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를 담다 예술을 낳다’는 제주도에서 태어난 지역 언론 기자 고미가 제주에서 영감을 얻어 작품 세계를 펼치는 예술가 15인을 소개하는 책이다.
저자 고미는 고향인 제주에서 약 20년간 기자 생활을 하며, 2000년 후반 이후 불기 시작한 제주도 개발 붐에 대헤 의문을 갖는다. ‘제주가 왜 경제적 논리로만 개발되고 있지? 정체성을 담보한 문화적 논의에는 왜 관심이 없지?’ 같은 질문들이다.
제주의 자연은 그 자체로 예술품이며, 육지와 구별되는 문화와 역사가 존재한다. 예술가가 이런 제주에 매료돼 작품의 영감을 받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다. 저자는 “예술가의 프리즘으로 들여다본 제주는 ‘맛집’ 또는 ‘가볼 만한 곳’이란 타이틀을 단 수많은 정보들에서는 찾을 수 없는 정체성이 오롯이 드러난 모습을 보여준다”고 밝힌다.
하지만, 몇몇 예술가들을 제외하곤 제주 예술가들에 대한 관심은 미미하다. 이 책은 이런 문제의식에서 기획된 책이다. 15명의 예술가들(강승철, 강요배, 고권, 김연숙, 김흥구, 문창배, 박훈일, 부지현, 오멸, 유종욱, 이지유, 하석홍, 한중옥, 허문희)은 제주 옹기, 회화, 설치, 판화, 영화, 도예, 사진 등 다방면의 예술 분야에서 독자적인 방식으로 제주의 질감을 표현한다.
머리를 써야 하는 작가와 작품 연구가 아니다. 예술가와 공감하고자 하는 저자의 감성이 그대로 묻어나오는 에세이 형식의 글은, 예술가의 손과 눈을 빌어 다양한 감상법으로 제주를 여러 번 여행하게 만든다. 구태의연하게 제주를 빛낸 예술가를 자랑하는 것이 아니라, 제주의 역사와 환경에 온전히 흡수돼 작업하는 예술가와 그것을 전달하고 싶은 저자의 마음이 빚어낸 결과물이다.
고미 지음 / 2만 2000원 / 대숲바람 펴냄 / 352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