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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대학교 축제 한마당에 낯 뜨거운 문구와 범죄자 메뉴가 웬 말?

지성인은 어디로? 기본 교양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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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김금영⁄ 2015.09.25 13:08:14

▲자극적인 문구와 범죄자 이미지를 활용한 대학교 주점이 논란이다.(사진=온라인 커뮤니티)

“X인지 된장인지 구분은 해야 하지 않냐.”


최근 수도권 소재 모 대학교 축제 현장에 쓴 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논란의 대상은 ‘방범포차’를 콘셉트로 한 주점이다.


최근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에는 ‘모 대학주점 메뉴 논란’이라는 제목으로 사진이 올라왔다. 공개된 사진에 곱창볶음과 모둠튀김으로 구성된 메뉴가 있었는데, 이 메뉴의 이름이 문제가 됐다. 2012년 4월 1일 20대 여성을 자신의 집으로 끌고 가 성폭행하려다 실패하자 여성을 살해하고 시신을 잔인하게 토막 낸 오원춘을 내세운 ‘오원춘 세트’를 버젓이 1만 원에 판 것. 이 세트 이름이 걸린 현수막에는 오원춘의 사진까지 함께 인쇄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리고 사진을 다른 각도에서 보면 성범죄로 실형을 받고 최근 출소한 ‘고영욱 세트’도 있어 논란에 불을 붙였다.


이에 학교 측은 공식 사과문 발표와 함께 축제를 취소하는 조치를 취했다. 방범포차 운영진 또한 “잘못된 기획으로 상처를 받은 분들에게, 이 사건이 퍼져나감으로 인해 피해를 받을 모든 분들에게 머리 숙여 사과드린다”고 공식 사과글을 올렸다. 운영진은 “최초에 방범포차는 재미있는 경험으로 주점을 해보고자 한 친구들끼리 시작한 기획으로, “범죄자들의 경악스러운 범죄에 경각심을 느끼게 하기 위한 의도였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이 의도가 잘 맞아들지 않았을 뿐더러 오히려 상처와 불쾌감만 남긴 상황이다. 어떤 상황을 비판하거나 경각심을 일깨울 때 풍자적인 요소로 공감과 호응을 이끌어내는 경우가 있는데, 이런 측면도 없었다. 끔찍한 살인을 저지른 범죄자가 가벼운 희화화·상업화 용도로 쓰였고, 특히 피해자 가족에 대한 배려는 찾아볼 수 없었다.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상황은 단지 이 대학 축제에만 해당되지 않는다. “넣어줘, 빨아줄게” “술도 먹고 너도 먹고” 등 퇴폐 업소 호객 전단에 등장할 법한 이 낯 뜨거운 문구도 모두 최근 대학 축제 주점 홍보 문구로 쓰인 것들이다. 톡톡 튀는 아이디어가 아닌, 관심을 끌기 위한 수단으로 정도가 지나친 경우를 흔히 찾아볼 수 있다.


걸그룹 나인뮤지스의 멤버 경리의 사진을 도용해 만든 음란물 포스터도 대학교 축제 주점 홍보 포스터로 쓰여 논란이 됐다. 경리의 비키니 사진을 내걸고 ‘오늘 나랑 X찧을래’ ‘자세 좀 뒤집어줘’ ‘모텔까지 나를 부축해줘’ 등의 성적인 문구를 게재했다. 이에 경리의 소속사 스타제국은 법적 조취를 취하기로 했다고 입장을 밝혔다.


자유롭게 자신의 생각을 표현할 수 있는 게 대학생이 가진 특권 중 하나라지만, 표현의 자유에도 기본적인 상식선이 있다. 이 상식선을 지키지 못한 행위는 책임을 다하지 못한 방종과도 같다. 또한 예비 사회인으로서, 자신의 발언과 행동이 사회에 어떤 파장을 미칠지에 대한 진지한 고찰 과정이 필요하다.


어엿한 성인이자, 더욱이 지성인의 요람인 대학에서 이런 사태가 불거졌다는 점에 대해 네티즌들은 특히 씁쓸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직장인 김 모 씨(32)는 “표현의 자유에도 지킬 선이 있다. 끔찍하고 선정적인 문구가 쓰여 있는 곳에서 웃고 즐기는 건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기본적인 교양부터 갖추는 게 시급해 보인다”고 말했다. “같은 대학생인 게 부끄럽다” “경솔했다” 등 대학생 자체 자성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지식 수준만 높다고 지성인이 아니다. 기본적인 교양과 이성을 갖추고 있어야 진정한 지성인으로 올바른 판단을 내리고 소리를 낼 수 있다. 진짜 적어도 X과 된장은 구분할 수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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