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자와 작가가 함께 전시를 만드는 공간 기고자는 3월 11일~4월 16일 홍콩 작가 모건 왕(Morgan Wong)의 개인전 '기고자 표준시 KIGOJA Standard Time(KST)'을 연다.
최근 몇 년간 모건 왕은 다양한 매체를 활용한 도발적인 작업으로 주목을 받았다. 지속적 퍼포먼스(durational performance)와 설치 및 영상 작업으로 이름을 알린 작가는 시간성과 물질성을 연결시키는 것에 초점을 두고 작업하고 있다.
*지속적 퍼포먼스(durational performance): 고통이나 고독 혹은 피로 같은 어려움의 감정과 연관돼 있는 행위예술이다. 오랜 시간의 경과에 중심을 둔다.
이번 전시에서 선보이는 작가의 가장 최근 프로젝트인 ‘기고자 표준시 KIGOJA Standard Time(KST)’는 세계표준시가 지니는 정치적 함의를 다룬다. 그리고 무엇이 우리로 하여금 시차를 체험하도록 하는지 질문을 던진다. 그는 시공간 체험에 관해 시적이면서 모순적이고 비물질적인 방식들을 실험해왔고, 이번에 선보이는 작업 역시 이전 작품들의 방법론을 유지한다.
“많은 국가가 자국의 국익과 정치적 목적에 따라 각자 다른 표준 시간대를 설정해왔다. 중국은 전국에 나누어져 존재하던 5개의 다른 시간대를 하나의 시간대로 통합한 반면, 사모아는 주변국과의 원활한 무역거래를 위해 하루를 건너뛰는 시간대를 선택했다.
한반도의 표준 시간대는 ‘식민지화’라는 정치적 개념을 내포한다. 2013년 남한에서는 국회의원 조명철이 일제강점기 이전 대한제국 당시의 표준시를 되찾고자 개정 법안을 발의한 바 있으며, 2015년 북한은 자체적인 ‘평양 시간’을 수립함으로써 한반도의 식민지배 과거사로부터 스스로 거리를 두고 있다”
(작가노트 중)
이번 전시는 시공간과 관계 맺는 방법에 대한 작가의 관점이 반영된 새로운 설치 및 영상 작업을 선보인다. 작가는 현재 한국 표준 시간(동경 135도 기준 UTC+09)보다 45분 빠른 ‘기고자 표준시’라는 가상의 시간대를 기고자 공간에 설정한다. 실존하지 않는 이 새로운 시간대를 경험하기 위해서 관객은 전시 기간 중 작가가 제작한 온라인 예약 시스템을 통해 특정 시간대를 골라 미리 예약해야만 입장 및 전시 관람이 가능하다.
관람 시간은 수요일과 목요일을 제외한 매일 오후 2시부터 8시까지. 기고자의 홈페이지에서 전시 관람 예약 및 자세한 정보 확인이 가능하다.
한편, 이번 전시를 기획한 큐레이터 민유진은 모건 왕 작가와 그가 관심 있게 다뤄온 주제인 시간 개념에 대한 비평을 실은 도록을 출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