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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수문화, 현실의 고통과 적극적 연민 담긴 김경호의 ‘대양감정’전 열어

9월 7일~10월 7일 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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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502호 윤하나⁄ 2016.09.13 14:03:29

▲김경호의 '대양감정'전 포스터. (사진 = 산수문화)

 

김경호 개인전 대양감정(大洋感情, Oceanic Affection)’이 서울 신림동에 위치한 산수문화에서 97~107일 열린다.

 

전시 제목인 대양감정은 바다를 한없이 응시할 때 느껴지는 투신 충동을 뜻한다. 김경호에게 이 대양감정은 두 가지 의미를 갖는다. 하나는 현실의 이루 말할 수 없는 고통이며, 다른 하나는 그에 대한 적극적인 연민이다

 

작가는 고향인 거제도와 주변 진주, 통영의 일상적인 풍경에서 보도연맹 학살사건의 현장, 조선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일자리를 잃은 사람들이 투신한 장소, 중공업에서 서비스와 관광산업으로 급속히 개발되는 장소들을 카메라에 담았다.


▲김경호, '지심도 미륵산'. 400 x 110cm, 파노라마 비디오(아나몰픽) 스틸 이미지. 2016. (사진 = 산수문화)

▲김경호, '지심도 미륵산'. 400 x 110cm, 파노라마 비디오(아나몰픽). 2016. (사진 = 산수문화)


와이드 스크린인 아나몰픽(Anamolphic) 영상으로 대양의 수평성을 강조한 지심도 미륵산’(비디오, 2016)에서 작가는 여행자의 시선으로 거제, 통영, 진주 인근의 풍경을 따라간다. 미륵산 정상에서 미끄러지듯 내려가는 케이블카는 산업도시에서 관광레저도시로 급속히 변화하는 하나의 상징이다. 카메라는 이 케이블카로부터 불황과 구조조정에 휘청이는 거대 조선 산업의 현장들, 바닷가의 일상적인 풍경으로 이어지고, 거제 지심도에 이른다. 지심도는 작가의 큰할아버지와 칠십여 명의 사람들이 보도연맹 사건으로 학살당한 장소이다.

   

▲김경호, '경남 고성 장구섬'. 88 x 74cm, 피그먼트 프린트. 2016. (사진 = 산수문화)

 

장구섬’(VR, 2016)은 또 다른 학살의 장소 장구섬으로 가는 뱃길을 보여준다. 뱃길을 VR로 연출해, 처형당할 것을 이미 알고 있었던 보도연맹 희생자들의 울렁증을 가늠케 한다. 보통 VR 기술이 압도적인 시각체험으로 이끌며 현실도피에 기여한다면, 김경호에게 VR은 오히려 특정한 역사적 체험을 증강시키는 환기도구다.


대형 아날로그 필름으로 촬영된 사진들은 담담하게 항만, 바다, 숲과 아파트를 담고 있다. 이 평범한 풍경은 그러나 모두, 일자리를 잃은 사람들이 투신한 장소거나 수십 명이 학살된 곳이다. 작가는 과장된 음악과 극적인 내레이션으로 관객을 설득하는 대신,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것 같은 잔잔한 풍경 속에서 문득 돌아오는 현실과 역사의 상처를 무심하고 불편하게우리 앞에 제시한다.


▲김경호, '거제 대우조선소'. 88 x 74cm, 피그먼트 프린트. 2016. (사진 = 산수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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