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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색 전시] 5월에 일제히 꽃핀 '캐릭터 미술', 누가 최고?

캐릭터 탄생 과정 vs 캐릭터 비꼬기 vs 기업과의 컬래버레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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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483호 김금영 기자⁄ 2016.05.13 13:44:58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 본관 앞 정원에 설치된 거대 쿵푸팬더 조형물 앞에서 사람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사진=김금영 기자)

(CNB저널 = 김금영 기자) 미술관 앞에 거대한 쿵푸팬더가 등장했다. 또 다른 갤러리에는 전 세계적으로 사랑 받는 미피 캐릭터의 조각상들이 나란히 줄지어섰다. 그런가 하면 또 다른 전시장에는 배불뚝이 아이언맨에 담배 피우는 스파이더맨 등 묘하게 다른 영웅들의 모습도 눈길을 끈다.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캐릭터 열전이 전시장에 펼쳐졌다. 어린이날, 어버이날과 함께 봄을 만끽할 수 있는 시기에 맞춰 전시가 주로 기획됐기 때문이다. 이제 매년 5월이면 으레 캐릭터 미술이 꽃피우는 트렌드다. 이제 단순히 캐릭터 나열식의 전시가 아니라 기존 캐릭터를 변형해 보여주는 흐름도 나타나고 있다.


PART 1. 탄생 과정과 만드는 사람들
서울시립미술관 ‘드림웍스애니메이션 특별전’


▲‘드림웍스애니메이션 특별전: 스케치에서 스크린으로’전은 드림웍스 애니메이션 제작 과정을 캐릭터, 스토리, 월드로 나눠 소개한다. 슈렉과 관련된 드로잉이 눈길을 끈다.(사진=김금영 기자)

서울시립미술관 정원이 요즘 북적댄다. 쿵푸팬더 설치물 앞에서 사진을 찍고, 신기한 듯 바라보는 사람들의 표정이 즐겁다. 미술관 창문에는 슈렉, 피오나 등 귀여운 캐릭터 스티커가 다닥다닥 붙어 있다. 이들이 오히려 사람들을 구경하는 모양새다. 서울시립미술관은 서소문 본관에서 ‘드림웍스애니메이션 특별전: 스케치에서 스크린으로’를 8월 15일까지 연다.


이번 전시는 서울시립미술관, 드림웍스애니메이션, 호주영상센터가 함께 마련했다. 드림웍스애니메이션 창립 20주년을 맞아 호주영상센터가 기획해 2014년부터 호주영상센터를 시작으로 싱가포르 마리나 베이 샌즈, 뉴질랜드 테파파 국립박물관 전시로 이어졌다. ‘슈렉’ ‘마다가스카’ ‘쿵푸팬더’ ‘드래곤 길들이기’ 등 드림웍스의 주요 작품을 포함한 32편의 애니메이션을 총망라한 이번 전시는 ‘쿵푸팬더3’ 관련 작품을 최초로 공개한다.


전시에는 친숙한 애니메이션 캐릭터를 통해 ‘어려운 미술관’이라는 이미지를 탈피하려는 노력이 두드러진다. 김홍희 서울시립미술관 관장은 “탈장르 예술을 소개하기 위해 힘써왔는데, 이번엔 그 주체가 애니메이션이다. 과거의 만화책에서 시작해 최근 멀티미디어 장르까지 아우르는 애니메이션은 현대미술, 그리고 미디어아트에 큰 영향을 끼치고 있다. 이번 전시는 재미와 감동을 주는 프로그램을 통해 미술관 문화의 저변 확대, 그리고 대중에 더 다가가려는 노력을 기울였다. 보는 이에게 새로운 지각 경험을 주며, 현대미술의 때맞춘 의미 또한 느끼게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전시를 위해 내한한 에릭 스티븐스 드림웍스 애니메이션 글로벌 라이브 엔터테인먼트 대표는 “애니메이션은 예술과 기술이 조합된 예술 장르다. 400여 명의 스토리텔러, 예술가, 기술 담당자가 협업을 펼친 이번 전시가 특히 사랑스럽다. 미술관 정원에서 쿵푸팬더의 거대 모형을 볼 수 있는 건 흔한 일이 아니다. 예술의 힘을 통해 이 세상을 바꾸고, 영향을 미친다는 게 드림웍스의 철학이다. 이번 전시를 통해 캐릭터, 스토리, 그리고 웃음을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드림웍스 사람들이 직접 애니메이션을 만드는 과정을 이번 전시에서 볼 수 있다. 스토리보드 아티스트가 그린 연속적인 장면을 애니메이션 감독, 프로듀서 및 타 분야 작가들 앞에서 연기하는 ‘피칭(pitching)’ 과정도 공개된다.(사진=김금영 기자)

