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게 친숙하면서도 낯선 이중적 공간. DMZ를 주제로 작업을 해오고 있는 손기환 작가의 'DMZ - 155마일'전이 갤러리반디트라소에서 7월 7~23일 열린다.
작가는 분단과 통일이라는 다소 무거운 정치적 이슈로 인식되고 있는 DMZ에 대한 물리적 이미지를 그려낸다. 일반적으로 금지된 정원의 이미지를 지닌 세계 유일의 전쟁(휴전) 중인 완충 지대에는 우리의 오랜 아픈 상처와 역사, 정치적 이데올로기 그리고 군사 시설의 잔재가 푸른 산과 아름다운 강으로 살짝 덥혀 있다. 작가는 긴장감과 평화적 생태 공간으로 위장된 아이러니한 요소들을 이번 '강박 풍경' 연작을 통해 선보인다.
작가는 2013년부터 시작한 '마주 보기' 연작을 통해 DMZ, 그리고 이를 중심으로 대치하고 있는 남과 북, 전쟁과 분단의 이해관계가 얽힌 미국에 대한 고착된 인식 등을 다뤄왔다.
이는 작가의 개인적·사회적 경험, 즉 실향민으로 살아가시는 아버지의 모습, DMZ에서의 군복무 등을 통해 형성된 심리적·시각적 관념에서 형성됐다. 이것은 작가에게 종종 강박으로 드러난다. 특히 시각적 강박은 분단의 이미지(군사 시설 등)들을 소재한 작품으로 표현된다. 작가의 무의식 혹은 의식적으로 형성된 이런 강박적 관념은 꾸준하면서 끊임없이 작품의 변화를 시도하는 원동력으로 작용한다.
'마주 보기' 연작 이후, 작가는 70년대 인기 있던 만화들 중 반공 이데올로기를 직·간접적으로 주입했던 만화 주인공들을 소재로 한 '두통이' 시리즈, '형제'를 선보였다. 대중에게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는 만화적 이미지를 통해 분단 정서를 표현한 것.
그리고 이번 전시에 선보이는 '강박 풍경' 연작은 조선시대 그려진 옛 그림에서 소재를 차용한다. 여기에 작가의 강박적인 시선으로 본 DMZ 풍경을 대치해 산수 이미지들을 조립하고 재해석한다.
갤러리반디트라소 측은 "찍다 만 판화처럼, 붙이다 만 이미지 조각 같기도 한 손기환의 DMZ를 만날 수 있다. 마치 아직 완성되지 않은 퍼즐처럼 DMZ를 표현해내는 작가의 색다른 시각이 흥미롭게 다가갈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