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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화랑가] "냉혹한 현실 고발" 전시 줄이어

'장영혜중공업'전부터 '신여성'전, 김환기 회고전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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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517호 김금영⁄ 2017.01.06 10:49:05

(CNB저널 = 김금영 기자) 2017년 정유년의 해가 떠올랐다. 자괴감이 넘쳤던 지난해를 뒤로 하고 새로 발돋움을 시작하려는 움직임이 여기저기서 눈에 띈다. 미술계도 2017년 주요 전시 일정을 발표하며 첫걸음에 나서고 있다. 특징별로 주요 전시를 살펴본다.


아트선재센터, 냉혹한 현실을 고발하다


▲장영혜중공업, '삼성의 뜻은 죽음을 말하는 것이다'. 투 채널 비디오. 2016.(사진=아트선재센터)

대대적인 리모델링 공사로 지난해 잠잠했던 아트선재센터가 올해 드디어 다시 전시장 문을 활짝 연다. 특히 이번엔 냉혹한 현실을 고발하는 실험적인 성격의 전시들이 눈에 띈다. 가장 먼저 1월을 여는 전시에서는 ‘삼성의 뜻은 죽음을 말하는 것이다’ ‘머리를 검게 물들이는 정치인들, 무엇을 감추나?’ 등의 문구가 강렬하다. 웹 아티스트 그룹인 ‘장영혜중공업’의 개인전 ‘세 개의 쉬운 비디오 자습서로 보는 삶’을 1월 6일~3월 12일 연다. 7년 만에 열리는 장영혜중공업의 개인전이기도 하다.


아트선재센터 본관 1~3층에 맞춰 비디오 설치 작업, 아트선재센터 홈페이지에서 볼 수 있는 웹 작업, 전시 리플렛 형식으로 배포되는 인쇄물 작업, 미술관 정면과 후면에 설치되는 배너 작업 등으로 전시가 꾸려진다. 현재 한국 사회의 모습을 마치 비디오 자습서와 같이 이해하기 쉽게 소개해주겠다는 취지다. 자괴감이 키워드였던 2016년에 이어 2017년의 현실을 어떤 모습으로 보여줄지 주목 받는다. 작업은 ‘가정’, ‘경제’, ‘정치’ 주제의 3개 파트로 구성된다.


▲노순택 '비상국가 #CGG0801'. 잉크젯 피그먼트 프린트, 408 x 154cm. 2016.(사진=아트선재센터)

이어 노순택 작가의 개인전 ‘제 4의 벽 - Ⅱ’가 4~7월 열린다. 2008년 ‘비상국가’라는 제목으로 독일에서 열린 전시에 바탕을 뒀다. 첫 전시는 북한과 남한의 상호관계, 특히 미국의 역할 그리고 분단국가였던 독일 이야기까지 다뤘다. 이번엔 현재 우리 사회에서 벌어지는 사건들을 따라 발전돼 온 작가의 작업을 소개한다.


‘제 4의 벽’은 과도한 조명 아래 선 무대의 배우들이 어둠 속에 앉아 있는 관객을 볼 수 없는 현상을 뜻한다. 전시의 제목이 이런 것 또한 의미심장하다. 현실을 제대로 보지 못하도록 우리의 눈을 멀게 하는 분단권력을 탐색하고, 또 무엇이 숨어있는지 함께 찾아볼 기회다.


이밖에 네덜란드 작가 멜빈 모티의 국내 첫 개인전(5월 예정), 구정아 작가 개인전(8~10월)도 예정됐다. 멜빈 모티는 한국에서의 DMZ 지역 리서치를 기반으로 한 신작을 선보일 예정이다. 구정아는 2층 전시장 전체를 형광 분홍색 바닥으로 뒤덮는 설치 작업을 통해 미술관 공간에서 새로운 공간 체험을 할 수 있도록 한다.


