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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원예술 시리즈 ② - 주세균] 마주보는 두 개의 '사이'를 만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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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509호 김연수⁄ 2016.11.11 16:53:50

▲주세균 작가의 세라믹 작품 '회전 도자기 군인' 연작. (사진=오제성)


현대의 예술은 여전히 일상적인 삶과의 간극을 유지하고 있는 듯하다. 뭔가 남들이 찾지 못한 새로운 개념과 형태를 발견-창조하는 것이라는 강박에 사로잡혀 있는 것 같다. 그 덕분에  ‘아름다움의 추구’라는 같은 전제를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공예와 현대미술은 그 경계를 뚜렷하게 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주로 기능성과 일상성이라는 개념으로 정의되는 공예는, 기술을 중시한다는 이유만으로 결과물에서 기능이 사라진 상태에서도 여전히 공예라는 경계 안에 남곤 한다. 

하지만, 직접 재료를 손으로 만지고 만족할만한 결과물을 낼 때까지 반복적인 생산 공정을 거쳐본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깨닫게 된다. 개인의 미감과 재능은 두 번째 문제이며 결국은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그리고 반복적이고 때로는 지루하게 느껴지는 우리의 일상과 다르지 않다는 것을. 

사이, 간극, 관계 - 중간의 그 무언가

그렇기에 공예에서의 일상성이란 생활에서 자주 발견할 수 있는 것이라서가 아니라, 평범한 삶의 시간을 물질로 치환한 결과라는 측면에서 이해되어야 할 것 같다. 현재 서울 인사동의 갤러리 밈에서 개인전 ‘우연의 인연’을 열고 있는 작가 주세균은 그런 공예의 속성을 일찍 느꼈던 듯하다. 조각을 전공하던 학부 시절 그는 도자기 공장을 찾아들어가 일을 하며, 도자기  만드는 법을 배웠다. 그는 “도자기 등 공예 분야의 특징인 일상성이 하나의 예술 개념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고, 그것을 어떻게 예술의 범위로 들여올 수 있는지에 대해 고민했다”며 자기 작업의 출발점을 설명했다.

현실적으로 예술에 비해 저평가되는 공예 분야와, 상대적으로 과평가된 듯한 현대미술의 간극에서, 작가의 고민은 꽤 깊었던 듯하다. 그의 그런 고민은 사이, 관계, 간극 등의 단어로 표현되는 개념에 대한 탐구로 이어졌다. 작가는 “‘과거부터 알고 있는 것’과 ‘현재 알게 되는 것’ 혹은 인과관계 및 상관관계가 이뤄지는 과정 즉, 사이에 관심이 많다”며, “더 정확히는 '연결하는 어떤 것'에 대한 연구와 탐구라고 할 수 있다”고 전한다. 

이번 전시 제목인 ‘우연의 인연’ 역시 정확히 풀자면, ‘우연과 인연 사이’라 할 수 있단다. 전시 공간 안쪽의 작품들이 우연이라면 입구 쪽의 작품들은 인연이라 할 수 있는데, 우연과 인연은 그것들과 짝지어 연결되는 다른 개념들로 대체돼도 상관없어 보인다. ‘원인과 결과’라든지 ‘느낀 것과 생각한 것’이라든지. 중간의 작품들은 양쪽의 두 가지 상반되는 개념의 중간 즉, 사이를 시각화하는 작업들이다. 

▲주세균, [Spin-Drawing 'Soldier'](스핀-드로잉 '군인'), 단채널 비디오, 연속재생. 2016.


군인과 국화

구체적으로 보자면, 공간의 가장 안쪽에는 원색의 조형작품 ‘회전 도자기 군인’ 연작이 좌대 위에 놓여 있다. 조형물의 형태는 벽에 설치된 영상 작품 [Spin-Drawing ‘Soldier’](스핀 드로잉 ‘군인’)에서 비롯됐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속도 동력 장치 위에 놓인 총을 든 군인 형상의 피규어는 빙글빙글 돌다가 속도가 점차 빨라질수록 자세한 부분은 보이지 않고 외곽선만 남는 덩어리로 변한다. 주세균은 그 외곽선을 따서 물레 위에서 흙으로 재현했다. 이렇게 재현된 네 점의 회전 도자기 시리즈 중 두 점은 속이 빈 화분 형태로 국화꽃이 채워진다. 군인으로 상징되는 전쟁의 이미지는 반전 혹은 추모의 상징이기도 한 꽃, 국화와 함께 전시 공간 안에서 작가의 행위에 의해 결합된다.

