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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르뷔지에-잔느레 가구전] 佛모더니즘이 인도 토속재료 만날 때

국제갤러리, '인도 찬디가르 1951-66’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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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481-482호 김연수⁄ 2016.04.29 15:09:59

▲‘르 코르뷔지에, 피에르 잔느레: 인도 찬디가르 1951-66’전의 1층 설치 전경. 비행기 날개로 만든 가림막과 르 코르뷔지에의 상징과도 같은 기둥, 원색의 벽이 재현돼 있다. 이들의 도시 설계가 그려진 맨홀 뚜껑도 보인다.(사진=국제갤러리)


가구 디자이너가 가구를 만드는 것은 당연하지만, 때론 건축가가 만든 가구들을 본다. 그런 가구들은 때때로 장인이 만든 가구보다 역사적으로 혹은 예술적으로 더 높은 가치 평가를 받곤 한다.


건축가가 가구 디자인에 자연스럽게 관심을 가지게 되는 이유는 설계 과정에서 인간의 행동 양식을 관찰하게 되고, 디자이너마다 다른 선호 재료가 있다는 건축과 가구의 공통점 때문으로 보인다.


국제 갤러리는 4월 26일 ~5월 29일 스위스계 프랑스인 건축가 르 코르뷔지에(Le Corbusier)와 피에르 잔느레(Pierre Jeanneret)가 인도 찬디가르에서 한 협업 프로젝트를 보여주는 ‘르 코르뷔지에, 피에르 잔느레: 인도 찬디가르 1951-66’전을 개최한다.


제2차 세계 대전이 끝나고 영국으로부터 독립한 뒤 인도는 기존의 도시들을 개발해 국가의 새로운 출발을 도모한다는 차원에서 인도 북서부의 펀자브(Punjab)주 찬디가르 시를 세종시처럼 정부 관할 행정 지역으로 기획한다. 인도 정부는 1950년 피에르 잔느레와 르 코르뷔지에에게 이 프로젝트를 의뢰했고, 이후 영국 출신 부부 건축가 맥스웰 프라이(Maxwell Fry), 제인 드류(Jane Drew)와 팀을 구성해 1966년까지 이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이번 전시는 찬디가르 도시계획 프로젝트에서 나타난 인도의 산업화 과정과 이들 건축 사상의 이상이 담긴 디자인을 소개한다. 주로 공공 건축물의 실내 디자인에 맞춰 만들어진 가구 및 집기들, 그리고 건축 구조물들이 재현돼 있다.


▲찬디가르에서의 르 코르뷔지에와 피에르 잔느레의 모습. (사진= FLC,ADAGP)


르 코르뷔지에와  피에르 잔느레의 도시설계


잔느레와 코르뷔지에는 찬디가르를 새롭고 현대적인 건축 철학을 반영하면서도 인도의 특수한 기후 등 환경적 요인을 고려해 현지인에게 높은 삶의 질을 보장하는 도시로 만들고자 했다. 도시를 그리드(격자) 형태의 단순한 직선 위주 도로로 구획하고, 국회 의사당, 의회, 고등법원 등 주요 행정 건물들을 설계했다.


갤러리 1층에 전시된 맨홀 뚜껑에는 이들이 계획한 도시 이미지가 새겨져 있다. 전면에는 이들이 설계한 찬디가르시의 국회의사당 모습이 보인다.


갤러리의 제일 안쪽에 전시된 책상은 고위급 공무원들이 사용했던 가구다. 3개가 만들어져 현재 인도 총리도 쓰고 있는 책상으로서 인도 국외에서는 처음 소개됐다고 한다. 코르뷔지에가 설계를 하고 잔느레가 세부적인 디자인을 담당했다.


르 코르뷔지에의 본명은 샤를 에두아르 잔느레(Charles Edouard Jeanneret)로 피에르 잔느레와는 인척 관계다. 이들의 성향은 매우 다른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 전시를 기획한 정대웅은 “코르뷔지에가 매우 진보적이고 적극적인 성격이었던 반면, 잔느레는 섬세한 성격이었다”고 전한다. “이 책상 디자인에 있어서도 코르뷔지에는 건축 재료와 맞춘 노출 콘크리트를 사용하려고 했으나, 인도 측 사람들과 충돌이 있었고, 잔느레의 설득에 따라 결국 따뜻한 느낌의 나무로 만들어졌다”고 뒷얘기를 알려준다.


▲국회의사당에서 고위급 공무원이 사용하던 책상. (사진=국제갤러리)


현지의 고유 문화를 존중한 디자인


이번에 선보이는 가구 디자인에는 인도 고유의 생활 방식을 존중하려 했던 그들의 철학이 묻어나는 가구들 여럿 발견할 수 있다. 그 대표가 ‘이지 체어(easy chair, 안락의자)’다. 계급 사회인 인도에서 하층 계급 사람들의 좌식 생활양식을 반영해 이들은 보통 의자보다 높이가 낮은 의자를 만든다. 이지 체어뿐 아니라 휴식 공간에서 사용하는 테이블 등의 가구 또한 당시 서양의 일반적인 가구에 비해 높이가 낮다.


가구에 사용한 재료 역시 인도 전통공예에서 쓰이는 것들을 많이 사용했다. 장미목, 티크(teak), 흑단, 대나무 등은 쉽게 조달할 수 있으면서도 자체의 성질이 견고한 재료들이다. 정대웅은 이런 재료들뿐 아니라 가구에 사용된 힌지(hinge) 등을 가리키며, “비싸지 않은 재료가 사용된 소박하고 실용적인 디자인이다. 지브라(zebra)나 야자수 나무처럼 비싼 재료들을 쓰던 고전주의(classism)와 대비되는 프렌치 모더니즘(French mordernism)을 대표하는 이들의 특성”이라고 설명한다. 지금은 가구 위에 가죽이 덧씌워져 있지만 이 역시 원래는 비닐이었고, 낡아서 나중에 천갈이를 한 것이라고 한다.


▲'통나무 커피 테이블'과 '캥거루 의자'.(사진=키이스 박, 국제갤러리)

한편, 습하고 더운 인도의 기후에 맞춰 통풍이 원활하도록 만든 가림막(shade)도 있다. 영국인들이 비행장에 남기고 간 비행기 날개로 만든 것이라고 한다. 또다른 천재 건축가인 장 푸르베(Jean Prouvé)의 영향을 받은 것이라는 설명이다.


코르뷔지에 건축 사무소의 유일한 여성 건축가였던 샤로트 페리앙(Charlotte Perriand)의 감각이 묻어나는 테이블도 있다. 컬러 테라피(color therapy, 색채 치료법)를 처음으로 건축에 반영하고, 뼈대의 기능을 건축에 도입함으로서 건축 역사에 획을 그은 코르뷔지에의 상징과도 같은 기둥과 원색의 벽들이 재현돼 있기도 하다.


기획자 정대웅에 따르면, 이번 전시에 소개되는 작품들은 코르뷔지에와 잔느레가 이뤄놓은 결과물 중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이들 가구 작품들은 인도 현지에서 중요하게 취급되지 않았고, 프랑스 딜러들에게 팔려나가 프랑스의 현지에서 비싼 가격을 형성했다. 뒤늦게 인도 정부가 소송을 진행했지만 결국 패했다고 한다. 현재 이들이 남긴 업적은 인도 문화부가 관리하고 있으며, 판매도 금지 조치 됐다. 이번 전시 역시 인도 문화부의 허가 아래 진행됐다.


▲벤 리플리, '찬디가르 국회의사당 전경'. 2008.(사진=국제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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