이번 전시가 더욱 눈길을 끄는 점은 단순히 드림웍스의 인기 캐릭터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데 있지 않다. 그 캐릭터의 탄생 과정, 그리고 그 캐릭터를 만드는 사람들 이야기를 함께 보여준다는 데 더 큰 의미가 있다. 출생의 비밀을 보여주는 셈이다. 


어린이들만 열광할 것으로 생각하면 오산이다. 인터파크티켓 예매율(5월 기준)에 따르면 10대 6.7%, 20대 46%, 30대 29.8%, 40대 15%, 50대 2.4%로, 20~30대는 물론 40대까지도 팬층으로 확보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키덜트(kidult: 유년시절 즐기던 만화, 과자 등에 향수를 느껴 이를 다시 찾는 20~30대 성인층) 문화가 이미 확산돼 있고, 애니메이션 관련 업계 종사자 및 애호가들의 호기심을 자극할만한 전문성을 갖춘 전시회이기 때문이다.


전시는 크게 ‘캐릭터’ ‘스토리’ ‘월드’ 세 섹션으로 구분된다. ‘캐릭터’에서는 초기 아이디어로부터 개성있는 최종 캐릭터가 탄생하는 과정을 소개한다. 각 작품 속 캐릭터를 탄생시킨 영감의 원천과 제작 방법을 설명하는 영상 인터뷰 및 스케치, 특정 캐릭터를 3D 공간에 구현하기 위해 아이디어를 제시하는 핸드메이드 찰흙 또는 석고 모형이 전시된다.


드림웍스가 사용하는 페이스 포저(Face Poser: 캐릭터의 미묘한 감정을 표현하는 소프트웨어)를 체험할 수 있는 기기도 설치돼 있다. 손으로 기기의 버튼을 조작할 때마다 슈렉의 눈썹이 미묘하게 올라가고, 입꼬리도 살짝 올라갔다 내려가는 등 캐릭터에게 '나만의 표정'을 안겨주는 재미가 있다.


‘스토리’에서는 캐릭터를 만드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소개된다. 스토리 구성에서 극적인 순간을 보여주는 디오라마(광대한 장면을 축소한 모형과 풍경) 박스, 그리고 작가 및 스토리보드 아티스트, 감독 및 프로듀서들이 협력해 스토리를 완성하는 긴 과정을 시각화한 브레인스토밍 테이블이 전시된다.


이 섹션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건 ‘피칭(pitching)’이다. 스토리보드 아티스트가 그린 연속적인 장면을 애니메이션 감독, 프로듀서 및 타 분야 작가들 앞에서 연기하는 과정이다. 스토리보드 아티스트의 역할이 단순히 아이디어 생성 및 그림을 그리는 데서 그치지 않고, 캐릭터의 특성까지 반영해 배우처럼 목소리를 연기하는 과정에서 애니메이션이 어떻게 탄생되는지를 눈으로 볼 수 있다.


▲‘드래곤 길들이기’ 파노라마 영상(3분 30초)이 ‘드림웍스애니메이션 특별전’에 공개된다. 미술관 내 반원극장에 들어가면 거대한 스크린이 눈앞에 펼쳐져 애니메이션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체험할 수 있다.(사진=김금영 기자)

마지막으로 ‘월드’에서는 캐릭터가 등장하는 세계를 어떻게 현실감 넘치게 재현하는지 보여준다. ‘캐릭터’ 섹션에서 캐릭터의 표정을 만들어봤다면, 이곳에는 ‘파도 만들기’ ‘조명 연출하기’ 등의 디지털 체험존이 마련됐다. 이밖에 대형 그래픽, 원화, 모형, 음향 등도 전시된다.


