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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 이슈] 2015 미술계 흔든 쟁점 5 결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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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463-464호(신년) 김연수 기자⁄ 2015.12.31 08:52:02

▲고 천경자 화백의 장녀 이혜선(오른쪽 첫번째) 씨가 12월 11일 부산 부경대학교 대연캠퍼스 동원장보고관 리더십홀에서 천 화백의 작품과 소장품을 부경대에 기증하겠다는 내용의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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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저널 = 김연수 기자) 2015년 국내 미술계는 세계 경제의 저성장 국면에도 불구하고 움츠리고 있지 않았다. 크고 작은 이야깃거리들이 쉴 새 없이 터져 나왔고 국내 및 해외의 미술 경매시장에서는 한국 작가들의 활약이 두드러졌다. 과거에는 경기 침체 상태에서 미술 시장이 활기를 띄면, 기업의 비자금, 돈세탁 등의 부정적인 키워드가 같이 떠올랐다. 이런 미술에 관한 이미지는 특정 계층만 향유하는 문화라는 의미 또한 내포하고 있었다. 

하지만 미술 시장 침체의 정점을 찍었던 2008년 이후 인문학의 열풍과 함께, 어렵게만 느껴지던 현대 미술에 대해 관심을 가진 사람들의 숫자가 올해에도 꾸준히 늘어나고 있음을 발견할 수 있었다. 2015년을 마감하며, 미술 관련 종사자들뿐만 아니라 대중도 함께 기뻐하고 걱정했던 굵직한 미술계 소식을 정리해 본다.


임흥순 작가, 베니스 비엔날레 은사자상 수상

지난 5월부터 11월까지 개최된 56회 베니스 비엔날레에서는 다큐멘터리 감독이자 미술인 인 임흥순이 은사자상을 수상하는 영광을 안았다.

▲‘위로 공단’ 스틸 이미지. 사진 = 엣 나인 필름

격년으로 개최되는 베니스 비엔날레의 전시는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는데, 하나는 국가별 전시고, 다른 하나는 국가에 상관없이 초청된 작가들의 본 전시(main exhibition)다. 올해 본 전시에는 53개국 136명 작가가 초청됐으며, 한국 작가로는 김아영, 남화연, 임흥순이 포함됐다. 이는 2009년 구정아, 양혜규 이후로 6년 만의 일이었다. 그 중에서도 임흥순은 ‘위로 공단’이라는 다큐멘터리로 한국인 최초로 은사자상을 수상했다. 이는 전년도 베니스 건축 비엔날레의 한국관 황금사자상 수상에 연이은 쾌거였다.

‘위로공단’은 한국 여성 65명을 3년에 걸쳐 인터뷰한 95분짜리 다큐멘터리 영상으로서 1970년대부터 현재까지 여성 노동자의 역사를 다뤘다. 임 작가는 40년 이상을 봉제 공장의 노동자로 일해 온 어머니와 의류 매장과 냉동식품 매장에서 일해 온 여동생의 삶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한다. 

한편, 베니스 비엔날레는 황금사자상을 국가별 전시에, 은사자상을 본 전시에 초대한 35세 이하의 작가에게 수여하는데, 이미 40대 중반인 임흥순에게 상을 수여한 것은 파격으로 평가되기도 했다.

가수 지드래곤 전시 논란

서울시립미술관은 6월부터 8월까지 가수 지드래곤과 국내외 미술작가들의 협업으로 이뤄진 작품 전시회를 열었다. 

‘피스 마이너스 원: 무대를 넘어서’라는 제목 아래 진행한 이 전시에는 국내 작가로는 진기종, 방앤리, 권오상, 손동현, 건축그룹 SOA 그리고 해외 작가로는 마이클 스코긴스, 제임스 클라, 콰욜라 등이 참가했다. 이들은 2015년 현재 가장 이목을 끌고 있는 지드래곤이라는 대중문화의 아이콘과 직, 간접적으로 연관된 신작 위주의 전시를 선보였다. 

