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러리너트는 작가 박경의 세번째 개인전 '1986 모노 인출기'를 4월 27일~5월 3일 연다.
박경은 자신이 경험하고 느낀 무형의 것들을 회화로 담는다. 그의 작업에 등장하는 색들의 단층적 구조는 켜켜이 쌓인 기억의 덩어리처럼 보인다. 작품은 작가 스스로 들여다 본 기억의 저장고처럼 여러 기억과 체험들이 색색의 앙금처럼 가라앉아 지층 구조를 이루고 있다.
작품 '28 Jun 1986'은 작가의 작업 과정을 알아볼 좋은 예다. 유학 시절, 작가는 낯선 환경에서 이전에 본 적 있는 초상화를 떠올렸다. 그 초상화가 있던 공간의 분위기, 냄새, 향, 소리, 움직임 등을 단서삼아 기억 속 초상화를 재구성했다.
하지만 한국에 돌아와 확인하니 실제 초상화는 작가의 기억과 전혀 다른 것이었다. 작가는 이 경험을 통해 실제와 기억의 간격을 이야기하는 작업을 진행한다.
"기억은 소설 같은 것이 아니라 소설"이라는 프루스트의 말처럼, 작가는 초상화에 얽힌 허구적인 이야기로 확장시켜 나간다. '22 Jun 1986'은 초상화뿐 아니라, 그림을 그린 작가는 누구인지, 그 공간은 어떤 분위기의 무슨 향기를 머금었을까 등 다양한 질문을 스스로 풀어가는 과정을 담았다.
갤러리 측은 박경의 작업에 대해 "대체 우리가 갖고 있는 기억이 어디까지 실존이고 어디까지 추억인가 의문을 던진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