이 섹션에서 특히 인상적인 것은 드림웍스가 이번 전시의 대표 작품으로 꼽은 ‘드래곤 길들이기’의 파노라마 영상(3분 30초)이다. 미술관 안에 마련된 반원극장에 들어가면 거대한 스크린이 눈앞에 펼쳐져 있다. 처음엔 연필선으로 시작되던 화면에 점차 색이 들어가고, 최종적으로는 3D 그래픽이 입혀지면서 드림웍스의 애니메이션이 탄생되는 과정을 몸으로 느낄 수 있도록 한다. 하늘을 날아다니는 드래곤의 시점에서 진행되는 영상을 보고 있노라면 마치 드래곤 등 뒤에 올라타 같이 하늘을 나는 느낌까지 든다.


서울시립미술관 변지혜 큐레이터는 “가정의 달인 5월을 염두에 두고 전시 기획을 진행했다. 편차가 있긴 하지만 현재 하루 평균 3000~4000명의 관람객이 들어온다. 특히 어린이날엔 가족 단위 관람객이 많았다. 전시장에는 성인 관람객도 눈에 띄게 많다. 키덜트족뿐 아니라 애니메이션 관련 업종 전문가들이 큰 관심을 보이더라. 이미 아는 캐릭터를 단순히 소개하는 게 아니라 캐릭터를 만드는 사람, 그리고 그 기술을 엿볼 수 있게 구성한 덕분 같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단순히 애니메이션 캐릭터를 즐기라고만 하면 전시가 단편적이 된다. 그래서 드림웍스의 인기 캐릭터뿐 아니라 스토리 라인, 세계관까지 보여주면서 업계 종사자들에겐 새로운 자극을 주고, 이 업계에 입문하기를 희망하는 미래 꿈나무들에게는 호기심을 심어준다”고 덧붙였다.


비슷한 현상은 5월 4~8일 열린 제3회 아트토이컬처에서도 발견됐다. 가나아트센터와 아트벤처스가 주최한 이번 전시에는 국내외 유명 아티스트 120팀 200여 명이 다양한 아트토이를 선보였다. 2년 전 국내 첫 아트토이 전시회로 시작했는데, 올해엔 총 8만 여 명이 방문했다. 인기디자인그룹 스티키몬스터랩이 내놓은 신제품은 거의 품절됐다.


▲제3회 아트토이컬처에 올해 처음으로 참여한 아트놈 작가.(사진=김금영 기자)

▲제3회 아트토이컬처엔 8만 여 명의 관람객이 방문했다. 국내외 유명 아티스트 120팀 200여 명이 다양한 아트토이를 선보였다.(사진=김금영 기자)

3년간 누적 방문객은 16만여 명인데, 이 가운데 키덜트족, 그리고 아트토이 업계 관계자들도 있다. 이곳 전시장에도 성인 관람객이 많았다. 아트토이에 열광하는 부모가 아이들을 이끌고온 모습도 눈에 띄었다. 한 30대 부부는 “아내와 나 모두 캐릭터와 아트토이를 좋아한다. 그래서 직접 구경하고 싶어 아이들을 데리고 왔다. 다행히 아이들도 캐릭터의 재밌는 모습에 지루해하지 않고 전시를 잘 즐겼다”고 말했다. 어린이를 위한 ‘라이브 페인팅’ ‘토이 만들기’ ‘사인회’ 등이 전시장 곳곳에서 펼쳐졌다.


또 작가와 아트토이 상품화 관계자 사이의 명함 교환도 눈에 띄는 광경이었다. 올해 처음으로 아트토이컬처에 참여한 아트놈 작가는 “많은 작가들이 참여해 다양한 작품을 서로 볼 수 있다는 게 흥미로웠다. 또 캐릭터, 아트상품 업계 전문가들이 전시를 보러 많이 방문했더라. 인사도 많이 나눴다. 한 자리에서 다양한 업종의 관계자들, 그리고 어린이부터 성인까지 관람객과의 만남을 통해 작가들이 자신의 작업을 알리는 데에도 도움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문효은 아트벤처스 대표는 “관람객들의 아트토이 선호도가 더 높고 다양해졌다. 전시장을 방문한 국내외 업계 관계자들도 아트토이 협업에 큰 흥미와 관심을 보였다. 중국을 비롯한 해외 진출 모색과 아트토이 관련 온라인 플랫폼 구축, 아트토이 작가들에 대한 지원을 계속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두 전시는 단순히 캐릭터가 어린이에게만 인기 있다는 선입견에서 벗어나 전문성을 갖추고, 성인까지 주요 타깃 층으로 확보했다는 점이 특징이다.


