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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人 - 권용주 ‘석부작(石附作)] 대걸레 위에 난초 심은 뜻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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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503호 윤하나⁄ 2016.09.30 15:50:36

▲권용주, '석부작'. 난, 시멘트, 대걸레, 빗자루 등, 168 x 121 x 41.5 cm. 2016. (사진 = 아트 스페이스 풀)

  

권용주 작가의 개인전 석부작(石附作)’이 아트 스페이스 풀에서 지난 829일부터 문을 열었다. 지난 10여 년간 작가로서의 예술작업과 전시기술자로서의 일을 병행해온 권용주는 이번 전시에서 예술가의 노동이 아니라 일상과 현실의 노동 그리고 생존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떻게든 만들어지는 스펙터클 

전시의 제목이기도 한 작업 석부작(石附作)’은 자연을 닮은 돌에 이끼, 풍란 등의 식물을 이식하는 고풍스런 취미를 부르는 말이다. 그런데 권용주의 석부작은 진짜 돌이 아니라 삐죽삐죽 거꾸로 선 빗자루며 페인트 붓솔기 위에 시멘트 덩이가 돌처럼 굳어 있고, 그 위에 애꿎은 풍란이 뿌리를 내렸다. '용케 식물이 살아있네요?'라고 묻자 권 작가는 풍란이 뿌리내린 지 이제 겨우 두 달 됐어요. 이제부터 난이 어떻게 살아낼지가 관건이에요라고 답한다. 전시가 시작된 지 한달이 벌써 지난 시점에서 한두 대가 조금 말라 있는 것을 제외하면 의외로 풍란들은 꿋꿋하게 버티고 있다. 아니 가까스로 살아내고 있다는 말이 더 어울릴지도 모른다.

   

▲석부작 옆에 선 권용주 작가. (사진 = 윤하나 기자)

 

권용주의 석부작을 가까이에서 찍은 사진을 보면 그의 전작인 폭포와 어딘가 닮았다. 절벽 위의 풍란처럼 절경으로도 보일 것만 같은 이 몰락적인 환상성은, 버려진 가구와 작업도구 등으로 아슬아슬하게 만들었던 폭포의 그것과 유사하다. ‘우리 정상에서 만나요처럼 시멘트를 개기 위해 만든 시멘트 봉우리 위에 고인 물이 백두산 천지연을 연상시키는 것처럼. 이 일련의 작업들은 초기작 부표에서 그가 발견한 미지의 형태에서 비롯됐다. 폐지를 모으거나 집 앞에 물건을 쌓아 놓는 이들이 물건을 쌓은 모습이 마치 바다를 표류하는 부표처럼 보인 것에서 착안한 작업이다.

 

이렇게 살면서 어쩔 수 없이 해야 하니까 만들어지는 형태는 여러 작업에서 발견된다. 완성된 상태이면서도 과정을 드러내거나, 어떤 작업 과정에서 멈춘 듯한 지점을 완성의 상태로 설정하는 그의 작업방식은 결과로서의 작품이기 이전에 예술이란 행위를 지속하기 위한 작가의 고군분투를 닮았다.

 

권용주의 작업에 대한 박찬경의 글에서 탁월한 표현을 찾을 수 있었다. “‘어떻게든 하겠다는 냉소와 어떻게든 하면 안 될 것은 없다의 해학이 뒤섞인 그의 작업은 되는대로 어쨌든 할 수 없이 결국은 끝내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대충 이뤄지는 무엇의 스펙타클인 것이다.

  

▲권용주, '연경'. 싱글 채널 비디오(컬러, 사운드, 27분), 염색사, 황동, 자카드 프린트 실크, 형광등, 가변크기. 2013~2016. (사진 = 아트 스페이스 풀)


같은 일 하면 같은 곳이 아프지 않을까?


자갈밭에 끌어다 놔도 살아날 거고, 모래밭에 가서도 주춧돌을 만들어 집을 짓고 살 인간이라고….

 

검은색 실크 위에 금색 실로 직조된 이 글귀가 전시장 한쪽에 걸려 있다. 이 말은 전시장 맞은편에 설치된 영상 연경의 말미에 나온 권용주 작가 어머니의 이야기다. ‘연경(Tying)’은 방직에서 실을 묶어주는 공정으로, 작가의 어머니가 젊은 시절 일했던 방직공장에서의 작업을 말한다. 태국의 방직공장에 방문하게 된 작가는 어린 시절 어머니를 따라 드나들던 대구 방직공장의 기억을 떠올리게 되면서 작가는 이 산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이야기에 관심갖게 됐다.

 

연경은 태국 방직공장에서 일하는 늑 산돈 씨와 작가 어머니의 인터뷰 음성이 자카드 방직기가 천을 직조하는 공정 영상과 함께 교차 편집된 영상이다. “같은 일을 하면 왠지 같은 곳이 아플 것 같았어요.” 작업의 동기가 된 그만의 엉뚱한 가설에 대해 말하며 그 과정에서 작가는 산업의 흐름과 자본의 이동을 발견했다. 작가는 앞으로 유럽에서부터 일본, 한국, 중국 그리고 이제는 동남아에까지 이르는 산업의 이동을 자카드 방직기계를 통해 작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권용주, '지하봉제 무지개'. 유리, 그릇, 대야, 거울, 가변크기. 2010. (사진 = 아트 스페이스 풀)

 

그의 대표작 중 하나인 만능벽은 예술가의 노동에 대한 작업이다. 예술노동에 관한 사람들의 관심은 이내 그에게 다른 의문점을 보탰다. ‘예술가의 노동이 과연 다른 노동보다 특별하고 가치 있는 것일까?’란 의구심은 그가 일상과 현실에 발을 대고 있는 타인의 노동에 관심 갖게 한 계기가 됐다.

 

권용주의 이번 전시는 그의 전작을 한 자리에서 살펴볼 수 있는 개인전이다. 젊은 나이에 벌써 회고전을 연 것이냐는 장난스런 핀잔도 받았지만 그에게 이 전시는 지난 10년간의 작업을 다시금 재정비할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됐다. 최근 계속 오브제에 의지해 작업할 것인가?”란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진다는 작가는 앞으로의 작업에 대한 고민을 숨기지 않았다.

 

주변 동료는 그에 관해 오기와 발악이란 비평을 내렸다고 한다. 그가 지금까지 예술을 놓지 않은 강력한 동력은 오기와 발악이 맞을지 모른다. 하지만 동력이 어느 정도 충족된 현재, 그는 석부작의 풍란처럼, 이제부터가 진짜 시작이라고 말하고 있다. 모래밭과 자갈밭 위에서도 살아날 그의 에너지가 다음엔 어떤 작품에서 표출될지 자못 궁금하다. 전시는 10월 2일까지.


▲권용주, '폭포'. 방수포, 포장천막, 수중 펌프, 목재, 주워온 화분, 테이블, 고무끈, 420 x 450 x 260cm. 2011~2016. (사진 = 아트 스페이스 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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