삼성미술관 리움, 김환기 회고전과 첫 서예전 등 한국 작가에 주력


▲김환기, '영원의 노래'. 캔버스에 유채, 162 x 130cm. 1957.(사진=삼성미술관 리움)

삼성미술관 리움은 올 한 해 한국 작가에 주력하는 모양새다. 2017년 주력하는 첫 전시로 김환기 회고전을 4~8월 선보인다. 미술의 현대화를 이끈 김환기는 현대미술사의 가장 중요한 미술가 중 한 명으로 평가받는다. 그는 우리의 전통과 자연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가졌고, 이 애정을 바탕으로 한국적 전통화와 세계화의 조화로운 융합을 추구했다.


이런 김환기의 작품 세계는 국내를 넘어 세계에서도 인정받고 있다. 지난해 서울옥션 제20회 홍콩 세일 결과 김환기의 노란색 전면 점화 ‘12-V-70#172’는 45억 원에 경매를 시작해 63억 3000만 원에 최종 낙찰되며 한국 근현대 부문 최고가를 경신했다. 김환기의 ‘무제 27-VII-72 #228’이 654억 원 낙찰가로 뒤를 이었고, 이로써 김환기의 작품이 5위까지 모두 자리를 꿰차며 경매시장에 김환기 시대를 이끌었다. 하지만 정작 김환기의 작품을 살펴볼 수 있는 전시는 드물었다. 4월 개막하는 전시는 김환기의 예술세계를 전 시기에 걸쳐 살펴보며 아쉬움을 달래줄 예정이다.


▲김정희, '예서대련 - 호고유시'. 종이에 묵서, 각 124.7 x 28.5cm. 조선 19세기. 보물 1685-2호.(사진=삼성미술관 리움)

이어 하반기에는 ‘필(弼)과 의(意): 한국 전통서예의 미(美)’(가제)전을 선보인다. 삼성미술관 리움이 마련하는 첫 서예전으로, 서예의 조형성과 그 속에 담긴 의미와 정신을 두루 살펴본다. 서예는 한국 문화에서 빼놓을 수 없는 분야다. 해외에서는 그래피티 문화로 발달된 문자 조형예술과 비교해 서예는 독자적인 특성을 가진다. 획을 긋는 사람의 호흡에 따른 미세한 떨림, 그리고 그 사람의 마음가짐을 담은 서예는 단순한 글자를 넘어서서 예술적인 의미까지 가진다. 추사 김정희가 탄생시킨 추사체는 현 시대까지 사람들의 가슴에 깊은 감명을 남긴다.


전시는 김정희의 작품을 포함해, 한국 미술문화 속 서예의 역사를 살펴본다. 또한 이를 바탕으로 한 고미술의 전통, 새롭게 해석한 근현대미술의 작품을 통해 시대를 관통해 나타나는 서예의 미를 조명한다. 전시는 9~12월 열릴 예정이다.


비주류에 눈 돌리는 국립현대미술관


▲10월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관에서는 '신여성'(가제)전이 열린다. 국립현대미술관이 소장하고 있는 나혜석 작가의 '무희'.(사진=국립현대미술관)

국립현대미술관은 올 한 해 바르토메우 마리 관장의 특색 갖추기에 주력한다.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관은 4월 ‘예술이 자유가 될 때: 이집트 초현실주의자들’전(가제, 이하 ‘이집트 초현실주의자들’전)을 선보인다.


2015년 12월 최초 외국인 관장으로 취임한 마리 관장은 그간 세간의 많은 관심과 우려 속에 1년을 보냈다. 지난해 12월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올 2월 대규모의 ‘앤디 워홀’전을 야심차게 선보일 것을 발표했으나, 일정이 불투명한 상태로 잠정 보류돼 다시금 우려를 낳았다. 이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국립현대미술관은 마리 관장이 취임 이후 주도해 마련하는 첫 전시 프로그램인 ‘이집트 초현실주의자들’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마리 관장은 앤디 워홀에 이어 리처드 해밀턴, 파블로 피카소 등 근현대 미술 거장들의 작품을 순차적으로 전시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하지만 이미 국내에서도 너무나 잘 알려진 서구 유명 작가들을 참신한 기획 없이 그저 나열하는 식이 아니냐는 비판도 있었다. 이 가운데 그나마 주목받은 기획이 ‘이집트 초현실주의자들’전이다. 그동안 소외됐던 비서구, 비주류 미술을 고찰하는 취지의 전시로, 비주류의 시각에서는 근현대 미술이 어떻게 성장했는지 살펴볼 수 있는 전시다. 이집트가 근대 독립국으로 성장한 1930년대 이후 아방가르드 예술 운동의 궤적을 살펴본다. 30여 작가가 참여해 작품 150여 점을 선보일 계획이다.


