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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창환 건강 칼럼] 치질로 알았는데…원인 모를 크론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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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468호 최창환 중앙대학교병원 소화기내과 교수⁄ 2016.02.04 08:54:31

CNB저널, CNBJOURNAL, 씨앤비저널

(CNB저널 = 최창환 중앙대학교병원 소화기내과 교수) 평소 설사로 고생해오던 직장인 차동룡(남, 39세, 가명) 씨는 지난해 겨울부터 혈변과 복통 증상까지 더해져 힘들었지만, 단순 치질로 생각하고 민망함 때문에 진료를 미뤄왔다.

그런 와중에 통증은 계속 심해졌고, 차 씨는 한참 뒤에야 치질 치료를 받아야겠다는 생각으로 병원을 찾았다. 그런데 병원에서 예상외로 ‘크론병’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설사, 복통 등을 동반하는 만성 염증성 질환의 일종인 크론병은 최근 20~30대 젊은 층을 중심으로 빠르게 늘어나는 추세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최근 4년간 크론병 환자는 41%나 늘어났다. 특히 전체 환자의 28.9%가 20대, 21.4%가 30대인 것으로 나타나 20~30대 젊은 환자가 특히 많았다.

크론병은 설사나 혈변, 심한 복통, 메스꺼움, 발열, 식욕부진, 체중감소, 피로감 등의 증상을 수반한다. 입에서 항문까지 소화관 어디에서나 발병할 수 있지만, 주로 대장과 소장에서 많이 발병한다.

크론병 환자에게는 치루, 항문 주위 농양 등 같은 항문 질환이 흔히 동반된다. 항문 밖으로 고름 등 분비물이 나오는 치루는 크론병의 대표적인 합병증이다. 우리나라 크론병 환자 약 30~50%는 이런 항문 질환을 가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의 2014년 자료에 따르면, 치질로 병원을 찾는 환자 수는 사계절 중 겨울(12~2월)이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데 이들 환자 대부분은 단순 치질로 오인해 치료를 미루거나, 치료를 받더라도 단순한 치질 치료로 완치됐다고 생각하다가 증상을 더 악화시키고 재발하는 경우도 많다.

또 크론병 같은 염증성 장 질환 환자들은 처음 증상이 나타난 시기부터 진단을 받을 때까지 오래 걸리고, 그만큼 치료를 늦게 시작해 증상이 악화되는 경우가 많다.

크론병으로 인한 치루의 경우, 단순히 치루 제거 수술을 통해 치료를 끝내는 것이 아니라 치루 상태에 따라 여러 가지 다른 치료 방법을 시행하고, 재발 예방을 위해 꾸준한 약물 치료를 받아야 한다. 치루를 유발한 원인인 크론병을 정확하게 진단하고 치료해야 치루 재발과 다른 합병증을 예방할 수 있다.

크론병은 장 협착, 누공, 천공 등의 합병증을 유발해 절제 수술을 받게 만들 수 있으며, 반복적인 장 절제 수술로 인해 단장 증후군 같은 신체장애를 유발할 수도 있다.

더구나 장 이외의 다른 신체 부위에도 염증을 일으킬 수 있는데, 환자의 20~30%가 눈과 입(구내염), 관절, 피부 등에 염증 및 통증, 골다공증이나 신장결석 등 다양한 합병증을 경험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조기 진단과 함께 빨리 치료를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다.

▲대장 내시경 검사는 크론병 등 염증성 장 질환을 진단하는 데 가장 중요한 검사이다. 사진 = 중앙대학교병원

크론병의 발병 원인은 아직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유전적 요인, 식이 스트레스 등 환경적 요인 그리고 정상적으로 존재하는 장내 세균의 불균형 등으로 인한 인체의 과도한 면역 반응이 중요한 발병 기전으로 알려져 있다.

크론병은 전형적으로 서구에 많은 질병이었지만, 우리나라도 생활 습관 및 음식 문화가 서구화되면서 발생률이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실제 영국 런던 세인트조지병원의 위장병 학자인 샐리 미턴(Sally Mitton) 박사는 패스트푸드, 정크푸드 등을 많이 먹는 사람은 크론병에 걸릴 위험이 크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국내 크론병 환자의 30~50%는 
치루·농양 등 항문 질환 동반

장에 원인 모를 염증이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면역 질환으로 농촌보다 도시에서 발병 확률이 높아 일부에선 ‘부자병’이라 불리기도 한다. 특별히 위생적인 환경에서 자라거나 면역력에 문제가 있는 상태에서 새로운 항원에 노출되면서 걸린다는 가설도 제시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크론병을 예방하기 위해선 패스트푸드나 가공식품의 섭취량을 줄이는 것이 좋다. 주로 채식 위주로 골고루 식사하는 건강한 식습관을 가질 것을 권장한다. 또 흡연이 크론병을 악화시키는 것으로 알려졌으므로 금연이 중요하다.

전문가들은 크론병의 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는 음식으로 지방이 많은 육식 및 유제품, 자극이 강한 향신료, 알코올, 카페인이 함유된 음료, 탄산음료 등을 들고 있다. 하지만 이런 음식들이 항상 증상을 악화시키는 것은 아니므로 무조건 피하는 것보다 식사와 증상 발생 사이의 관계를 살피는 것이 필요하다.

증상 악화와 관련 있는 특정 음식은 피하고, 영양부족증이 발생하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 염증성 장 질환자에서 부족할 수 있는 영양분은 엽산, 비타민 B12, 칼슘, 비타민 D, 철분, 각종 무기질 등이다. 인체에 유익한 세균인 프로바이오틱스(유산균 등)와 등 푸른 생선에 많이 함유되어 있는 오메가-3 지방산이 일부 효과가 있다고 보고되기도 했다.

염증으로 인해 유발된 질환이기 때문에 크론병 치료는 최대한 증상을 완화하고 염증으로 인한 손상과 합병증을 막아야 한다. 그래서 염증을 억제하고 제거할 목적으로 장 혹은 전신에 작용하는 스테로이드, 면역 억제제, 생물학적 제제 등의 약물 치료를 시행한다.

약물 치료로도 증상이 호전되지 않거나 장 폐쇄나 협착, 천공, 복강 내 농양 같은 심각한 합병증이 발생하면 수술이 필요할 수 있다. 수술을 한다 해도 크론병이 완치되는 것은 아니고, 질병이 다시 악화돼 재수술을 받게 될 수도 있다.

크론병의 대표적인 합병증인 치루, 항문 주위 농양 등 항문 질환은 한 번 수술을 받고도 근본적인 원인이 해결되지 않아 여러 번 수술을 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때문에 주치의와 긴밀하게 상의해 조기 진단과 치료를 통해 근본적인 원인이 되는 체내 과도한 면역 반응을 억제하는 노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염증성 장 질환은 환자에 따라 병변이 생기는 부위나 범위, 증상, 경과 등이 다양할 뿐 아니라 치료에 대한 반응도 다르기 때문에 최신 의학 지식과 경험을 바탕으로 환자별로 그때그때 상황에 맞춰 가장 적합한 방법을 선택해 치료해야 하는 것이다. 

(정리 = 안창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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