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영 건강 칼럼] 고령산모·체외수정 따라 쌍둥이 늘어
(CNB저널 = 이미영 서울아산병원 산부인과 교수) 결혼 후 2년간 임신을 하지 못한 김 모 씨(여, 37세). 난임 진단 후 3년에 걸친 체외 수정 시도 끝에 쌍둥이 임신에 성공했다. 산전 검사 결과 두 태아가 모두 건강하다는 소식에 마음을 놓았지만, 임신 25주차에 배가 평소보다 자주 뭉쳐 결국 응급실을 찾아야 했다.
검사 결과, 규칙적인 자궁 수축과 함께 자궁경부가 1㎝ 미만으로 짧아져 있었다. 조산 위험이 있다며 입원을 권하는 의료진의 말에 눈물이 핑 돌았다. 혹시 지금 분만하게 되면 아기들이 괜찮을지 너무나 걱정됐던 것이다.
천만다행으로 입원 후 배 뭉침 증상이 호전됐고, 정기검사를 거쳐 임신 32주차에 건강한 아들과 딸을 출산할 수 있었다. 주수를 못 채우고 나와 신생아 중환자실에서 1달간 입원치료를 받았지만, 두 아이 모두 건강해 감사할 따름이다.
체외수정-고령임신 늘면서 쌍둥이 임신 증가
세계적으로 쌍둥이 임신이 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태어난 쌍둥이 수도 2005년 1만7832명에서 2015년 2만9904명으로 크게 늘었다. 쌍둥이 임신 증가의 주된 원인으로는 체외수정과 같은 보조생식술의 발달이 주로 꼽힌다.
임신 확률을 높이기 위해 여러 배아를 이식하다 보니 쌍둥이를 갖는 경우가 많은데, 실제 2014년 체외수정을 통해 태어난 국내 신생아 1만1597명 중 41%가 쌍둥이였다고 한다.
고령임신이 늘어난 것도 쌍둥이 임신 증가와 연관이 있다. 나이가 들수록 성선자극호르몬이 증가해 많은 수의 난자를 방출할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쌍둥이는 크게 일란성 쌍둥이와 이란성 쌍둥이로 나눌 수 있다. 하나의 수정란이 생긴 지 수일 안에 2개로 분리되면 일란성 쌍둥이를 임신하고, 2개의 난자가 각각 수정되면 이란성 쌍둥이를 임신하게 된다.
쌍둥이를 임신했다고 한 아이 임신에 없는 특별한 검사를 받아야 하는 것은 아니다. 단지 두 태아의 성장이 적절하게 이뤄지고 있는지 평가하기 위해 더 자주 초음파 검사를 시행한다.
쌍둥이 임신의 분만 방법은 자연분만과 제왕절개 분만이 있다. 첫 번째 태아의 머리가 아래쪽에 위치할 경우 대개 자연분만이 순조롭게 이뤄지지만, 태아의 머리가 위쪽으로 위치하는 역아의 경우 여러 문제가 발생할 수 있어 제왕절개 수술을 고려한다.
첫 번째 태아를 자연분만한 직후에는 두 번째 태아의 위치, 산도와의 관계 등을 복부진찰 및 내진으로 신속하게 확인한다. 태아 위치가 자연분만에 적합하지 않거나 자궁출혈이 있는 경우엔 두 번째 태아의 분만이 문제될 수 있다.
▲쌍둥이 임신은 한 아이 임신보다 주의할 점들이 많아 정기적인 진단을 받는 것이 좋다. 사진은 여성 건강관리를 위한 ‘찾아가는 산부인과’ 운영 모습. 사진 = 안동의료원
이때 출혈이 심각하면 태아와 산모 모두가 위험할 수 있으므로 즉각 제왕절개 수술을 시행해야 한다. 이렇듯 자연분만의 경우 첫 번째 태아분만 이후 두 번째 태아의 분만 과정에서 예기치 못한 일들이 생길 수 있으므로 대부분의 쌍둥이 임신에서는 제왕절개 수술을 시행하고 있다.
쌍둥이 임신의 가장 큰 문제는 조산
쌍둥이 임신은 산과 분야의 대표적인 고위험 임신이다. 한 아이 임신에 비해 자궁 및 태아, 양수, 태반 등 부피가 과도하고 급격하게 늘어나고, 임신중독증이나 임신성 당뇨병 등 합병증도 더 자주 발생할 수 있다. 산후 출혈도 많을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가장 큰 문제는 조산이다. 한 아이 임신은 평균 임신 주수가 40주인 반면, 쌍둥이 임신의 평균 임신 주수는 대략 37주 정도로 조사됐다. 따라서 조산은 임신 37주 이전에 분만되는 경우를 말한다.
조산은 쌍둥이 임신에서 신생아 사망의 주된 원인으로 알려져 있다. 쌍둥이 임신에서 초음파를 이용한 자궁경부 길이의 측정이 조산을 예측하는 데 효과적이다. 자궁경부의 길이가 짧은 경우 조산 위험성이 증가한다.
조산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근무를 중단하거나 병원에 입원해 신체 활동 줄이기 △자궁 수축 억제제 투여 △예방적 자궁경부 결찰술 △프로게스테론 투여 등이 시도되고 있지만, 효과가 명확하게 증명된 방법은 아직 없다. 때문에 전문의에게 꾸준히 정기 검사를 받는 것이 좋다.
일란성 쌍둥이 임신은 이란성에 비해 불량한 예후를 보일 뿐만 아니라 태아 기형의 빈도도 더 높은 것으로 보고돼 주의를 요한다. 특히 융모막(임신 중에 태아나 양수를 싸고 있는 막)이 하나인 단일 융모막성 쌍둥이 임신에서 이런 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난다.
대표적인 합병증으로는 쌍태아간 수혈증후군, 쌍태아 빈혈-다혈증 연쇄, 쌍태아 역동맥관류 연쇄 등이 있다. 쌍태아간 수혈증후군은 일란성 쌍태아의 약 10~15%에서 나타나는 합병증으로, 태반 내에 상호 연결된 혈관을 통해 한쪽 태아에서 다른 쪽 태아로 혈액이 비정상적으로 공급되는 질환이다.
그러면 한쪽 태아는 혈류 저하로 저성장과 양수 과소증을 보이고, 다른 쪽 태아는 혈류 과다로 양수 과다증과 심부전을 보인다. 이 경우 치료하지 않으면 90% 이상에서 쌍둥이 모두 사망하는 치명적인 합병증이다.
엄마 배를 통해 자궁 안에 태아 내시경을 삽입하고, 직접 혈관 상태를 관찰하면서 레이저로 혈관 사이에 흐르는 혈액을 응고시켜 태아 사이의 혈류 연결을 차단하는 ‘태아경을 이용한 레이저 응고술’이 가장 효과적이고 근본적인 치료 방법이다.
한 번에 두 아이를 가질 수 있는 것이 장점인 쌍둥이 임신. 그 만큼 위험도 따르지만 일상생활에서 어떤 것들을 조심해야 하는지 잘 알고, 전문의에게 정기적인 검사를 받는다면 큰 문제없이 두 배의 기쁨을 누릴 수 있을 것이다.
(정리 = 안창현 기자)
이미영 서울아산병원 산부인과 교수 babsigy@cnb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