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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호 복지 칼럼] 쌀의 변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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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452호 이철호 한국식량안보연구재단 이사장⁄ 2015.10.15 08:5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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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저널 = 이철호 한국식량안보연구재단 이사장, 고려대학교 명예교수) 우리는 전통적으로 쌀은 밥을 지어먹는 재료라는 인식이 고착화되어 있다. 쌀밥은 우리의 주식이므로 쌀의 용도는 밥을 빼고는 생각할 수 없는 일이다. 그러나 최근 쌀이 크게 변신하고 있다. 더 이상 쌀을 사서 집에서 밥을 짓는 것이 아니라 각종 형태로 가공되어 슈퍼에서 구입하여 그대로 먹는 간편식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즉석밥 시장의 확대이다. 워킹맘과 1인가구 수가 늘고 주 5일제 확산과 캠핑 등의 여가 생활이 보편화되면서 즉석밥의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것이다. 1996년 CJ의 ‘햇반’이 처음 출시된 이래 여러 식품 대기업이 가세해 2002년 278억 원이던 시장 규모가 2013년에는 1676억 원으로 6배 증가했다. 초기의 즉석 밥 시장은 쌀밥 중심이었지만 건강에 관심이 많은 소비자들이 늘면서 현미밥, 흑미밥, 오곡밥 등 집에서 해먹기 어려운 잡곡반 제품으로 다양화되고 있다. 최근에는 다른 반찬을 준비하지 않아도 한 끼를 먹을 수 있고, 별도의 냉장·냉동 보관이 필요 없는 상온보관 즉석 밥 시장이 커지고 있다. 특히 ‘컵밥류’ 제품군의 시장 성장세는 대단하다. 또한 전자레인지에 덥히기만 하면 바로 먹을 수 있는 각종 냉동 볶음밥류도 상품화되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즉석밥의 대중화는 한식을 세계적으로 알리는 계기가 되고 있다. 지난 1997년 대한항공은 기내식에 처음으로 한식 메뉴인 비빔밥을 도입했고, 이때 즉석밥이 나물과 함께 제공되었다. 비빔밥, 쌈밥 등은 그 동안 기내에서 볼 수 없던 한식 메뉴로, 우리 국민의 호응은 물론 많은 외국인에게 좋은 반응을 얻어 한식의 건강성을 세계적으로 알리는 역할을 하고 있다. 햇반의 연간 기내식 판매량은 400만 개를 넘고 있다.

쌀 가공산업의 확장이 반가운 이유

서양의 발전한 제빵 기술과 제과 기술에 밀려 한동안 기를 못 쓰던 우리의 떡과 한과가 서서히 시장을 만회하고 있다. 설탕과 버터를 베이스로 한 케이크와 과자를 멀리하고 건강에 이로운 떡케익을 구입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고도의 기술로 맛과 저장성을 향상시킨 떡과 한과 제품들이 고급 식품으로 팔리고 있다. 국수와 라면은 밀가루로만 만드는 줄 알았던 소비자들이 즉석 쌀국수와 쌀라면을 보고 환호하고 있다. 이들 제품은 특히 글루텐을 소화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은 서양인들에게 글루텐-프리 제품으로 수출되고 있다.
 

▲9월 21일 강원 춘천시 도농업기술원에서 직원들이 수확한 벼를 가을볕에 말리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이러한 쌀의 변신에 대해 우리 정부도 크게 관심을 보이고 있다. 정부는 오는 2017년까지 쌀 가공식품 시장을 매출 5조 원, 수출 1억 달러 규모의 고부가 산업으로 육성하기 위해 원료의 안정적 공급 체계 구축, 쌀 가공 업체 육성, 쌀 가공식품 국내외 시장 확대를 골자로 하는 ‘쌀 가공산업 활성화 방안’을 마련했다. 그동안 쌀 재고 처리에만 급급해 쌀이 남으면 가공용으로 방출하고, 남지 않으면 나 몰라라 방치하여 관련 기업의 투자와 생산 의욕을 어렵게 하던 정부가 최근에 와서야 쌀 가공산업 육성 방향을 고부가가치 창출에 두고, 국산 쌀을 중심으로 한 고급화, 다양화, 차별화 전략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쌀이 앞으로도 계속 우리의 주식이 되고 우리 농업의 뿌리로 남아 있게 하기 위하여 쌀의 수요 창출과 쌀 가공산업의 발전은 대단히 중요하다. 벼농사는 우리 농업의 근간이며, 쌀의 소비 확대는 우리 농업이 활성화되어 식량자급률을 높이는 가장 빠른 방법이다. 통일미 120만 톤을 항시 비축하여 통일 이후를 준비하고, 저소득 영세민의 생계에 필요한 쌀을 무상으로 지원하여 진정한 복지국가를 만드는 것도 쌀만이 해낼 수 있는 이 시대의 역할이다. 우리 국민이 쌀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변신하는 쌀을 도와 새로 개발되는 새로운 쌀 가공식품을 적극 애용하는 것이야 말로 나라를 위하고 농민을 살리는 길이다. 

(정리 = 최영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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