PART 2. 영웅 캐릭터의 고정관념을 버려!
리나갤러리 ‘아이 엠 어 히어로’전


▲박우성, ‘스파이더 맨 2(Spider - Man 2)’. 레진에 유채(Oil on resin), 100 x 75 x 60 cm. 2012.(사진=리나갤러리)

영화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가 인기리에 상영 중이다. 그런데 영화를 본 뒤 이 전시장을 찾으면 고개를 절로 갸우뚱하게 될 것이다. 리나갤러리에서 7월 1일까지 열리는 ‘아이 엠 어 히어로(I am a Hero)’전에는 만화와 영화에서 활약해온 독특한 영웅 캐릭터들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


날렵한 몸매의 스파이더맨은 온데간데없고 배불뚝이 스파이더맨이 엉성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또 얼굴 전체를 가려야 할 그가 얼굴 아래는 내놓은 채 담배를 입에 물었다. 아이언맨의 몸매 또한 친근하다. 기존 토니 스타크의 시크하고 냉철한 모습은 찾아볼 수 없고, 배에 거대한 튜브를 낀 듯 풍성한 몸매로 멋있는(?) 포즈를 취했다. 토르 또한 날렵한 턱선이 사라졌다. 이중턱에 땀을 흘리는 듯한 그는 망치 또한 힘겹게 들고 있는 것 같다. 배트맨은 표정까지 아련하다. 꽉 끼는 유니폼에 억지로 몸을 집어넣은 것 같은 그는 콧구멍을 크게 벌린 채 어느 곳인지 모를 곳을 응시한다.


곽철, 박우성 작가가 참여한 이번 전시는 영웅 캐릭터를 비틀어 새롭게 재해석했다. 어릴 적 우상이었던 영웅 소재를 시대의 흐름에 따라 다시 풀어냈다. 개인이 가진 각자의 기질과 인간의 본성이 소중하고 특별하게 인식되면서 영웅의 영역이 모든 사람들에게 가능하게 됐음을 보여준다.


▲박우성, ‘토르(Thor)’. 레진에 유채(Oil on resin), 90 x 60 x 100 cm. 2015.(사진=리나갤러리)

▲박우성, '배트맨(Baeman)', 레진에 유채(Oil on resin), 90 x 70 x 135cm. 2016.(사진=리나갤러리)

곽철은 무감각하고 거짓된 감정을 조정하며 진실된 표정을 감추고 살아가는 현대인의 모습을 영웅의 초능력으로 바라봤다. 슈퍼영웅들이 자신의 정체를 감추기 위해 입는 옷차림을 값비싼 명품과 선글라스로 몸과 눈을 가리는 여성들의 모습으로 표현했다.


박우성은 인기 영웅 캐릭터들을 거침없이 희화화시켰다. 일반적으로 영웅 캐릭터의 특징은 잘 생기고 샤프한 외모에 의상도 잘 차려 입는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독특하면서도 호감 있는, 거기에다가 남의 이목을 끌만한 매력적인 성격은 필수고, 어린아이들이 동경하는 대상이어야 한다. 현실성이 거의 없는 캐릭터다. 그런데 이 캐릭터가 반전 이미지로 바뀌면 어떻게 될까?


영웅의 있는 그대로의 멋있는 모습에 대중은 열광하지만, 반대로 영웅의 숨겨진 다른 모습을 보고 싶어 하는 측면도 있다. 현실성이 거의 없고 자신을 감추던 모습에서 조금 자신을 내려놓는 다른 모습을 보일 때 발생하는 호감 효과가 있는 것이다. 아이언맨의 경우 기존 영웅 캐릭터들이 자신의 존재를 철저히 감추는 것과 달리 극중 기자회견에서 자신이 아이언맨이라고 밝혔다. 그리고 슈퍼맨, 배트맨 등 고전 영웅 캐릭터가 정의를 위해 싸울 때 아이언맨은 자본의 흐름에 충실하고, 성격의 더러운 면도 드러낸다. 하지만 이 점이 오히려 인간다운 측면이라면서 사랑을 받았다.


