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쇄
  • 전송
  • 보관
  • 기사목록

[주목 전시-천근성 개인전] “먼지같은 우리, 먼지로 무늬 만들어봐요”

  •  

cnbnews 제498호 김연수⁄ 2016.08.25 18:16:31


▲청소 대행을 위한 홍보 전단지.(사진=천근성 제공)


쇳소리 가득 찬 동네는 갈 곳 없던 가난한 예술가들이 찾아들며, ‘예술창작촌’이라는 이름을 달았다. 세련된 아파트가 들어서고, 이색적인 볼거리를 찾는 타지에서 온 이들에겐 관광지가 됐다. 이제 예술가들은 이 공간을 일제강점기 시절부터 공업 지역으로서 삶의 터전으로 삼아 온 사람들에게는 위협적인 존재가 됐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동시에 창작 공간을 침범 당하는 피해자도 됐다.

작가 천근성에게 문래동은 그가 작업을 할 수 있게 해 준 기반이자 작업의 소재였다. 문래동 곳곳에 설치된 공공조각의 작가로서 이름이 알려졌던 작가는 잠시 떠났다가 다시 돌아와 이 동네에 관한 이야기를 시작했다. 아니, 이 동네가 아닌 이 사회에 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과연 분쟁이 먼지 때문일까?

천근성은 어느 날 아파트와 철강 단지를 구분 짓는 큰 도로에서 커다란 현수막을 봤다. 모 철공소의 증-개축을 반대하는 내용이었는데, 이유는 분진(먼지)과 소음 때문이었다. 현수막은 철강 단지 안에 있는 철공소를 반대하면서도 막상 철강 단지 쪽에서 보면 글씨가 반대로 보였다. 그리고 그 현수막 바로 밑에는 침대 매트리스가 버려져 있고 매트리스 위에는 ‘△△아파트 개xx’라는 분에 찬 낙서가 있었다.

작가로서 그가 한 첫 생각은 자신도 작업을 하며 많은 양의 분진을 생산한다는 점이었다. 그리고 이 지역의 환경을 생각했을 때 이 공간에 머무는 사람들은 모두 분진의 피해자였다. 그는 철공소가 문을 닫는 오후 6시부터 청소기를 들고 공장 주변을 청소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아예 청소를 해주겠다는 홍보 전단지를 만들고 배포해 청소 신청을 받았다.

천근성이 사용한 청소기는 먼지를 저장하는 통이 투명해 먼지가 쌓이는 것이 실시간으로 확인 가능하다. 많은 신청자들이 ‘내가 지내는 곳에 이렇게 많은 먼지가 있을 줄은 몰랐다’는 반응을 보였다.

▲'인 더스트 리얼'전에서 먼지는 일정한 무늬를 만들며 바닥에 설치됐다.(사진=스톤킴)


먼지를 만들어내지 않는 사람은 없다

문래예술공장의 문래창작촌 지원 프로젝트 ‘MEET(미트)’의 지원을 받아 8월 22~26일 예술 공간 ‘Space XX(스페이스 엑스엑스)’에서 열린 작가 천근성의 개인전은 이렇게 모은 약 60ℓ의 먼지로 이뤄진다.

‘In Dust Real(인 더스트 리얼)'이라는 제목으로 열린 이번 전시에서 작가는 만다라화를 그리듯 먼지를 넓은 전시장 바닥에 설치했다. 먼지가 모여 만들어진 크고 작은 동그란 점들은 언뜻 보면 혼란스럽게 펼쳐져 있는 것 같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규칙성이 보인다. 조그만 그룹과 커다란 그룹의 모습에서 동일한 규칙을 발견할 수 있는 프랙탈(fractal) 구조다.

전시 제목은 ‘Industrial(산업)’이라는 글자의 비틀기다. 영어 번역기는 ‘Industreal’이라는 오타를 ‘먼지, 실시간으로’라는 절묘한 해석으로 내놨다. 산업 현장의 먼지로부터 시작된 그의 개인-개인, 개인-사회, 사회-사회 간의 관계 탐구는 그 모든 현상이 개인의 시점으로 정의되는 것이 무의미함을 보여준다.

그는 “저 사람, 집, 가게 등이 제발 없어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대해 “나 또한 먼지 유발자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해 봤으면 한다”고 전한다. 사실 전우주적 시점에서 인간은 먼지 같은 존재이기도 하니까.

전시의 마지막 날인 26일에는 7시부터 전시장 안에 설치된 모든 먼지를 청소기로 빨아들이는 작가의 퍼포먼스가 있다.

▲설치된 먼지 점의 세부 이미지. (사진=스톤킴)


관련태그
CNB  씨앤비  시앤비  CNB뉴스  씨앤비뉴스

배너
배너
배너

많이 읽은 기사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