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 아티스트 - 황혜성] “사물의 마음을 춤추는 붓으로 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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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11.02 10:48:21

왕진오 기자

▲황혜성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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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저널 = 왕진오 기자) 황혜성 작가는 ‘감성’을 주제로 작품을 만들어낸다. 붓질의 궤적으로 만들어진 곡선은 화려한 색채와 어우러져 부드럽고 화사한 여성미를 느끼게 한다. 또한 밝고 강렬한 색채들은 작품의 상징성을 담아 강력한 에너지를 뿜어내고 있다.

황 작가는 “하얀 캔버스 앞에 서면 공연에 오르기 전 무희처럼 설레요. 캔버스는 무대가 되고 나의 몸짓은 무희가 되는 것 같습니다. 저는 그림을 그리지 않습니다. 그저 표현할 뿐입니다”고 말한다.

원색의 강렬한 색채와 붓질의 화려한 흔적은 세상의 움직임을 선으로 표현한 작가만의 화법이다. 작가는 자연의 이야기를 귀 기울여 들었다고 말한다. 그들의 숨결과 소리 그리고 움직임까지 반복적으로 기억 속에 담아둔 것이다.

▲황혜성, ‘그리움’. 캔버스 위에 아크릴, 53 × 45.5cm, 2015.

인간의 사랑과 삶의 이야기를 통해 설렘과 떨림, 무심함, 감동, 분노, 만남, 이별, 기쁨, 아픔 등 다양한 감정을 하나의 이미지로 그려내는 것보다는 모든 색이 섞여 태양의 흑점처럼 이글거리는 이미지를 드러낸다.

캔버스 위에 그어진 선들은 처음 보면 동양적인 느낌을 준다. 하지만 단지 이에 그치지 않는다. 간소화된 한국의 문인화적 필치와 동시에 서양의 추상표현주의적 느낌을 자아낸다.

또한 화면은 몰아치는 폭풍에 휘말려 추상형의 물이 들끓는 형태를 보인다. 본질적인 생명력을 느끼게 하는 이미지는 삶의 근본적인 생명의 요소들을 명상하게 해준다. 꿈틀대는 에너지로 가득한 화면 속에 녹아 들어간 언저리에서 명멸하는 영적 존재의 이미지들이 산재해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황혜성, ‘흔적’. 캔버스 위에 아크릴, 90.9 × 72.7cm, 2015.

황 작가는 “제게 남다른 재능이 있다면 그건 아마도 사물의 마음을 읽고 공감하는 감성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수많은 시간 아이들과 함께하며 마음을 읽는 훈련이 저도 모르게 돼 있는 것 같습니다”고 설명했다.

그는 특별히 정해진 형태도, 잘 다듬어진 기법도 아니지만 순수한 감성표현으로 자신을 둘러싼 이야기를 기록한다. 또한 자신을 바라보는 그들의 사연도 기록한다.

▲황혜성, ‘사랑의 선물’. 캔버스 위에 아크릴, 116.8 × 91cm, 2014.

미지의 세계에 대한 동경, 꿈, 우주의 신비 등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기운을 춤추듯 온몸으로 표현한 군무를 보는 듯하다. 화려한 색과 생동감 넘치는 터치를 추상적으로 그려 자신만의 독특한 세계를 만들고 있다.

2년 전부터 그려온 에너지 넘치는 작품들은 마치 잭슨 폴록(미국의 추상표현주의 화가) 같은 추상표현주의자들의 그것처럼 우연성, 즉흥성을 담고 있다. 세상의 움직임을 선으로 표현하며 그 파동들로 인해 다시금 감동을 느끼는 순간을 기다린다는 것이다.

공간에 거침없이 그어진 선과 시원한 붓질 사이에 펼쳐져 있는 여백은 눈과 마음에 평안을 가져다준다. 작품을 조용히 들여다보고 있으면 그 속에서 알 수 없는 경쾌한 에너지를 느낄 수 있다.

▲황혜성, ‘조나단의 꿈’. 캔버스 위에 아크릴, 53 × 45.5cm, 2015.

굵고 가는 직선과 곡선의 조합은 빛에 의해 탄생되는 색상을 머금고 의도하지 않는 의식의 흐름을 자연스럽게 드러낸다. 우연성, 순간성의 효과로 표현되는 선들의 리듬과 율동이 화면 밖으로 드러난다.

물감을 두껍게 바르는 임파스토 기법을 활용해 강하고 깊은 붓자국을 강조한다. 이를 통해 색채들 간의 비밀스러운 이야기를 은유적으로 이야기한다.

의식의 흐름을 드러내는 생동적 터치

이 결과물은 문자, 음악 같은 작가만의 소통의 도구가 된다. 살아 숨쉬기에 끊임없이 세상과 소통해야만 하는 인간의 숙명을 담고 있다. 마치 비좁은 공간에서 작은 몸짓으로 세상의 이야기를 하는 듯하다.

황 작가는 각박한 현대사회에서 자신의 정체성과 내면을 성찰하며 삶의 본질적인 에너지에 대한 이야기를 건넨다. 그녀가 바라보고 또 그녀 자신이 살아가는 현재의 삶이 모두 담긴 붓질은 힘차고 역동적이면서도 부드럽다. 자유로우면서도 거침없다. 그런 붓질은 보는 이로 하여금 다시 힘차게 현재를 살아갈 긍정적 에너지를 전해준다.

▲황혜성, ‘소망’. 캔버스 위에 아크릴, 90.9 × 72.7cm, 2015.

올 가을 작가의 화사한 색채와 아름다운 선율의 작품들은 11월 4∼8일 대구광역시 엑스코(EXCO)에서 진행되는 2015 대구아트페어에서 관객들과 만남의 시간을 갖는다.

황혜성 작가는 계명대학교 서양학과를 졸업했다. 한국현대미술대전과 한국여성미술공모전에서 각각 우수상과 특선을 수상하는 등 다양한 수상을 했다. 또한 2012년 개인전 ‘자연! 그들만의 이야기’를 비롯해 ‘KASF 2013 SETEC 아트페어’에 참여했다. 현재 ‘미술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 회원으로 활동 중이다.

왕진오 기자 wangpd@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