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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뮤지컬 '뉴시즈', 사장님들이 싫어할 상황에서 출발하지만…

노조 통한 소통의 중요성을 역동적인 춤으로 펼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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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김금영 기자⁄ 2016.05.09 15:32:11

▲뮤지컬 '뉴시즈'는 19세기 말 뉴욕 시를 배경으로, 10대 신문팔이 소년들이 노동조합을 결성하고 파업을 강행하는 이야기를 그린다.(사진=오디컴퍼니)

(CNB저널 = 김금영 기자) “사장님들이 이 공연을 싫어합니다.” 공연의 대표적인 줄거리만 보면 이런 소리가 나올 것 같다. 오디컴퍼니가 야심차게 내놓은 뮤지컬 ‘뉴시즈’는 19세기 말 뉴욕 시를 배경으로, 거리 위의 어려운 생활을 이어 나가는 10대 뉴시즈(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 미국 신문팔이 소년들)들의 이야기를 그린다. ‘더 월드’ 신문사의 사장 조세프 퓰리처가 신문의 소비자 가격은 그대로 두고, 뉴시즈에게 판매하는 신문의 가격만 올리기로 하자, 이에 뉴시즈들이 모여 노동조합(노조)을 결성하고 파업을 강행하는 과정을 그린다.


뉴시즈들이 노조를 결성하는 과정은 의외로 단순하다. 늘 이어지는 철도 파업 소식에 뉴시즈들은 “쟤들은 맨날 저래” 하며 혀를 내두른다. 이 가운데 조세프 사장이 자신들에게 부당한 처우를 내리자, 뉴시즈들의 리더 잭 켈리는 “우리도 노조나 만들어서 파업해볼까?” 하고 가볍게 말을 던진다. 여기에 전문적인 지식을 갖춘 동료 데이비가 “노조를 결성하는 게 그렇게 쉬운 게 아니다. 노조위원장도 필요하고 명분도 필요하다”고 하자 뉴시즈들은 “그럼 잭이 노조위원장을 하라”며 1분도 안 돼서 거의 모든 사항을 결정 지어 버린다. 소년들의 파업 시작은 이렇게 장난처럼 단순해 보인다.


하지만 이들이 노조를 결성하게 된 배경은 단순하지 않다. 조세프 사장의 횡포에 얌전히 열심히 일해왔던 뉴시즈들이 당장 길거리에 나앉아 구걸을 해야 하는 사정에 처한다. 학교도 제대로 가지 못하고, 가족의 생계를 책임져야 하는 이들에게 주어진 권리가 단 하나 있다. “우리에게도 권리가 하나 있잖아. 굶어 죽을 권리.” 거적때기를 입고 다리 하나를 절며 힘들게 신문을 파는 뉴시즈들의 모습 뒤로 신문사의 간부들이 호화스러운 옷을 입고 평화롭게 면도를 하면서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이 극명한 대비를 이룬다. 분명 19세기 배경 이야기이지만, 현 시대에도 관통되는 빈부격차, 청년 실업, 노조와 회사 간의 갈등 등까지 공감을 불러일으키며 깊은 생각을 하게 만든다.


▲여기자 캐서린 플러머(가운데, 린아 분)는 뉴시즈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그들의 이야기를 기사화 해 세상에 뉴시즈의 이야기를 알리기 시작한다.(사진=오디컴퍼니)

이 가운데 똑똑하고 지혜로운 여기자 캐서린 플러머가 뉴시즈들에게 힘을 보태주기 위해 나선다. 뉴시즈들의 노조 결성과 파업 과정을 취재하고, 잭의 인터뷰까지 다루며 여론은 뉴시즈들의 이야기에 급격히 관심을 보이기 시작한다. 캐서린 기사의 제목 “뉴시즈, 세상을 멈추다”와 같이 세상의 변두리에 있던 그들이 중심에 서게 된다.


하지만 조세프 사장이 경찰을 동원해 뉴시즈들을 제압하고, 잭의 절친한 친구 크러치가 체포돼 보호 시설로 보내지면서 뉴시즈들은 다시금 위기를 맞이하게 된다. 갑의 횡포에 을인 뉴시즈들은 굴복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여기에 조세프 사장은 잭에게 거부하기 힘든 달콤한 유혹이 담긴 제안까지 한다. 이 가운데 잭은 동료들, 그리고 캐서린과 힘을 합쳐 돌파구를 찾아낸다. 후반부에 이르러 다시금 불붙는 이들의 투쟁 장면은 ‘레미제라블’의 혁명 장면을 연상 시킬 만큼 무대를 압도한다.