아름다움이 형식화 되는 과정

입구에 설치된 ‘하나를 위한 3가지 이유’ 시리즈는 영상설치와, 평면 작업, 오브제 작업으로 각각 표현 방식이 다른 작품들이지만, 결국 하나의 이야기를 하고 있다. 영상은 특정 방식의 꽃꽂이를 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호가스’ 혹은 ‘S자 꽃꽂이’라고 불리는 이 방식은 영국 로코코 시대의 풍자화가 윌리엄 호가스의 유려한 S자 서명에서 비롯됐다고 전해진다. 하지만 현재는 어느 누구도 그런 방식이 왜 호가스라 불리는지, 왜 그런 방식이 아름답다고 믿게 됐는지에 대해 묻지 않는다. 

영상 속 꽃꽂이 하는 사람의 배경에는 한국의 70~80년대 다방을 떠올리게 하는 변질된 윌리엄 모리스의 식물 패턴 같은 벽지가 있다. 그 벽지 위에 표현한 평면 작업, 그리고 전사된 꽃 패턴이 있는 싸구려 공장 접시들은 아름다움을 표현하기 위한 형식이 내용보다 밖으로 나오며 공고하게 되는 과정과 그 과정에서 매력을 잃은 형식적인 아름다움이 일상 속에서 표면적으로 받아들여지는 과정을 객관적으로 제시한다.

▲주세균, '하나를 위한 3가지 이유 #3(Hogarth)'. 단채널 비디오. 5분 53초. 2016.


▲주세균, '하나를 위한 3가지 이유 #1'. 세라믹. 26 x 40 x 4 cm, 18 x 18 x 4 cm. 2016. (사진=오제성)


“나는 비를 피하고 싶다”

안쪽의 작업을 은유와 감정, 직관적 행위 등으로 바라볼 수 있고, 바깥쪽의 작업을 관조적이고 이성적인 작업으로서 이해할 수 있다면, 공간의 중간에 위치한 작업은 작가 개인의 예술 행위가 매개로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한 고민이 묻어난 작품들이라고 할 수 있다. 

주세균은 이번에 선보이는 작업들 이전에, 관계를 매개하는 식문화와 관련된 식기를 주제로 작업을 하기도 했다. 그 작업의 연장선이기도 한 ‘일상의 평면화’는 식탁에서 사람들을 연결하는 양념통들이 고방유리 뒤에 설치된 작품이다. 유리의 난반사로 인해 모자이크처럼 보이는 착시효과를 일으킨 양념통의 형상들은 픽셀로 구성된 평면 이미지처럼 보인다. 관계에 관한 상징을 평면화하는 과정을 통해 보이지 않는 관계를 시각 이미지로 구체화 하려는 시도다. 

▲주세균, '일상의 평면화'. 세라믹, 나무, 유리, 25.5 x 120 x 22 cm. 2016. (사진 =오제성)



마지막으로 조형작업 ‘나는 비를 피하고 싶다’는 제목 그대로 글자의 아웃라인을 그대로 두고 물리적으로 늘려서 입체화시킨 작품이다. 이번 전시에 등장한 어떤 작품보다 작가의 심정을 솔직하게 대변한 작품처럼 보인다. 작가는 “새로운 예술에 대한 갈망은 언제나 존재하고, 그것의 형식에 관한 연구에서 두 가지 개체 혹은 개념 등의 사이에서 중간 부분을 찾곤 한다. 하지만 사이를 연결하는 행위는 때로는 두려움이나 공포가 되기도 한다”며, “욕심낼수록 복잡해지는 인간관계뿐 아니라, 쏟아지는 정보들에 대한 이해와 연결 과정, 살면서 반복적으로 해야만 하는 선택과 선택 사이에서 힘들고 어려울 때가 있다”고 밝혔다.  

▲'나는 비를 피하고 싶다' 연작.(사진=오제성)


이번 전시는 주세균 작가의 다양한 표현 방식을 한 자리에 드러내 다소 복잡하고 어려워 보일 수도 있다. 작가 역시 욕심을 냈음을 감추지 않는다. 하지만 분명히 드러나는 것은 확고한 태도로 치열하게 임한 작가의 고민의 흔적만큼 완성도 있는 작품의 조형미 역시 존재한다는 것이다. 작가는 “개인적으로 많은 일들이 있었고, 많은 생각들을 되짚어 볼 수 있었던 기회”라며 “이번 전시를 분기점으로 작품의 모습이 많이 변화될 것 같다”는 말을 남겼다. 결국 하나의 지향점을 이야기하지만, 그가 표현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으로 선보이는 작품들이 가진 각각의 이야기를 느껴보길 바란다. 전시는 12월 4일까지. 

▲작품을 설명하는 주세균 작가.(사진= 오제성 프리랜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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