▲‘피스 마이너스 원: 무대를 넘어서’전의 설치 모습. 사진 = 서울시립미술관

이와 관련해, 이미 전시가 열리기 전부터 대형 연예 기획사가 개입해 공공미술관에서 여는 전시의 상업성에 대해 논란이 시작됐다. 이에 대해 김홍희 관장은 “관객층의 저변 확대 차원”이라고 해명했지만, 외국 작가의 작품이 지드래곤이라는 주제와 잘 어울리는지 논란이 계속됐다. 

한편, 서울시립미술관에서는 그와 동시에 ‘서브 컬처: 성난 젊음’이라는 제목의 전시가 열리고 있었다. 한국 인디문화 출발의 20년을 기념해 열린 이 전시는 ‘한국적 소비자본주의의 도래’ ‘젠트리피케이션’ 등의 사회적 문제를 내포한 키워드들을 내세웠는데, 두 전시를 대하는 대중과 언론의 반응이 흥미로웠다. 

같은 시기 한 큐레이터가 기획한 대중문화를 반영한 두 전시 중 하나는 지나칠 정도의 관심이 쏟아졌고, 다른 하나는 대개의 기획전이 그랬듯이 아는 사람들끼리 조용히 치러졌다. 대형기획사와 인디 뮤지션의 스케일 차이만큼 극명한 온도차였다.

대중문화의 아이콘이 미술계에 진출하면서 생긴 이번 해프닝은 단순히 ‘피스 마이너스 원’이라는 전시에 대한 호불호를 떠나, 두 가지 과제를 남겼다.

하나는 미술관이 문턱을 낮추기 위해 대중문화를 끌어들이는 과정에서 유연성이 얼마나 허용되는지이고, 다른 하나는 한국 사회의 소득 양극화만큼이나 심화된 문화 양극화 현상의 확인이었다. 

한국 단색화, 해외시장에서 열풍

해외, 특히 아시아 미술 시장에서 시작된 한국의 단색화 열풍은 2014년에 이어 2015년에도 이어졌다. 11월 크리스티 경매의 이브닝 세일에서 박서보의 작품 ‘묘법 No.65-75’는 780만 홍콩달러(11억 5400만 원), 수수료를 더한 액수는 940만 홍콩달러(13억 9078만 원)로 낙찰됐다. 이우환, 정상화에 이어 국내 생존 작가로는 세 번째로 10억이 넘는 낙찰가를 받은 것이었다. 

한국의 단색화는 한 가지 계열의 색을 사용해 그림을 완성함으로써 외견상으로는 서양의 모노크롬이나 미니멀리즘과 비슷해 보인다. 하지만, 각자가 탄생하기까지의 계보는 서로 전혀 다른 뿌리로부터 출발한다. 미니멀리즘과 모노크롬은 이분법적인 서양의 관념 체계에 근거한다. 인간의 정신(의식)과 물질, 단색과 다색으로 나눈 관념이 그것이다. 반면, 한국의 단색화는 물질과 정신을 둘로 나누지 않는 동양적 세계관에 바탕을 두고 있다. 그것은 오히려 유럽의 엥포르멜이나 이우환이 일본에서 주창했던 모노하 운동에 가깝다.

▲박서보, ‘묘법’. Oil and pencil on canvas, 130 x 195 cm, 1975

중국 작가들의 작품이 한바탕 떠올랐다 사그라진 해외 미술시장에서 한국의 단색화는 그 특유의 동양적이고 명상적인 매력으로 주목받고 있다. 하지만 한편에서는 이해도 없이 투자 목적의 상품으로만 여겨짐으로써 생기는 가격 거품, 작가들의 단색화로의 쏠림 현상으로 인한 장르의 다양성 퇴색 등의 문제 역시 제기되고 있다. 이런 현상에 대해 전문가들은 단색화의 인기는 기성 작가뿐 아니라 젊은 미술작가들과 한국 현대 미술의 해외진출 교두보가 될 것이며, 그러기 위해선 단색화에 대한 올바른 이해 및 학술적 비평과 관심이 병행되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한편, (사)한국미술시가감정협회와 미술경제 전문지 월간 ‘아트프라이스’의 12월 22일 발표에 따르면, 2015년 국내 미술시장의 연말결산 기준 낙찰총액 순위 1위는 김환기로, 총액 약 244억 4500만 원이었다.