박우성의 작품은 기존에 익숙했던 영웅 캐릭터의 고정 관념에서 더 탈피해 보다 친근하게 내려놓았다. 작가는 영웅을 동경하면서도 영웅에 가까이 가고, 영웅이 되고 싶어 하는 현대인의 현실적인 욕망도 덧입혀 새로운 영웅 캐릭터를 선보였다. 이웃집에 살고 있을 법한, 배가 나와 망가진 몸매와 우스운 포즈를 가진 영웅들은 늙고 힘이 없어 능력을 발휘할 수 없을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현재 우리가 현실적인 문제들과 벽에 가로막혀 능력을 잃어버리고 살아가는 단상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박우성, ‘아이언맨(Iron Man)’. 레진에 우레탄 페인트, LED(Urethane paint on resin, LED), 70 x 40 x 90cm. 2013.(사진=리나갤러리)

드림웍스의 전시가 캐릭터의 탄생 과정에 초점을 맞췄다면, ‘아이 엠 어 히어로’전은 이처럼 익숙한 영웅 캐릭터 비틀기를 통한 호기심 상승효과를 노린다. 리나갤러리 측은 “이번 전시는 봄나들이가 가장 꽃피우는 5월을 목적으로 애초에 기획됐다. 마블 코믹스 등의 인기 캐릭터가 작품으로 구현된 모습, 그것도 있는 그대로의 멋있는 모습이 아니라 재해석된 모습에 사람들이 많은 관심을 보였다”고 밝혔다.


이어 “엄마랑 아이가 와서 함께 전시를 관람하기도 했는데, 특히 30대 초중반 젊은 남성들이 전시장을 많이 방문했다. 영웅 캐릭터 팬들이 주로 많았다. ‘이것 봐, 아이언맨이 배가 나왔어’라고 웃으면서 신기하고 재미있다는 반응을 보였다. 멋있는 영웅은 흔하지만 인간적인 영웅 캐릭터는 드물다는 점이 흥미를 끈 것 같다”고 밝혔다.


PART 3. 캐릭터와 아티스트-기업 컬래버레이션
롯데갤러리 ‘매니 미니 미피’전


▲롯데갤러리가 마련한 ‘매니 미니 미피(Many Mini Miffy)’전 입구 전경.(사진=김금영 기자)

겉모습만 보면 앞선 전시의 슈렉, 피오나보다 훨씬 어릴 것 같은 캐릭터다. 하지만 미피는 환갑이 훌쩍 넘은, 캐릭터계의 끝판왕이다. 치명적인 귀여움은 환갑이 넘은 나이에도 여전하다. 롯데갤러리는 네덜란드 디자이너 딕 브루너의 대표적인 캐릭터 '미피'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매니 미니 미피(Many Mini Miffy)’전을 롯데백화점 잠실점 에비뉴엘아트홀(4월 30일~5월 29일), 롯데갤러리 부산 광복점(6월 1~28일), 롯데갤러리 청량리점(7월 1~24일)에서 연다.


‘아이 엠 어 히어로’전이 기존 캐릭터의 재해석을 시도했다면, ‘매니 미니 미피’전은 여기에 기업과의 컬래버레이션 작업도 추가했다. 올해로 탄생 61주년을 맞은 미피는 단순한 선과 강렬한 색감이 어우러진 캐릭터로, 전 세계 50개국 어린이들로부터 사랑 받아 왔다. 지난해 미피 탄생 60주년을 기념해 출신국 네덜란드에서 시작된 축하 전시에 세계 각 계층의 예술가, 유명 인사들이 참여해 미피를 재해석하는 시도를 선보였다. 그 축하 전시가 일본으로 이어졌고, 올해는 한국 예술가들을 비롯한 다양한 국내외 브랜드가 참여해 새롭게 이어진다.