10월 덕수궁관에서 열리는 ‘신여성’(가제)전도 눈길을 끈다. 개화기와 일제강점기를 지나며 근대화가 진행되던 사회 현상을 짚는다. 그리고 이 시절 사회적 약자에서 점차 변화하기 시작한 여성상도 영화, 문화, 음악, 무용, 디자인 등에 어떻게 반영됐는지 작품을 통해 살펴본다. 김은호, 김인승, 나혜석, 이쾌대, 장우성 등의 작품 200여 점과 관련 자료가 함께 전시된다.


이어지는 단색화 열풍과 다채로운 기획전


▲국제갤러리는 단색화를 세계에 알리는 데 주력한다. 사진은 단색화가 설치된 시카고 미술관 전시실.(사진=국제갤러리)

단색화 열풍은 대형 화랑에서 이어진다. 특히 국내를 넘어 세계에 선보이려는 움직임이 강하다. 국제갤러리는 지난해 시카고 미술관에 소장품 상설전을 펼치며 단색화 작가들의 작품을 소개한 바 있는데, 이번엔 1월 영국 런던의 화이트 큐브 갤러리에 박서보의 작품을 소개한다. 이어 3월 권영우 개인전을 국내에 선보이고, 9월엔 박서보, 이우환, 하종현 등의 작품을 선보이는 ‘단색화’전을 중국 상하이의 유즈미술관에서 연다. 미술 시장의 큰손으로 떠오르고 있는 중국 컬렉터들에게도 단색화의 매력을 제대로 보여주겠다는 포부다. 갤러리현대 또한 김기린과 정상화의 전시를 뉴욕과 런던에서 각각 선보인다.


학고재갤러리는 포스트 단색화, 그리고 민중미술에 주목한다. 최근 중국에서 포스트 단색화가로 불리며 2016년 한국국제아트페어에서도 많은 관심을 받은 오세열 작가의 개인전을 2~3월 연다. 이후 시위 현장, 광주의 비극 등을 주제로 작업 세계를 펼쳐 온 손장섭(5월), 남북 분단 문제를 고찰하는 송창(8~9월)의 전시를 통해 민중미술을 살펴본다.


▲디뮤지엄은 '유스(Youth) - 청춘의 열병, 그 못 다한 이야기'전을 연다. Courtesy of Paolo Raeli.

서울시립미술관은 다채로운 기획전을 마련했다. 서소문 본관에서는 안상수 개인전(3~5월)과 UIA 건축전(9~11월)이 예정됐다. SeMA 그린은 원로작가의 작업 세계에 주목하는 자리로, 2013년 김구림, 2015년 윤석남에 이어 올해엔 안상수가 선정됐다. UIA 건축전은 ‘2017 서울세계건축대회’와 연계한 전시다. 건축 큐레이터와 시립미술관 큐레이터의 협업으로 진행된다. 북서울미술관에서는 ‘2017 타이틀매치’전이 마련됐다. 원로작가와 21세기 차세대 작가를 한자리에 초대해 소통을 모색하는 이번 전시는 김차섭과 전소정을 소개할 예정이다.


디뮤지엄은 다양한 외국 작가들의 작업을 소개한다. 2월 9일~5월 28일 ‘유스(Youth) - 청춘의 열병, 그 못 다한 이야기’전을 연다. 청춘들의 불안과 일탈을 주로 포착해 온 레리 클락, 대쉬 스노우, 라이언 맥긴리, 고샤 루브친스키 등 20여 명의 작가들이 참여해 사진, 그래픽, 영상 작품들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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