 메트로 12호선 아베세역에서 내려 긴 계단을 오른다. 언덕에 오르니 수많은 관광객들로 붐빈다. 파리 전경이 한 눈에 들어오는 작은 공연 장소에서는 흑인 청년들이 노래와 춤을 선보인다. 밤에 야경을 보러 다시 와야만 할 것 같은 충동을 강하게 느끼지만 몸이 허락할 것 같지 않다.

▲앵발리드는 나폴레옹 1세의 묘가 있는 곳으로 유명하다. 금빛 돔이 멀리서도 눈에 띈다. 사진 = 김현주

언덕 위에는 성심(聖心)성당이 솟아 있다. 이미 충분히 높은 언덕인데도 어떤 이들은 입장료를 내고 성당 돔에 올라 더 멋진 도시 풍경을 보며 즐거워한다. 수많은 사람이 밀려들어가고 밀려 나오는 성당 안에는 스테인드글라스가 단연 압권이다. 언덕에서 내려올 때는 푸니쿨라(케이블카)를 이용하니 금방 메트로 2호선 앙베르 역이다. 기념품 상점이 좌우로 늘어선 거리 모습은 체코 프라하 성에서 내려오는 길과 매우 흡사한 분위기다. 앙베르 역에서 호텔이 있는 조레 역은 코앞이나 마찬가지다.

당초 이번 여행을 계획할 때 파리에서 이틀 일정밖에 확보하지 못해 걱정이었다. 하지만 덥지 않은 날씨, 편리한 대중교통 시스템, 그리고 메트로 환승과 이동 방향을 고려해 체계적으로 준비한 이동 계획 덕분에 파리의 명소들을 모두 가 보고 일반 여행객이 잘 가지 않는 곳까지 조금 더 가 봤다. 파리라는 세계적인 도시, 세계인이 사랑하는 자유와 낭만의 도시를 50대 중반이 돼서야 와본 것이 결코 자랑일 수는 없다. 그래서 더욱 악착같이 이 도시의 많은 골목을 느낄 수 있었을 것이다.

▲오르세 미술관 외관. 원래 폐쇄된 열차 역을 개조해 만든 오르세 미술관은 루브르, 퐁피두센터와 더불어 파리의 3대 미술관으로 꼽힌다. 19세기 중반부터 20세기 초반까지의 작품이 전시됐다.사진 = 김현주

담배 한 대 피울 겸 파리 변두리 풍경을 마지막으로 보고 싶어서 호텔 주위를 한두 바퀴 배회한다. 강변 노천무대에서는 오늘 밤도 공연이 열린다. 이 멋진 도시에 좀 더 일찍 왔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몽마르트르 언덕에 올라 야경을 보고 싶지만 더는 기운이 없다. 내일도 일찍 호텔을 나와야 하므로 오지 않을 것 같지만 잠을 청해 본다. TV를 켜니 어제 오늘 프랑스 TV의 가장 큰 뉴스는 미국 상원이 국가 부채 상한선을 올리기로 결정했다는 소식이다. 프랑스와 미국이 결코 우아한 관계일 수 없겠으나 미국 금융-재정 상황은 유럽 경제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매우 중요한 아젠다라는 뜻이다. 

(정리 = 김금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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