이번 전시를 위해 미피 캐릭터 라이선스 비용을 롯데가 부담했다. 한국에서는 처음으로 시도된 미피와 브랜드와의 컬래버레이션이다. 전시를 준비한 롯데갤러리 성윤진 큐레이터는 “미피는 첫 출시돼 널리 홍보해야 하는 신흥 캐릭터가 아니라 이미 전 세계적으로 알려져 있는 캐릭터라 라이선스 진행 과정이 쉽지 않다. 기존 미피 캐릭터를 변형하는 부분에 민감하다. 하지만 미피 캐릭터를 국내에 다시금 새롭고 재미있게 선보이는 취지에 공감을 얻어 이번 전시를 진행할 수 있게 됐다”며 “롯데에서 라이선스 비용을 부담해 전시에 참여한 중소기업들이 캐릭터를 예술적으로 풀어내는 과정이 보다 자유롭게 이뤄질 수 있었다. 작가 선정의 경우, 기존 롯데갤러리를 통해 관계를 맺은 작가들을 위주로 컬래버레이션 의뢰를 했다. 흥미롭다는 반응을 보인 작가들이 많았다”고 말했다.


▲‘매니 미니 미피(Many Mini Miffy)’전은 미피 디자이너 딕 브루너의 초기작업 및 원화 및 컬래버레이션 결과물을 선보이는 자리다.(사진=김금영 기자)

▲전시는 크게 1부 ‘미피의 역사’, 2부 ‘아티스트의 재해석’, 3부 ‘패션브랜드와의 만남’으로 구분된다.(사진=김금영 기자)

전시는 크게 1부 ‘미피의 역사’, 2부 ‘아티스트의 재해석’, 3부 ‘패션 브랜드와의 만남’으로 구분된다. 1부는 전반적으로 미피를 소개한다. 올해 89세의 나이로 최근 절필을 선언한 딕 브르노의 미피 원화 디자인과 그간 국내에서 출판된 책, 네덜란드에서 생산된 오리지널 기념품들을 보여준다. “단 하루도 그림 그리는 것을 멈춘 적 없다”는 딕 브루노가 컴퓨터에 의존하지 않고 손수 그린 검은 외곽선을 통해 미피 캐릭터의 원동력이 느껴진다. 빨강, 파랑, 초록, 노랑, 갈색의 단순한 색과 극히 생략된 선, 군더더기 없는 표현으로 아이들의 동심과 어른들의 순수함을 모두 담은 미피를 볼 수 있다.


2부는 국내외 아티스트들의 재해석의 장이다. 지난해 네덜란드 작가들이 제작한 미피 컬래버레이션 피규어 22점에 국내 아티스트 13명(강희라&백성은, 김우진, 김자경, 김현정&박술녀, 디자이너쿤X01, 백민준, 신아숙, 심윤진, 이수미, 이청청, 한젬마, 홍상식, 허태훈)의 피규어 13점이 추가됐다.


이수미는 순도 99%의 은과 보석으로 미피를 장식했다. 또한 이 금속들로 레이스 모양을 만들어 장식하면서, 금속 본연의 차가운 느낌에 따뜻한 감성까지 입혔다. 이수미는 “미피는 어린이들뿐 아니라 어른들도 좋아하는 보편적인 캐릭터다. 이렇게 사랑 받는 미피처럼 사랑 받고픈 현대인의 본능을 이번 작업에 표현했다”고 말했다. 이어 “스테인리스로 만들어진 미피 얼굴을 보면 자신의 얼굴이 보인다. 거울을 통해 자신의 모습을 바라보다가 전체적으로 미피의 모습을 보면 위로와 동시에 친근감을 느끼게 된다. 마치 미피가 먼저 손을 내밀고 함께 걸어가자고 제안하는 것 같은 모습”이라고 작업을 설명했다.


디자이너쿤X01은 기존 입을 꽉 다물고 있던 미피에게 본인의 대표적 아이템인 커다란 이빨로고 사쿤의 입을 선물해 활짝 벌리게 만들었다. 그는 “다른 캐릭터는 만화 같은 면모가 많은데, 미피는 일러스트적인 측면이 큰 캐릭터다. 60년이 지났지만 지금 봐도 전혀 촌스럽지 않다. 미키마우스는 많은 변화를 거쳐 왔지만 미피는 변화도 적었다. 매우 단순하지만 손으로 그린 선에 들어 있는 디테일이 상당히 매력적이다. 나 또한 미피를 좋아했고, 그래서 전시에 참여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어 “미피는 네덜란드를 대표하는 캐릭터다. 이번 작업을 할 때 한국의 정체성을 생각했다. 본래 한국 전통문화에 관심이 많아 도깨비, 장승 등의 캐릭터를 모티브로 한 작업을 펼쳐 왔다. 그래서 도깨비를 바탕으로 한 사쿤 캐릭터를 미피와 결합시켜 선보였다”고 설명했다.


