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페어 분석 ④] “최고급” G서울 vs “새로움” 아트부산
▲G서울아트페어 행사장의 관람객. 사진 = 왕진오 기자
G서울아트페어 “최상층 아트마켓은 우리 몫”
CNB저널, CNBJOURNAL, 씨앤비저널
(CNB저널 = 왕진오 기자) “국내 갤러리들을 중심으로 수준 있는 한국 미술을 보여주는 자리를 만들고자 합니다. 컬렉터와 미술애호가, 미술 관계자들이 적극적으로 미술을 즐기고 소통하는 장이 되는 것에 중심을 두고 내실을 다지려 합니다.”
G서울아트페어(이하 G서울)가 지난 2011년 첫 발을 내딛으며 미술계에 던진 출사표다.
G서울은 숨어 있는 아시아권 컬렉터들을 확보하기 위해 2011년 ‘갤러리서울11’로 론칭했다. 프리미엄급 아트페어를 지향하는 G서울은 아트페어 홍수 속에 VVIP만을 위한 미술품 장터를 마련하기 위해 2000억 원 이상을 투자해 만든 고급 복합 문화공간 라움에서 첫 행사를 진행했다.
“프라이빗 아트페어”라는 타이틀을 내걸고, 국내외 내로라하는 재산가와 미술계 주요 인사 등 사전 초대장을 발부 받은 상류층에게만 입장을 허용해 화랑가의 입방아에 오르기도 했다.
그동안 G서울은 장소 특정적 아트페어로서 새로운 장소를 선택해 행사를 개최해왔다. 2011년 Raum(라움), 2012년 갤러리아포레에 이어 2014년엔 서울의 새로운 랜드마크인 DDP(동대문 디자인 플라자) 개관과 함께 DDP를 G서울아트페어의 고유 행사 장소로 선택했다.
G서울 측은 “DDP는 유선형 공간으로서 기둥이 없는 덕에 다양한 레이아웃을 시도해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실제로 2014년에는 기존 아트페어에서 볼 수 없었던 120도 부스 각으로 전시를 진행해 호평을 얻었다”고 설명했다.
국내외 최정상 갤러리들의 참여로 미술계의 주목을 받으며 화려하게 데뷔한 G서울은 매년 엄선한 갤러리, 작가, 작품을, “규모가 아닌 질”을 캐치프레이즈로 전면에 내세우며 차별화를 시도한다.
“상류층만 초대”로 입방아 올랐지만…
G서울이 국내 최정상급 아트페어로 도약하기 위해 시도한 VIP 전용 프로그램은 국내 유수의 아트페어들이 벤치마킹하며 따라할 정도다.
△소더비 인스티튜트와 공동으로 글로벌 미술 시장과 국내 미술 시장의 현황을 살펴보는 ‘아트 토크’ △아티스트의 스튜디오 방문 △미술관 및 갤러리와의 연계 프로그램 △프랑스 보르도 지역의 와이너리에서 공수한 70여 종 와인을 한 자리에서 맛보는 ‘보르도 와인 페어’ 등 VIP 패키지 프로그램이 눈길을 끈 이유다.
또한 라이프스타일 그룹 퀸터센셜리의 아시아 지역 오피스를 통해 중화권 VIP 컬렉터를 초청하고, 행사장 방문 고객들의 여행 편의를 돕는 ‘트래블 컨시어지 서비스’ 역시 럭셔리 추구의 수단이다.
G서울아트페어의 실무를 꾸리고 있는 장은경 사무국장은 “VIP 라이프스타일에 대해 연구를 많이 했습니다. 미술만 가지고 행사를 펼치면 콘텐츠가 약한 것 같아서 와인과 함께 오페라 등 다양한 문화 콘텐츠를 접목시켰습니다. 해외 갤러리를 유치하고, 돈 많은 고객들이 지갑을 열 수 있도록 적절한 서비스를 제공해야 미술시장이 활성화될 것입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한 “자동차 한 대를 사더라도 고급 분위기에 상세한 설명을 제공하는 서비스를 찾는 소비 시장에서, 수억에서 수십억 원짜리 그림을 구매하는 고객에게 미술 시장이 너무 구태의연한 판매 방식만 고집하는 게 미술 시장의 침체에 일조한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최고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판매자에게는 가장 기본적인 콘셉트”라며 G서울이 추구하는 방향을 설명했다. 한국 컬렉터들이 한국에서 그림을 사도록 이유를 만들어주겠다는 의지다. 국내 화랑들이 소비 여건을 만들지 못해 VIP들이 해외를 바라보는 순간 한국 미술시장은 더욱더 침체의 늪에서 빠져 나오기 어렵다는 주장이다.
