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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저널 = 김연수 기자) 과거의 예술은 사회 집단의 상위층만이 영위할 수 있던 것이었다. 그래서 현실의 모습과는 상관없어 보이는 이야기를 했다면, 현 시대의 예술은 예술이 삶의 저변을 이루는 문화 현상을 만들어내고 또한 시대상을 반영한다. 예술과 현실이 상호보완적 관계에 있다고 할 수 있다.
미술 평론가로 잘 알려진 반이정의 ‘예술 판독기’는, 영화 잡지 ‘씨네21’에 5년간 연재한 예술 비평을 모은 책이다. 그의 글은 ‘왜 미술 평론가가 예술 평론을 영화 잡지에서 하는가’라는 의문을 불식시키기라도 하듯, 다양한 장르의 집합소로서 흥미롭게 주제를 전달하는 영화와 닮았다. 이는 예술과 현실을 구분하는 기준이 있다는 편견을 깨고, 예술에서 현실성을 보고 현실에서 예술성을 보려는 저자의 의도와도 일치한다.
이미 오래 전 탈장르가 시작된 문화·예술계를 배경으로, 그의 비평은 비평이라기보다 너무 익숙해 미처 문화라고 생각하지 못했던 삶의 부분들을 새 시선으로 짚어준다는 측면이 있다. 알지 못했지만 사실은 예술적 사고의 결과물이 주변에 있다는 사실, 그리고 늘 해오던 것이라 특별하지 않다고 생각했던 생각과 감정들이 예술로 표현되면서 특별해진 사례들이 펼쳐진다.
그의 글엔 전형적인 비평문에 습관적으로 나타나는 어려운 용어나 만연체가 없다. 한 주제 당 2~3면을 넘지 않아 집중력에 한계를 느끼지 않아도 된다. 잡지를 보듯 술술 읽다보면 최소한 그가 가진 관심사의 범위만큼 흥미 범위가 넓어질지도 모른다.
저자는 ‘예술 판독기’의 의미를 ‘무엇인가를 예술로 만드는 조건의 기록’이라 밝히며, “그 판독 대상을 예술보다 언론 보도, 영화, 광고, 상품 등에서 찾았고, 예술과 예술 아닌 것 사이에서 공통점을 찾으려 했다”고 밝혔다.
반이정 지음 / 2만 2000원 / 미메시스 펴냄 / 360쪽
김연수 기자 hohma000@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