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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목작가 - 강정석] '디지털 신중세'에 게임 알아야하는 이유

두산갤러리, 강정석 ‘게임 I (GAME I)’ 12월 24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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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514호 윤하나⁄ 2016.12.16 17:37:51

▲강정석, '게임 I 스피드런 Any% PB(GAME I Speedrun Any% PB)'. HD, 27min, 스틸컷 이미지. 2016. (사진 = 두산갤러리)

 

이제는 고전의 반열에 오른 슈퍼마리오, 팩맨, 남극탐험을 조이스틱과 팩게임으로 즐기던 때가 있었다. 뿅뿅거리는 8비트(bit) 배경음악과 단순한 조작방법에 열중하던 그때, 어느 누가 포켓몬 고를 상상할 수 있었을까? 오늘날 게임의 함의는 어린이를 위한 놀이에서 벗어난 지 오래다.

 

두산갤러리는 제6회 두산연강예술상 수상작가 강정석의 개인전 게임 I(Game I)’1123~1224일 연다. 강정석은 2014년 개인전에서, 게임회사에 근무하는 친구의 출근길을 촬영한 홈 비디오” 영상 시뮬레이팅 서피스 AB'을 통해 현대인의 불안정하고 불분명한 삶을 담으며 게임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이후 2015년 영등포 인근의 신생 공간들을 연결시켜 마치 미션 수행하듯 인터넷 지도로 찾아가는 전시를 기획하는 등 게임에서 출발한 개념 '인스턴스 던전'을 통해 현실을 포착해왔다. 그런 그가 이번 전시에서 실제 현실 자체가 게임처럼 변화하고 있다고 말한다. ‘게임을 안 하는 나 같은 사람은 아무 상관없는 이야기 아냐?’라고 반문하는 당신이라면, 오히려 더욱 강정석의 이야기에 귀기울이라고 권하고 싶다. 

 

▲전시장 한가운데 허니콤보드로 만든 4개의 스크린 유닛이 서있다. (사진 = 윤하나 기자)

 

▲전시장 입구에 들어서면 바로 보이는 흰 스티로폼 박스들과 사진, 트레드밀들이 일종의 가상세계로 관람객을 진입시킨다. (사진 = 두산갤러리)


게임으로 바라본 현실

게임업계에 정리해고가 많은 이유는 기술발전 속도가 너무 빠르기 때문이라고 해요. 2시간 걸려 작업하던 일을 10분 만에 해낼 수 있는 후배가 나타난다는 얘기죠. 빠르게 변하는 세상에 게임이란 매체를 통해 인간은 과연 어떤 존재일까 고민하게 됐어요.”

 

컴퓨터가 개발된 곳에서 게임도 탄생했다. 올 한 해 가장 충격적인 뉴스 중 하나였던 인공지능 알파고가 인간을 이긴 이야기도 결코 게임과 무관하지 않다. 강정석 작가는 기술 발전이 가장 가시적으로 드러나는 곳이 바로 게임이라며, 게임의 기능을 기술의 리얼리티를 사람들에게 전달하는 것이라고 설명한다증강현실(AR)을 활용한 포켓몬고의 성공이 게임업계와 대중에게 신선한 충격을 준 사례가 떠오르는 대목이다.


강정석은 스마트폰의 대중화와 디지털 기술의 비약적인 발전에 따라 가상의 리얼리티를 추구해온 게임과 현실의 경계가 무너지는 현 시점을 짚으며, “실제 현실이 게임처럼 변하고 있다고 강조한다. 이번 전시 '게임 I'은 게임의 역사를 돌아보며 게임의 정체성을 짚어내는 영상을 통해, 현실이 반영된 게임 속 가상의 플레이어 'K.Va'가 게임을 진행한다.