▲전시에 참여한 (왼쪽부터) 이수미, 디자이너쿤X01, 한젬마 작가.(사진=김금영 기자)

한젬마는 십자가와 못 시리즈의 섬세한 배열로 미피를 만들었다. 큰 미피와 작은 미피가 함께 서 있는데, 마치 엄마와 아기 미피 같은 모습이다. 그녀는 “2008년 작업한 미피와 이번 전시를 위해 새롭게 작업한 미피를 동시에 내놓았다. 옷을 채우는 지퍼, 사물을 벽에 고정시키는 못 등 연결 속성을 지닌 매체들을 통해 관계를 이야기하는 작업을 해왔다. 그리고 이 이야기들은 십자가로도 연결됐다. 못은 신앙적으로는 죽음, 그리고 거듭 태어나야 하는 인간의 당위적 고리를 이야기하기도 한다. 본래 해왔던 이야기에 미피가 함께 하며 더욱 특별한 작업이 탄생했다”고 말했다.


이어 “요즘 작업이 잘 진행되지 않아 슬럼프를 겪었는데, 이번에 미피 작업을 하면서 신나게 나 자신을 풀어냈다. 미피가 나를 담아주는 느낌을 받았다”며 “미피는 색깔 자체도 그렇지만 마치 하얀 캔버스 같다. 그 채워지지 않은 공간 속에 이야기를 풀어내는 과정이 정말 흥미로웠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밖에 이청정 패션디자이너는 본인의 오뜨 꾸뛰르 옷을 미피에 입혔고, 김우진은 특유의 플라스틱 의자로 2m가 넘는 미피를 만들었다. 한복을 곱게 차려 입은 미피(김현정&박술녀의 작업)도 눈길을 끈다.


마지막으로 3부에서는 국내외 글로벌 브랜드들이 재해석한 미피가 주인공이다. 국내외 27개 브랜드들은 각 브랜드의 정체성을 담은 패션 미피를 선보인다. 롯데백화점 미피는 사랑스러운 표정으로 풍선과 강아지를 앞세워 한껏 쇼핑을 하는 듯한 모습이다. 지마켓 미피는 배송 온 택배 박스에 둘러싸였다. 그런가하면 레노마미피는 다가오는 여름을 대비하는 듯 미피가 레쉬가드를 걸쳤다. 이밖에 웨딩드레스 디자인의 모델이 된 이명순웨딩 미피, 백팩을 맨 르빠노 미피, 자신의 방에서 열심히 공부에 열중 중인 컴프프로 미피 등 다양한 미피가 등장한다.


성윤진 큐레이터는 “백화점 속 갤러리인지라 백화점 마케팅 방향에 따라 콘셉트를 맞춰 전시를 기획한다.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백화점 방문 가족이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도록 보편적인 사랑을 받는 미피를 선보이게 됐다”며 “현재 가족 방문객이 많고, 어렸을 때 미피를 보고 자란 키덜트족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 잠실 전시에 이어 청량리와 부산에서도 전시를 이어갈 계획인데, 큰 구성은 바뀌지 않고 전개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캐릭터 콘텐츠를 다루는 전시는 이제 단편적으로 캐릭터를 보여주는 데 그치지 않고 끊임없이 변화를 꾀하고 있다. 한 전시 관계자는 “보편적으로 사랑받는 캐릭터는 대중적인 사랑을 받는 건 분명하지만, 동시에 평범하게 꾸리면 금방 지루해질 수 있는 양면성이 있다. 매일 새로운 캐릭터가 등장하는, 경쟁이 유독 치열한 분야이기 때문”이라며 “캐릭터와 관련된 컬래버레이션 등 연계 사업은 물론, 캐릭터의 장점을 살릴 수 있는 콘텐츠 개발이 꾸준히 이뤄져야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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