천경자 화백 별세 및 ‘미인도’ 위작 논란 재점화

지난 10월22일 한 언론 매체의 보도를 통해 한국 근대 회화 역사에서 여류화가로서 독보적인 자리를 차지했던 천경자의 별세 소식이 전해졌다. 이어 유족들의 기자회견과 대한민국 예술원의 공식 발표로 2015년 8월 6일, 향년 91세로서 생을 마감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녀의 별세 소식이 있기 전까지 그녀와 관련한 논란은 크게 두 가지였다. 하나는 2003년 미국에서 뇌출혈로 쓰러졌다는 소식 이후의 생사 논란이었다. 미국에서의 생활이 베일에 싸인 채 알려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 때문에 몇 달 전에는 대한민국 예술원이 회원에게 지급하던 수당을 중단하기까지 했다. 10년 넘게 떠돌던 그녀의 사망설은 이번 소식으로 종지부를 찍게 되었다.

▲고 천경자 화백. 사진 = CNB포토뱅크

또 다른 하나는 1991년 국립현대미술관이 전시했던 ‘미인도’의 위작 논란이다. 10.26사태의 주역인 김재규 당시 중앙정보부장의 재산 압류 과정에서 발견된 미인도는 국립현대미술관이 인수받아 전시했다. 그러나 막상 작가는 자신이 그린 것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국립현대미술관은 한국화랑협회에 감정을 의뢰했고, 현미경 분석, 적외선, X선 촬영 등 정밀감식 결과 감정위원들은 만장일치로 진품 판정을 내렸다. 이에 세간에서는 김재규에게 작품을 상납한 것이 부끄러워 위작이라 주장했다는 억측이 나돌았고, 작가는 절필을 선언하기에 이르렀다.

작가의 사후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은 현재, 그녀의 유족이자 자녀들은 각기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장녀인 이혜선 씨는 천 화백의 작품과 개인 소장품 등 총 4000여 점을 국립 부경대학교에 기증하기로 결정했다. 차녀 김정희 씨를 비롯한 나머지 유족들은 미인도 위작 논란과 관련해 국립현대미술관을 상대로 사자 명예 훼손죄와 저작권 위반으로 수사를 의뢰하고, 손해 배상 등 민사소송도 진행할 예정이다. 

첫 외국인 국립현대미술관장, 함량미달 논란

12월 문화체육관광부는 1년간 공석이었던 국립현대미술관장에 외국인 바르토메우 마리 리바스 전 스페인 바르셀로나 현대미술관장을 임명했다. 문체부 산하 문화예술기관의 수장으로 외국인이 선정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바르토메우 마리 리바스 국립현대미술관장.

정형민 전 관장이 학예연구사 부당 채용 파문으로 직위해제 된 이후 1년 간, 관장 인선 과정은 공모와 재공모를 거치는 난항을 겪었다. 재공모에서 외국인 인사가 유력 후보로 거론되자 미술계는 우려 섞인 말들을 쏟아냈다. 그들의 걱정은 학연을 근간으로 한 국내 미술계의 파벌 다툼을 해결하기에 적합한 인물인지 그리고 과거 바르셀로나 미술관관 재직 시절 스페인 군주제를 풍자하는 작품 전시를 취소해 이른바 ‘정치 검열’ 논란을 만들어낸 장본인이기 때문이었다. 

리바스 관장의 임명이 확정된 이후, 작가들은 리바스 관장에게 ‘검열 반대 윤리 선언’을 공개 요구했다. 이에 그는 기자회견을 통해 “정치 검열 논란은 오해”라고 해명하며, “표현의 자유를 지지하고 검열에 반대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한국 미술계의 실정과 해결방법을 묻는 질문에는 원론적인 답변으로 일관해 미술계의 우려를 깨끗이 씻어내지는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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