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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가지는 홍대앞 좌시말고 이제 예술가들이 나서자”

홍우주-티팟, ‘홍대앞 문화예술 사업설명 모듬회’ 개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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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484호 김연수⁄ 2016.05.20 15:51:19

▲문화사업설명회에 참석한 사람들이 사업에 관한 설명을 경청하고 있다. (사진=홍우주 사회적 협동조합 페이스북)


이번 주, 오월임에도 불구하고 한 여름의 이른 더위가 기승을 부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에 앞선 5월 12일, 무더위 조짐과 함께 관광객들로 가득 들어찬 홍대 앞의 한편에선 한  무리의 사람들이 모여 열띤 토론을 벌였다.


서교예술실험센터에서 벌어진 ‘홍대앞 문화예술 설명 모듬회’는 올해 홍대 앞에서 벌어지는 약 4가지의 문화사업 설명회였다. 이 자리에 참석한 홍대 앞 문화 연구자의 말에 따르면 민-관으로 해마다 홍대앞에서 계획되는 문화사업만 해도 25~30여 개에 달한다고 한다. 그런 사업들 중에서도 이날 행사가 남달랐다면 홍대앞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예술가들이 모여 사업을 주도적으로 계획한다는 점이었다.


주최측인 마포구청 관계자 및 ‘홍우주사회적협동조합(이하 홍우주)’과 ‘티팟’, 그리고 설명을 듣기 위해 참석한 각계의 사람들(주로 홍대 앞에서 예술적 재능을 기반으로 상업 활동을 하거나, 소수 야당 관계자들)들은 이날 △티팟이 주관하는 ‘그 홍대앞 걷고싶은거리 문화관광명소화 사업’과 홍우주의 ‘홍대앞 문화예술 특화 비즈니스 모델 구축사업’을 주요 사업으로 마포구가 주관하는 ‘홍대문화관광특구사업’과 서울시가 주관하는 ‘어울마당로공간개선사업’울 기타 사업으로 하는 소개를 주고 받았다.


홍우주, 소비적 가치가 아닌 생산적 가치의 예술로


특히, 이런 설명회를 주도하고 있는 홍우주의 활동은 주목해 볼만하다. 원래 ‘홍대앞에서 시작해서 우주로 뻗어나갈 문화예술 사회적 협동조합’이라는 긴 이름을 가진 이 단체는 현역 미술가와 음악가 등 홍대 앞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예술인들이 모여 만든 단체다. 이제 홍대 앞에 얼마 남지 않은 예술 공간 중 하나인 서교 예술센터가 마포구에 의해 폐관 위기에 처했을 때 박원순 서울 시장의 저지 의견을 이끌어 냈던 문화․예술인들이 주축을 이루고 있다.


외향에서부터 사회가 요구하는 관습에서 자유로운 예술가의 정체성이 선명하게 보이는 이들이 사회적 활동을 적극적으로 펼치게 된 이유는 홍대 앞이 자신들의 정체성을 확립시켰던 공간이 이제는 지나친 상업화로 물들어 창의적이고 실험적인 분위기를 더 이상 찾아볼 수 없다는 문제에서 비롯된다. 그들은 예술가에 의한 젠트리피케이션이 처음으로 일어난 공간이 다시 예술가에 의해 회복되는 공간으로서, 문화예술 활동이 지속 가능한 사회적 모델을 제시하고 싶어한다.


홍우주가 추진하는‘홍대 앞 문화예술 특화 비즈니스 모델 구축사업’의 내용은 문화․예술인들이 주제가 돼 이윤을 창출할 수 있는 플랫폼을 마련하는 것이 골자다. 홍대 앞이 가지고 있던 특성인 예술적이고 창조적인 분위기를 정체성으로 다시 확립하고, 그런 예술적인 특성이 여태까지 진행돼 왔던 것처럼 소비적 가치가 아닌 생산적 가치로 기능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이 사업은 탐방, 교육, 페스티발, 컨텐츠 개발 판매 등의 각종 세부 사업 및 문화 창작소 운영 등을 계획하고 있다. 이들은 이 사업을 통해 예술의 생산적 가치와 같이 하는 예술가의 일자리 창출, 그리고 거대 자본들이 지배하는 획일화된 문화가 아니라 예술가들의 실험이 반영된 다양한 문화를 홍대앞 방문자에게 제공할 것을 기대한다. 더불어 무차별적으로 난립한 각종 식-음료업 등으로 옷가게들마저 젠트리피케이션의 영향으로 운영을 지속할 수 없게 된 현 시점에서 골목 상인들과 상생하는 지역경제 기반의 생성을 목표로 한다.