올해까지 5회째 이어진 G서울 전시는 해가 거듭될수록 새로운 아이디어로 무장하는 추세이며, 이러한 점들이 G서울 2016을 기대하게 만든다. G서울은 앞으로 그간 힘써온 VIP 유치뿐 아니라 다양한 이벤트를 통해 일반 관람객까지 적극적으로 끌어들인다는 계획을 추진 중이다.
김인수 G서울아트페어 회장
“VIP 컬렉터가 해외 가지 않도록”
“K-아트의 세계화라는 꿈과 비전을 실현하고 싶습니다.”
G서울을 5년째 꾸리고 있는 김인수 회장은 우리 미술계의 보다 역동적이고 발전적인 역할을 위해 K-아트 글로벌 진출의 교두보로서 G서울을 자기매김 하고 싶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김인수 G서울아트페어 회장. 사진 = G서울아트페어
“우리 미술의 창의성을 해외에 알리고, 미술 인구의 저변을 넓히는 것이 시장을 활성화시키는 첫 걸음인 것 같다”며 “한국의 컬렉터와 미술 관계자들의 큰 관심을 받는 G서울인만큼 그들의 요구에 맞는 프로그램을 개발해 색깔 있는 아트페어가 되겠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아시아 현대 미술의 구심점으로 떠오른 홍콩을 따라잡고, 제2의 아트 바젤 홍콩을 만드는 것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또한 아트페어 전성시대에 걸맞은 VIP들을 공략할 전략도 새롭게 선보일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G서울아트페어는 내년 행사에 ‘Small is strong and beautiful’이라는 모토를 내걸고 국내외 최정상 갤러리들과 함께 더 좋은 작품을 선보이겠다는 계획을 진행 중이다. 한국 미술에 대한 글로벌 관심이 높아지는 가운데 G서울이 국내외 VIP 고객들을 유치하기 위해 어떤 이벤트를 내놓을지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아트부산 “세계도시 부산의 세계적 아트페어”
2012년 6월 첫 선을 보인 아트쇼부산은 부산의 컬렉터와 사업가들이 뜻을 모아 지역 미술계의 오랜 숙원인 부산발 국제 아트페어를 꾸리기 위해 (주)아트부산을 설립하면서 시작됐다.
‘함께 즐기는 현대미술 축제’를 캐치프레이즈로 내건 아트부산은, 협회 주도 일색이었던 한국의 아트페어 시장에서 처음으로 민간이 하는 아트페어로 차별화에 나섰다.
▲2015년 아트쇼부산의 전시장. 사진 = 아트부산
첫 행사 이후 2015년 주최측의 이름을 (사)아트쇼부산으로 바꾸었고, 벡스코와의 공동 주최에서 독립 개최로 홀로서기를 시도했다. 행사명도 ‘아트쇼부산’에서 ‘아트부산’으로 변경해 제2의 출발을 다짐했다.
올해 4회째 아트부산에는 15개국 201개 갤러리가 참가했다. 국내 메이저 화랑을 물론 명성을 얻고 있는 해외 갤러리들이 다수 참여해 규모와 질적 성장을 이뤘다는 평가를 받았다.
아트부산은 지역 미술 시장의 한계를 극복하고 후발주자로서 기존 아트페어와의 차별화를 위해 다양한 전략적 콘텐츠를 기획하고 있다. 적극적인 해외 갤러리 유치도 그 중 하나다. 국제 아트페어라는 이름에 걸맞게 해마다 해외 갤러리의 참가 비중을 40%대로 유지하고 있다.
아트부산이 내세우는 장점 중 하나는 신진 컬렉터를 겨냥해 적극적으로 신규 화랑 유치에 앞장서 다양성을 꾀한다는 것도 있다. 또한 40세 미만 작가의 솔로 전시인 ‘S-부스 섹션’을 통해 처음 참가하는 화랑에게 파격적인 가격을 제공했다. 신진 화랑과 함께 성장하는 젊은 아트페어라는 이미지를 심기 위해서였다.
다양한 특별전과 부대행사는 아트부산의 큰 볼거리다. 2014년 ‘연결한다’는 의미의 ‘아트밴드(Art Band)’ 전시 프로그램을 통해 대형 설치미술, 커뮤니티 아트, 장소 특정 예술, 퍼포먼스, 문화예술 프로젝트 등 다양한 현재 진행형 예술을 소개했다.
2015년에는 현대미술 시장에서 소외되고 있는 전통 한국화의 아름다움과 비전을 제시하는 한국화 특별전 ‘Asian Eyes On Paper’를 기획했고, 백남준, 황란, 최정화, 하원 작가의 대형 설치 작품을 공개했다.
