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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생 예술동네 ⑥ 재주도 좋아] 제주에 재주들 모여 바다를 쓰담쓰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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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472호 김연수 기자⁄ 2016.03.03 08:57:46

▲‘재주도 좋아’에선 다양한 프로젝트와 이벤트가 끊이지 않고 펼쳐진다. 사진 = 재주도 좋아

CNB저널, CNBJOURNAL, 씨앤비저널

(CNB저널 = 김연수 기자) 2000년 후반부터 시작된 듯하다. 젊은 예술가들이 하나 둘씩 제주도로 떠나기 시작한 것은. 당시만 해도 도시화는 서귀포시에 집중돼 있어서 초기에 자리 잡기 시작한 젊은이들은 상대적으로 집값이 싼 외곽을 찾아 버려진 집을 스스로 개축하고, 감귤 농사를 돕거나, 항구에서 ‘(그물의) 조기를 따는’ 등의 아르바이트를 해가며 자리를 잡았다. 그러던 중 언제부터인가 불기 시작한 제주 귀농 열풍과 중국인들의 투자 열기는 제주의 변화에 가속도를 붙여 카페와 음식점 등 각종 서비스업들이 난무하는, 다른 지역의 상업 지구와 다를 바 없는 모습을 만들어 가는 것 같기도 하다. 

‘쓰레기를 줍다’에서 ‘바다를 빗질하다’로

하지만, 제주도는 여전히 아름답다. 팀 ‘재주도 좋아’에는 만나서 즐겁게 놀다가 서로의 직업이 알고보니 예술가였고, 그래서 아예 살면서 아름다운 제주를 유지하려는 여섯 사람이 있다. 제주문화예술재단의 ‘빈 집 프로젝트’의 지원을 받아, 제주시 애월읍 봉성리의 감귤 선과장을 개조한 곳이 그들의 작업 공간이자 놀이 공간이며, 사업 공간이기도 하다. 

▲폐품과 폐목재를 업사이클링해 만든 화분. 사진 = 재주도 좋아

그들의 처음 만남은 2013년 ‘한수풀 해녀학교’에서 이뤄졌다. 16주간 진행된 물질(해녀들이 바다 속에 들어가 해산물을 따는 작업) 수업에서 그들이 막상 딸 수 있었던 것은 해산물이 아니라 아주 많은 쓰레기였다. 그들의 고민은 팀의 메인 캠페인인 ‘비치코밍(beach combing)’으로 이어졌다. 바다(beach)를 빗질(combing)하는 작업이다. 

운영진 중 한 명인 조원희는 “바다 쓰레기는 어디선가 서로 섞이고 밀려 들어와 출처를 모르기 때문에 처리도 명확하게 이뤄지지 않는다”며, “결국엔, 개인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필요한 상황인데, 환경운동이라고 하면 별스럽게 생각하는 게 현재의 인식”이라고 지적한다. 이에 ‘재주도 좋아’는 환경과 예술이라는 단어 자체가 가진 보통사람들과의 괴리감을 놀이처럼 접근하면서 풀어나가자는 생각 아래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감귤 선과장이었던 ‘재주도 좋아’의 공간 전경. 사진 = 재주도 좋아

‘일주일 제주바다 레지던시’는 예술가 8팀을 장르에 상관없이 전국 공모로 선정해, 일주일간 제주도에 머물게 하며 비칭코밍 개념을 바탕으로 작업을 진행하는 프로그램이다. 선정된 팀은 총 3번 초청을 받는데, 첫 방문엔 앞서 레지던시에 참여했던 예술가들의 비치코밍 작업에 대한 이야기를 들은 뒤 앞으로 진행할 작업에 대한 계획을 짜고, 두 번째 방문 땐 8~9월 중 일주일씩 8주 동안 번갈아가며 거주하고 작업을 진행한다. 그리고 마지막 방문인 11월엔 선정된 모든 예술가들이 함께 전시를 개최하는 형식이다.

선정된 팀들에게는 3번의 방문 비용에 재료비가 더해진 약 120만 원의 지원금이 주어진다. 재주문화예술재단의 지원을 받아 이뤄지는 프로젝트로, 비영리 레지던시라 수익사업은 아니지만, 각기 다른 분야의 예술가들이 비치코밍 개념에 대한 다양한 해석들을 도출해냄으로써 환경 문제에 대해 다양한 접근법 또한 얻게 된다. 

▲‘재주도 좋아’를 운영하는 6인. 사진 = 재주도 좋아

감귤 선과장이었다가 지금은 그들의 공간이 된 ‘반짝반짝 지구상회’에서는, 운영진들이 직접 만든 바다 쓰레기 활용 관광 상품 및 기념품이 판매된다. 바닷가에서 주은 유리조각은 반지나 귀걸이 등으로 재탄생하고, 쓰레기 등은 화분 같은 생활 용품이나 예술품으로 변신한다. 또한 ‘바다 유리 브로치 만들기’ ‘해녀 모빌 만들기’ ‘비치코밍 에코백 만들기’ 등의 체험 학습도 진행된다.

