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 북] 우정아 ‘남겨진 자들을 위한 미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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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저널 = 김금영 기자) 사소하게는 아끼던 물건을 잃어버리고, 사랑하는 연인이 떠나고 가족이 죽기도 하며, 전쟁과 자연재해로 인해 삶의 터전을 송두리째 빼앗기기도 하는 등 인간의 삶엔 계속해서 상실의 행위가 반복된다. 이 책은 현대사회에서 필연적으로 벌어지는 상실과 그 이후 찾아오는 트라우마를 예술 행위로써 애도하고 증언하려 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상실의 의미를 다시 살펴본다. 또한 이 과정을 통해 시대의 현주소를 신랄하고 생생하게 보여준다.
특히 다양한 상실의 사건 뒤 겪게 되는 개인적이고 사회적인 증후들을 미술의 관점에서 읽어낸 점이 독특하다. 온 가와라, 오노 요코, 양혜규, 이불, 마르셀 뒤샹, 솔 르윗, 안규철, 프란시스 알리스, 나카무라 마사토 등 현대미술 작가 16인이 각각 연인과의 이별, 가족의 죽음, 동일본 대지진, 세월호 침몰 같은 재해, 원폭 피해와 공동체의 소멸, 더 나아가 미술사적 차원에서 원본과 감각의 죽음까지 상실의 사건과 증후를 예술로 어떻게 애도하고 증언했는지 보여준다. 작가들은 자신의 작품 속에서 심미적 쾌락이 과도하게 넘쳐난 나머지 그들이 잃어버린 소중한 것들의 존재를 망각하지 않도록 경계한다.
단지 작품의 심미적 특성에 한정된 해석을 넘어, 정신 분석과 사회학 등의 학제 연구로 미술가의 작업 방식과 작품의 의미가 작동하는 상황을 집중 분석함으로써, 미술을 통한 인문적 사유의 가능성을 제시한다.
우정아 지음 / 2만원 / 휴머니스트 펴냄 / 358쪽
김금영 기자 geumyoung@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