“작가, 화랑, 컬렉터가 상생하는 생태계 조성”
아트부산은 작가, 화랑, 컬렉터의 상생에 대한 고민을 안고 지역 미술시장 성장을 위해 건강한 미술 생태계 조성을 위한 다양한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 매년 부산은행 후원으로 진행해온 ‘아트 악센트(Art Accent)’전은 부산, 경남 기반의 유망 작가들과 전시 기획자를 적극 소개한다.
또한 ‘나우 부산 어워드(Now Busan Award)’와 ‘아트부산 초이스(Art Busan Choice)’, 협찬기업 특별상 등을 통해 매년 신진 작가를 위한 다양한 수상 프로그램을 선보여 왔다. 미술 창작 환경 지원에 많은 노력을 경주하는 모습이다.
아트부산은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미술시장 활성화 △지역 문화·예술·경제의 동반성장 △관람 문화의 확대 등에 대한 고민과 비전을 담은 지역 밀착형 축제로 거듭나고 있다. 미술품 전시와 함께 다양한 공공 프로그램을 기획해 미술 애호가와 일반 관람객 모두가 즐길 수 있는 현대미술 축제를 꾸리는 이유다.
2015년에는 80여 제휴사와의 협업을 통해 부산의 주요 문화예술 이벤트, 전시장, 레스토랑, 쇼핑, 오락 프로그램과 장소를 소개하는 ‘아트부산 컬처 위크(Art Busan Culture Week)’를 마련했다. 행사 기간 중 부산을 방문하는 국내외 미술 관계자 및 관광객들에게 다양한 볼거리와 먹을거리를 소개하는 프로그램이다. 또한 ‘컬처 버스(Culture Bus)’를 무료 운행해 관람객들이 짧은 시간에 집중적으로 부산의 여러 문화예술 공간을 방문할 수 있도록 했다.
아트부산의 성공에는 공격적인 작품 판매 전략도 기여했다. 부산의 다양한 오피니언 리더들로 구성된 운영위원회는 각자의 네트워크를 동원해 신규 고객을 끌어들였다. 이들이 매년 아트페어를 재방문해 규모를 키우고 구매를 이어나가는 경향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 아트부산 주최측의 설명이다.
여기에 VIP 대상 프로그램인 ‘스페셜리스트 투어(Specialist Tour)’를 마련해 고객의 관심 및 성향에 따른 맞춤형 아트 컨설팅을 제공한 것도 판매 제고에 도움이 됐다는 평가다. 또한 올해 전 세계 최상위 미술품 컬렉터 3000명의 데이터베이스를 보유한 온라인 미디어 ‘래리스 리스트(Larry’s List)’와 손잡고 중국 2세대 대표 컬렉터 총쩌우를 비롯해 중국과 홍콩의 VIP 컬렉터 12명을 초청한 것도 페어 활성화에 한몫 한 것으로 알려졌다.
손영희 (사)아트쇼부산 대표
“홍콩·바젤 같은 성공 만들래요”
(사)아트쇼부산 손영희 대표는 공조기 제조업을 하는 남편과 함께 독일을 중심으로 여러 나라를 여행하며 곳곳의 미술관과 갤러리를 관람했다. 그 과정에서 오랜 역사를 보존하고 기록하려는 그들의 노력과 예술에 대한 애정에 감동을 받았다고.
“우리 자녀들에도 그런 감성과 문화를 물려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컬렉터들이 작가 후원에 깊은 애정을 가지며, 함께 히스토리를 만드는 데 자부심을 느끼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손영희 (사)아트쇼부산 대표. 사진 = 아트부산
손 대표가 아트부산을 꾸린 것은 우연한 기회에 벡스코에서 현대미술 전시를 진행해보고 싶다는 제안을 받은 이후였다. 그는 그간의 염원을 실현할 기회라 생각해 ‘아트부산’을 시작했다.
손 대표는 “그간의 노력으로 아름다운 해양도시라는 부산의 특성을 살린 성공적 아트페어로 자리매김한 것 같습니다. 바젤, 마이애미, 홍콩이 그랬듯 문화예술이 관광자원으로서 지역 경제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고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음을 의심치 않는다”며 “더 많은 해외 컬렉터들을 초청하고 국내외 유수 갤러리 유치에 적극 나서 부산국제영화제와 더불어 부산을 대표하는 세계적 문화예술행사로 만들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그는 또한 “아트부산을 통해 작가와 갤러리 그리고 컬렉터가 공생을 모색하며 함께 즐길 수 있는 만남의 장을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왕진오 기자 wangpd@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