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람 - M.A.P Crew 이정권 대표] “예술가도 소속사가 키우는 시대”
“미술 마케팅 경험으로 예술 마케팅 펼치겠다” 포부
▲프랑스 파리에서 비비스 프로젝트 촬영 당시의 이정권 대표(사진 왼쪽). 사진 = 엠.에이.피 크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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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저널 = 왕진오 기자) “낡은 자동차를 타고 그 바닷가에 다다랐을 때 난 창문을 열어 그 계절에 그 추억에 향기를 기대해….”
올 여름 600만 관객을 돌파하며 화제를 모은 영화 ‘연평해전’ 중 조천형 하사의 딸인 시은이의 생일파티에서 대원들이 함께 부른 노래 ‘가을을 타고’의 가사다. 이 노래를 부른 밴드의 리더이자 화랑가 1번지로 불리는 평창동 가나아트를 돌연 박차고 나와 일명 ‘딴따라’를 하겠다고 나선 사람이 있다. 프로젝트 그룹 엠.에이.피 크루를 설립한 가나아트 전 총괄 이정권 대표다.
그는 지난 8년여 간 미술계 최전선인 상업화랑 가나아트와 서울옥션 프린트베이커리 사업 파트에서 전시 기획과 아트 마케팅을 진행했다. 10월 14일 CNB와 만난 이정권 대표는 “미술 외에 다른 장르로 아트마케팅을 펼치는 것이 어떨까 하는 생각에서 뜻이 맞는 각 분야의 전문가들을 모아 발족했다”고 새 둥지를 마련한 소감을 피력했다.
이 대표는 그동안 가나아트에서 작품 판매와 전시 기획 그리고 기업 상대로 아트 마케팅 업무를 진행했었다. 다양한 인사들과 교류를 진행하던 그는 미술만 가지고 아트 마케팅을 하는 것이 한국에서 대단히 어려운 일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2년 전 패션과 비주얼 아트를 주요 소재로 다뤄 배포하는 ‘엘로퀀스’라는 책자 편집장과 만났다. 이 조우를 통해 사진, 영화, 음악, 패션 등 융복합 아트 프로젝트를 진행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 대표는 ‘엘로퀀스’를 독립법인으로 출범시킨 뒤 영화 ‘설국열차’, ‘연평해전’의 최민영 편집감독, 영국을 주요 활동무대로 삼고 있는 독립 큐레이터 김승민, 아티스트 솔비 등과 함께 아티스트 창작 그룹 엠.에이.피 크루(M. A. P Crew)를 지난 9월 론칭했다.
“아티스트들의 인큐베이팅을 목표로”
“순수미술만으로 비즈니스를 해야 하는 가나아트와 엘로퀀스 사이에서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중학교 시절부터 록밴드 활동을 하던 기질이 발동했는지, 화랑을 기반으로 업무를 진행하기보다는 확장된 영역에서 일하는 게 좋겠다는 판단이 섰습니다”고 결심의 과정을 설명했다.
또한 “작은 아버지인 가나아트 이호재 회장과 고모인 서울옥션 이옥경 대표는 ‘미친 짓 아니냐’며 만류도 했다”고 말했다.
엠.에이.피 크루는 Music의 M, Art의 A, Performance의 P를 따서 만든 이름이다. 이 세 가지를 모두 융복합적으로 하는 아티스트 그룹이라는 작명이다.
▲비비스 프로젝트 촬영 현장의 솔비와 촬영 스태프들. 사진 = 엠.에이.피 크루
이 대표는 “참여 아티스트들이 힘을 뭉쳐 세상에 없는 걸 만들어보자는 취지로 꾸민 프로제트 회사로 봐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고 설명했다.
그 첫 프로젝트 결과물은 가수 솔비와 음악 디렉터 김경인이 뭉쳐 2인조 여성 밴드 ‘비비스’를 만든 것이다. 이들은 음악을 하는 미술인들에게 미술이 장식품으로 사용되는 통례에 반해, 미술을 위한 음악을 해보자는 취지에서 ‘공상’이라는 작품을 내놓았다.
‘미술 1번지’ 가나아트와의 협업 여부에 관심
또한 기존 개념을 뒤집는 기획을 통해 웹드라마를 제작하고, 한국 아티스트들을 프랑스의 레지던스(예술가를 위한 작업소 겸 숙소)에 진출시키고, 해외 작가들의 한국 거주와 창작활동 지원을 위한 프로젝트도 11월 말부터 진행할 예정이다.
이 대표는 “최근 연예 기획사들이 연예인뿐 아니라 아티스트들을 소속 멤버로 영입하는 게 트렌드가 됐다. 아트를 필요로 하는 시대에 예술가를 연예인 방식으로 소속시키는 아티스트 에이전시 형태가 나올 듯하다. 미술뿐 아니라 가수, 배우, 디자이너와 영화감독을 꿈꾸는 이들이 혼자서 할 수 없는 일을 함께 만들어내고 싶다”고 자신의 뜻을 펼쳐냈다.
이어 “나름 전문가들이 모인 집단이다. 미래 발전 가능성이 있는 다양한 아티스트들을 위한 인큐베이팅 역할을 확대하려 한다”고 덧붙였다.
이 대표의 행보가 관심을 끄는 이유 중 하나는 가나아트와 가족관계라는 점을 빼놓을 수 없다. 2세 체제로 전환된 가나아트가 추구하는 차세대 아이템의 하나로서 엠.에이.피 크루가 활용될 여지가 충분하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가나아트와 전혀 상관없는 일을 하고 있지만, 새로운 콘텐츠 집단을 만들고 발전시켜, 가나가 생각하는 제3의 길을 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는 사실을 잊지 않고 있다”며 “엠.에이.피 크루를 통해 미술 이외의 다른 예술 파트에 비즈니스 형태를 도입시켜 미술 중심의 아트 마케팅을 확장시키는 계기를 만들고 싶다”고 밝혔다.
왕진오 기자 wangpd@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