한편, 그들이 예술가 집단으로서 지역에 스며드는 방식은 다른 곳과 비교할 때 많이 독특하다. 그들이 처음 봉성리에 자리를 잡았을 때 젊은 애들이 왔다 갔다 하니, 동네 어르신들이 “밥은 먹고 다니냐”며 챙겨주시더란다. 그래서 그들은 생각했다. ‘기존의 예술가 집단이 지역 사회에 일방적으로 주는 형식을 많이 취하지만 우리는 받아야겠다. 예술 이외의 답은 그 분들이 더 잘 알고 있으니까’라고. 그래서 작업실 앞에 사시는 할머니는 빙떡, 쉰다리 등의 제주 음식을 가르치러 오시고, 동네 의사 선생님은 예술가가 아프지 않고 사는 법에 대해 강의해준다. 물론 강의료도 드린다. 처음 강의 제안을 드리니, “선생질을 아무나 하냐”고 손사래치던 할머니는 막상 강의 날에는 멋들어지게 차려입고 오셨단다.

▲다양한 체험 수업 역시 펼쳐진다. 사진 = 재주도 좋아

조원희는 “제주도는 소비를 기반으로 하는 관광 지역이라 쓰레기가 어쩔 수 없이 생산된다”며, “우리 팀이 하는 일은 그것을 막아보자는 것보다 현명한 소비로 이끌어보자는 것이다. 원론적인 환경주의자가 되고 싶지는 않으며, 실천 가능하고 삶의 패턴에 맞는 재미있는 방식을 연구한다”고 말한다.

천근성 “쓰레기를 순환해요”

작가 천근성은 영등포구 문래동의 예술촌 근처에서 만날 수 있는 ‘망치 조각’, 버려진 용접면을 활용한 설치 작업 등으로 갤러리 안보다 밖에서 유명세를 탄 작가다. 

▲천근성 작가가 쓰레기를 넣어 만든 ‘비치코밍 하르방’. 사진 = 재주도 좋아

그는 비치코밍 작업으로 쓰레기를 넣은 ‘비치코밍 돌하르방’을 만들었다. 제주도의 흔한 돌이었던 현무암은 이제 값이 매겨지는 귀한 몸이 됐으며, 마땅히 보존돼야 할 자연 유산이기도 하다. 그는 제주 해안가에 널린 귀한 돌들 사이의 쓰레기를 수거해 그것을 주재료로 제주도의 수호신이자 상징적인 기념품인 돌하르방을 만들어 방문 관광객들과 물물교환을 했다. 외부에서 들어온 쓰레기를 관광객들이 다시 가져갈 수 있게 하려는 취지다. 

정재범 “생명의 빛을 쓰레기에” 

정재범은 주로 가구 디자인을 한다. 밤하늘의 별빛과 오징어잡이 배의 불빛 등 그가 제주도에서 만난 빛들에는 생명력이 가득했다. 하지만 그 쓰임을 다하고 바닷가로 떠밀려 온 바다 쓰레기들은 사물로서 죽음을 맞이한 것들이다. 작가는 그 쓰임을 다한 사물들에게 다시 생명을 불어넣고 싶었다. 그는 바다에 떠다니거나 밀려 온 폐 부표들로 조명을 만드는 비치코밍 작업을 했다. 또, 작업장에 버려진 의자와 부표를 조합해 즉흥적으로 자전거를 만들었는데, 비록 모터가 달리거나 한 것은 아니었지만, 봉성리의 아이들 반응이 좋아 자신도 즐거웠던 작업이라고 밝힌다. 

▲정재범 작가가 만든 ‘바다 자전거’. 사진 = 정재근 작가

작년 레지던시 프로그램에 참여했던 이들은 “처음 레지던시에 선정된 뒤 일주일 간 놀면서 즐기면서 작업하면 되겠지라고만 생각했었다. 그러나 처음 만난 제주도와 레지던시 프로그램이 끝나고 바라보는 제주의 모습은 많이 달라졌다”고 입을 모았다. 

천근성은 “제주도의 바다 쓰레기의 80%가 외국에서 오는 것”이라며, 제주도 환경 문제의 심각성에 대해 목소리를 높였다. 정재범은 “레지던시 이후 다시 제주를 방문해 한라산을 올라갔다 내려오는데 열심히 쓰레기를 주우며 내려오게 되더라”며 “한 번의 경험(비치코밍)이 꾸준한 실천으로 연결됨을 경험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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