극의 전반부는 뉴시즈의 이야기에 초점
후반부에 이르러서는 서로 간의 소통 이야기로 공감


그리고 이 과정에서 또 주목되는 부분이 있다. 극의 전반부는 주로 뉴시즈들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되는데, 후반부에 다다를수록 회사 측의 입장 또한 보여주기 시작한다. 결국은 ‘갑의 횡포’라는 관점에서만 이야기를 이끌지 않는 것.


처음에 “내가 왜 저들과 이야기를 해야 하냐”고 뉴시즈들과 함께 서 있기도 싫어하던 조세프 사장은 이후엔 뉴시즈들의 대표로서 온 잭과 눈을 마주보고 이야기를 하면서 그들의 이야기를 듣기 시작한다. 그리고 잭 또한 회사의 오너로서 어쩔 수 없는 입장에 있는 조세프의 이야기를 듣는다. 처음엔 각자의 이야기를 전달하기에만 바빴던 조세프 사장과 잭 둘 다 소통을 위한 첫 걸음을 시작하는 것.


그래서 처음에 “사장님들이 이 공연을 싫어합니다”로 전개될 것만 같았던 이야기는 “사장님들과 노조 구성원 모두 이 공연에 만족합니다”라는 결말을 향해 나아간다. 결국 갈등을 봉합하기 위해서는 소통이 중요함을 시대를 관통해서 전달한다. 이와 관련 신춘수 프로듀서는 “뮤지컬 ‘뉴시즈’는 파업이라는 심각할 수 있는 소재를 다루지만, 이를 긍정적인 시각과 젊은 에너지로 풀어낸다. 시대적 배경은 1899년 뉴욕이지만 그들만의 이야기가 아닌 현재 살아가고 있는 우리의 모습과도 같다”고 밝혔다.


▲뮤지컬 '뉴시즈'에는 20명 넘는 남자 배우들이 등장해 역동적인 춤과 노래를 펼친다. 그리고 이들은 결국 소통에 대해 이야기한다.(사진=오디컴퍼니)

그리고 이 모든 과정이 매우 역동적이고 화려하게 펼쳐진다. 극중 남자 배우들이 20명 넘게 나와 단체로 탭댄스, 군무, 발레, 아크로바틱까지 다양한 안무를 소화한다. 2막을 여는 단체 탭댄스 장면이 특히 인상적이다. 디즈니 뮤지컬로는 이례적인 ‘논레플리카(공연의 기본 대본과 음악을 제외하고 무대, 의상, 조명 등 세부적인 사항을 재창조하는 방식)’를 시도했는데, 알란 맨켄 특유의 디즈니스러운 노래에 한국의 시대상을 반영한 드라마 연출이 탁월하게 어우러졌다.


배우들의 열정도 주목할 만하다. 그 중 뉴시즈들을 이끄는 리더 잭 켈리 역의 온주완의 발굴은 이번 공연의 수확이라 할 만하다. 격렬한 군무 속에서도 안정된 연기력과 노래 실력으로 극을 이끌어 간다. 영화, 드라마에서 주로 볼 수 있었던 배우들의 뮤지컬 진출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는데, 온주완이 그 교두보 역할을 이번에 탄탄히 다져놓았다.


배우들의 열정이 어우러지는 무대 장치도 눈길이 간다. 대형 세트를 배우들이 직접 옮기면서 순식간에 신문사 내부와 외부, 뉴시즈들의 생활공간으로 쉴틈없이 바뀌면서 지루함을 던다. 다만 뉴시즈들의 생활공간으로 무대가 꾸려졌을 때 배우들이 올라가는 설치물이 매우 높아 간접적으로 불안감을 느낄 수 있는 요소가 있다. 그런 점을 제외하고는 ‘뉴시즈’가 이번 상반기 뮤지컬을 휘어잡는 데 부족하지 않다. 공연은 충무아트홀 대극장에서 7월 3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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