▲'홍대 앞 문화예술 특화 비즈니스 모델 구축사업' 발표 자료 중 일부.(사진= 홍우주 사회적 협동조합)


티팟 "더 좋은 아이디어로 예술가의 의견을 적극 반영할 것"


설명회의 또 다른 주최 단체인 티팟은 공공 공간과 관련된 사업을 진행해 온 사회적 기업이다. 홍우주가 계획한 사업이 소프트웨어 같다면, 티팟의 사업은 하드웨어 격이다. 티팟은 홍대앞 걷고 싶은 거리가 마포구에서 가장 많은 관광객들이 방문하는 장소임에도 불구하고 다른 상점 밀집 거리와 다르지 않다는 점을 지적한다.


그들이 주관하는‘걷고싶은거리 문화관광 명소화 사업’의 핵심은 걷고 싶은 거리가 예술의 중심지라는 정체성을 회복하게 하고, 문화‧예술 활동을 지속시킬 물리적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다. 현재 걷고 싶은 거리의 문화‧예술 활동은 홍익로 근처에만 버스킹 공연 형태로 밀집돼 있다. 티팟은 경의선 홍대입구역까지 특성화된 지형지물과 지형 개선, 구조물 및 건축물 등을 추가해 다양한 활동을 펼칠 수 있게끔 한다는 계획을 내놨다.


티팟과 홍우주의 발표 뒤 이뤄진 질의응답 시간에는 많은 지적과 개선 요구 목소리들이 나왔다. 특히 구청 관계자가 참여한 이 자리에서 “시-구가 문화예술인을 문화적 자산으로 여기지 않는다. 그렇기에 아무리 구청에 의견을 제시해도 무시되는 경우가 다반사”라는 성토가 나왔다. 또한 사업 계획안에 대해서도 "단순히 일자리를 제공해준다는 명목 아래 예술인들의 아이디어를 재능기부식으로 취급해서도 안 될 것”이라는 경고도 나왔다. 


또한 “관광 특구 사업 자체가 또 다른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을 낳는 것 아니냐. 그에 대한 대책도 강구해야 한다" "가장 홍대스럽지 않고 예술적인 특성이 없다고 생각되는 걷고 싶은 거리를 개선해야 하는 이유를 잘 모르겠다. 걷고 싶은 거리보다 더 홍대앞의 예술적 특성을 간직한 거리도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이 두 운영 주체가 진행하는 사업은 어찌됐건 사업이기에 경제적 이득을 내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홍우주는 예술의 생산적 가치를, 티팟은 이에 더해 관광명소로서의 지역의 경제적 성장을 강조했다. 그러나 이들이 공통적으로 목소리를 높이는 부분은 무엇보다 “현역 예술가들의 많은 참여가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티팟의 조주연 대표는 “이번에 발표한 계획은 1차 아이디어이고 앞으로 더 나은 의견을 반영하기 위해 전문가 100명을 만나 볼 생각”이라며, “30회 정도의 워크샵 및 릴레이토크를 가질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티팟이 주최한 워크샵에서 나온 '걷고싶은거리 문화관광 명소화 사업’ 관련 아이디어 스케치.(사진= 홍우주 사회적 협동조합 페이스북)


"홍대앞의 변화엔 모든 문화-예술 주체의 책임있어"


한편, 홍우주의 이사 정문식은 “홍대앞이 이렇게까지 된 데에는 모든 문화-예술 주체가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며 “활용할 수 있는 공공의 자본이 주어진 것은 홍대앞을 회복시킬 좋은 기회”라고 전했다. 더불어 “예술가들 혹은 예술가들의 재능이 소모적으로 쓰이지 않기 위해서는 생산 주체로서 소비가 어떻게 이뤄져야 할 것인가까지 생각하고 노력해야 한다”며 예술가들의 참여를 읍소했다.


이날 토론에선 △사업이 끝난 후 예술가들의 향방 경제적 이윤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예술가와 예술의 가치를어떻게 높일 것인가 사업이 끝난 후 일어날 일에 대한 대책 등 앞으로 풀어나가야 할 많은 과제들이 쏟아져나왔다.


주최측은 “첫 사업 설명회에서 많은 의견들이 오간 것이 좋은 성과”라며 “이미 상황이 많이 악화됐지만 뒤늦은 개선 시도라도 의미있다고 본다. 이번 기회에 예술인들이 바뀌고, 예술인들에 대한 인식(사회 문제에서 거리를 두고 있다는)이 바뀌었으면 좋겠다. 이 모든 사업은 우리끼리만 할 수 있지 않기에 많은 예술가들의 힘이 필요하다. 특히 조직에 속하지 않은 개인 예술가들의 참여와 의견을 반긴다”고 밝혔다.


▲티팟 주최 워크샵에서 게시판에 붙여진 '걷고싶은거리 문화관광 명소화 사업’ 관련 아이디어 메모들.(사진= 홍우주 사회적 협동조합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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