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북동의 예술공간 스페이스 오뉴월은 작가 홍정욱의 개인전 ‘인터:베스티지(INTER:VESTIGE)'를 연다.
홍정욱의 전시장은 공간에 대한 충분한 고려와 함께 표현된 입체 설치 작업을 선보이는 것 같다. 하지만, 입체적인 표현을 하는 작가들이 공간과 결과물이 양(덩어리)적인 감각의 표현으로부터 출발한다고 하면, 홍정욱의 작업은 점, 선, 면으로 구성된 평면의 세계로부터 출발한다.
이런 차이점은 단순히 회화와 입체 작업이 가진 차이점 혹은 각각의 특징일 뿐만 아니라, 작업 결과물을 감상하는 관객의 감상 방법 혹은 인지 방식의 변화 또한 요구하는 것이기도 하다. 높이가 없이 점, 선, 면으로 표현됐던 회화적 표현방식은 입체적 인지 방식을 요구하는 공간과 만나며 변형된 형태의 캔버스로 나타나거나, 질감 표현이 물리적 재료 연구의 결과로 나타나기도 한다.
이번 전시의 제목인 ‘인터:베스티지’는 두 개 이상 무엇들의 ‘사이’를 뜻하는 ‘인터(Inter-)’ 와 자취나 흔적 중에서도 부정적인 무엇가가 남긴 ‘잔재’의 뜻으로서의 ‘베스티지(Vestige)'를 합성한 것이다.
사고나 인지 방법의 유연함과 개방은 새로운 것을 발견하기 위해 언제나 필요하다. 그러나 새로운 시각과 인지-사고방식이 자리 잡기까지는 현실과의 거리감과 부유한다는 느낌이 존재할 수밖에 없는 듯하다.
이번 전시의 제목은 새로운 것의 발견 이전 꼭 필요한 새로운 사고의 과정이지만, 그 과정이 예술로서 (그것도 오랜 시간을 공들여) 표현된 결과물에 대한 자조적이고 반어적인 표현인 듯하다. 전시는 17일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