 

▲강정석, '게임 I 스피드런 Any% PB(GAME I Speedrun Any% PB)'. HD, 27분, 스틸컷 이미지. 2016. (사진 = 두산갤러리)

 

'게임 I' - 스피드런으로 주파한 라는 게임의 역사

그의 전시를 보기 위해 찾은 두산갤러리에서 묘하게 기이한 인상을 받았다. 사방이 말끔한 흰 벽으로 마감된 특별할 것 없는 화이트큐브 공간인데, 공간에 놓인 몇 안 되는 사물들이 마치 게임 속 환경을 이루는 유닛처럼 보였다. 울타리처럼 구획을 그리듯이 나열된 흰색 스티로폼 상자와 두 개의 트레드밀 그리고 벽을 이루고 있는 4개의 허니콤포드 스크린이 마치 시뮬레이션 게임 심시티’(Sim City, 게임 사용자가 직접 환경을 조성해 서사를 만들어가는 게임)를 연상시킨다. 그리고 이렇게 가상성을 띤 공간 너머로 작가가 '게임 I'이란 가상의 게임을 스피드런(마치 레이싱게임처럼 한 게임을 최단 시간 안에 처음부터 끝까지 주파하는 개인의 최고기록)’ 방식으로 클리어하는 영상이 상영 중이었다.

 

'게임 I'은 게임 디자인 AI엔젤리나(ANGELINA)’의 패러디 ‘베젤리나(BEGELINA)’가 만든 가상의 첫 번째 게임이다. “앤젤리나(ANGELINA)라고 게임을 만드는 인공지능 엔진이 있어요. 이 인공지능의 등장을 보고 한 개인의 메타데이터를 통해 그 사람만을 위한 게임이 등장할 수 있는 시대를 생각해봤어요.” 그의 '게임 I'에는 걸 그룹 영상이나 3차원 게임 아바타, 역대 게임 잡지 모음, 작가의 어린 시절 사진 등 강정석이 1년간 인터넷에서 찾거나 직접 만들어낸 영상과 이미지가 압축돼 나타난다.

 

조작이 불가능한 영상이지만 작가는 이를 게임이라고 정의한다. “요즘의 게임은 직접 손으로 조작하는 방식에서 인터넷 게임방송을 보는 것으로 전환된 상황을 반영한 것"이라고 설명하며, 이런 관전을 통한 대리체험 방식으로 인해 과거 조이스틱으로 하던 게임의 쌍방향성이 깨져버렸다고 덧붙였다. 이렇듯 작가는 게임을 통해 발견하고 경험하는 시대의 변화를 도큐멘트(Document) 형식으로 기록하는 데 흥미를 나타낸다.

   

▲강정석, '게임 I 스피드런 Any% PB(GAME I Speedrun Any% PB)'. HD, 27분, 스틸컷 이미지. 2016. (사진 = 두산갤러리)

 

게임을 통해 강정석이 전하고자 하는 이야기는 무엇일까어느 특정 세대를 말하거나 디지털 리얼리티, 또는 요즘의 게임 문화라고 이야기할 수도 있죠. 하지만 궁극적으로는 게임이란 매체 자체를 주목하고 '영업'하고(적극적으로 알리고) 싶었어요. 저는 지금이야말로 게임에 주목해야 할 때라고 생각해요. 우리가 지금 디지털 문화가 잠식한 '신중세’ 시대에 살고 있다는 말이 있잖아요. 우리 주변은 완전한 게임이에요. 이를 설명하는 튜토리얼을 만들어 설명하기보다 이 시대에 살고 있는 나라는 사람의 시점을 통해 눈에 보이지 않는 지점을 보여주면서 느끼게 하고 싶었어요.” 중세 유럽이 기독교라는 수단으로 문화통치 시스템을 구축했다면, 21세기 현대는 디지털 문화가 시스템을 장악했다. 신중세시대란 지식이 권력의 기반으로 작동하는 한편, 우리가 손쉽게 사용하는 페이스북이나 구글의 알고리즘 원리를 알 수 없게 된 시대를 반영한다. 반지성주의의 여파로 생각하지 않고 관성적으로 살아가는 사회를 경계하는 말로도 쓰인다. 비약적인 기술의 발전에 의해 새로운 시대로 전환되는 이때, 작가는 게임을 통해 그 변화를 짐작할 수 있다고 말하는 듯하다


▲강정석, ‘무제(K.Va의 가을)’. 가변크기, 유포지에 프린트, 플레이스테이션2 8MB 메모리 카드, 사진 및 CD가 포함된 플레이스테이션2 전용 게임 케이스, 계절 공예품. 2016. (사진 = 두산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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