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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랑가] 묵은 "자괴 닭" 보내고 새해엔 힘찬 "복(福)닭"

‘정유년 새해를 맞다’ ‘복닥복(福)닭’전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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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517호 김금영⁄ 2017.01.04 17:40:57

(CNB저널 = 김금영 기자) 2016년과 2017년을 잇는 그 중심엔 ‘닭’이 있다. 2016년 닭은 풍자의 아이콘이었다. 어지러운 정국을 비판하는 의미에서 닭이 많이 등장했다. 지난해 열린 ‘순실뎐’ 전시에 참여한 황재형 작가는 ‘닭, 세월호 희생자(Business Oligarch)’에서 수많은 닭들이 새장 안에 갇힌 모습을 선보였다. 광화문 촛불 집회에서는 닭 풍자 조형물 전시를 비롯해 닭 인형을 때리는 퍼포먼스가 펼쳐졌고, 최순실 국정농단 게이트 사건을 풍자한 닭 게임까지 등장했다.


이렇게 닭이 2016년 비탄한 현실을 반영했다면, 2017년엔 정유년(丁酉年) 닭띠 해를 맞아 희망찬 한 해를 다짐하려는 모양새다. 닭과 관련된 전시도 다양하게 펼쳐지고 있다.


닭 모양 연적과 다리미까지…‘정유년 새해를 맞다’ 특별전


▲닭 모양 연적. 머리를 들어 하늘은 우러르는 수탉의 모습을 하고 있다. 19~20세기 작품. 국립중앙박물관과 국립민속박물관 소장.

귀여운 닭 모양의 연적(벼루에 먹 갈 때 쓸 물을 담아두는 그릇)과 닭이 살포시 위에 올라가 있는 다리미까지, 생활 용품 속에 녹아 들어가 있는 닭이 절로 눈길을 끈다. 국립민속박물관이 ‘정유년 새해를 맞다’ 특별전으로 2017년을 연다. 변상벽(卞相璧) 필(筆) ‘계도(鷄圖)’, ‘금계도(金鷄圖)’ 등 닭과 관련된 회화, 닭 모양 연적과 닭의 그림이 새겨진 그릇과 다리미 등 생활용품 50여 점이 소개된다.


전시는 닭을 멀거나 이질적이지 않은, 우리의 삶과 오랜 세월 함께 해 온 상대로 바라본다. 크게 1부 ‘서쪽을 지키다’, 2부 ‘오덕(五德)을 품다’, 3부 ‘일상을 함께하다’로 구성된다. 1부는 역사적인 관점에서 닭에 다가간다. 닭이 오랜 옛날부터 우리의 삶을 지켜주는 신적인 존재였다는 것. 서쪽을 지키는 방위신이자, 오후 5~7시를 가리키는 십이지 동물인 닭의 역할을 살펴본다. ‘십이지 신장 닭 그림’, ‘양부일구(보물 제845호)’ 등을 볼 수 있다.


▲숯을 넣는 몸통 앞부분에 닭 모양의 장식이 있다. '닭 다리미'라고도 부른다. 충현박물관 소장.

2부는 오덕을 지닌 닭을 조명한다. 닭을 숭고한 대상으로 바라본 선조의 생각을 읽을 수 있다. 조선 후기 하달홍(1809~1877)은 ‘축계설(畜鷄說)’에서 ‘한시외전(漢詩外傳)’의 고사를 인용했다. “닭은 머리에 관(볏)을 썼으니 문(文), 발톱으로 공격하니 무(武), 적을 보면 싸우니 용(勇), 먹을 것을 보면 서로 부르니 인(仁), 어김없이 때를 맞춰 우니 신(信)이라 했다.” 옛사람들이 닭을 어떻게 인식했는지는 작품을 통해서도 드러난다. 변상벽의 계도(鷄圖), 금계도(金鷄圖), 계명도(鷄鳴圖), 닭 모양 연적 등을 통해 오덕(五德)을 지닌 닭을 소개한다.


마지막으로 3부는 수젓집, 닭 다리미, 계견사호 목판(鷄犬獅虎 木版)과 닭 그림 등이 등장한다. 여러 생활용품을 통해 일상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친근한 동물로서의 닭을 소개한다. 국립민속박물관 측은 “닭 관련 자료 외에도 이번 전시에는 닭의 해에 일어난 주요 사건, 설화, 속담 등도 소개한다”며 “관람객은 전시를 통해 닭과 관련된 문화를 종합적으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전시는 국립민속박물관 기획전시실 Ⅱ에서 2월 20일까지 열린다.


닭의 명예회복에 나서는 ‘서공임 민화’전


▲서공임, '영웅의 기상 2'. 한지에 수간분채, 60 x 60cm. 2016.

‘새 날을 밝히는 새 그림: 서공임 민화’전은 2017년 닭의 명예 회복에 나선다. 한국 현대 민화 외길 인생을 걸어 온 서공임 작가가 전통 닭 그림 민화와 배겟자수(구봉침, 신계침) 등에 쓰인 각종 닭 문양을 화폭에 옮긴다.


전시는 닭을 자괴감의 아이콘이 아닌, 인간과 가장 밀접한 관계를 가진 12지 동물 중 하나로서의 개념에서 접근한다. 닭은 12지 동물 중에서 유일하게 날개가 달린 짐승으로, 땅과 하늘을 연결하는 심부름꾼을 상징하기도 했다. 또한 닭의 울음소리를 통해 동이 트고, 새벽이 왔으며 이로 인해 닭은 어둠과 함께 몰려든 귀신들을 몰아내는 영험한 동물로 여겨졌다.


▲서공임, '새날을 밝히다'. 한지에 수간분채, 50 x 70cm. 2016.

이런 닭의 의미를 담은 그림들이 민화로 많이 전승돼 왔다. 이제는 과거의 먼 풍습이 됐지만 새해가 되면 전통적으로 호랑이 그림과 닭 그림을 집안에 붙여 불행을 막고 복을 빌었다. 하지만 지금은 닭의 명예가 많이 실추됐다. 이 가운데 작가는 본래의 닭이 상징했던 의미들을 되새기고자 그림을 그렸다. ‘기쁨으로 채워져 넘쳐라’ ‘새날을 밝히다’ ‘걸음, 다시금 또 앞으로’ ‘새벽에 천천히 문 여는 소리를 들으며’ 등 작품 제목에서도 작가의 생각이 읽힌다. 그래서 그의 그림 속 닭은 위풍당당한 위상을 드러낸다. 발톱은 날카로우면서 단호하고, 가슴은 쭉 폈으며, 붉은 볏도 화려하다. 민화를 그대로 재현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강렬한 색감을 바탕으로 재해석된 작가만의 민화를 보는 매력도 있다.


롯데갤러리 측은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민화를 민화답게 잘 유지하면서도 현대적으로 재해석했다. 또한 오늘을 사는 서민들의 정서와 소망을 담은 것이 가장 큰 특징”이라며 “이번 전시가 ‘먼동이 트는 닭울음’ 만큼이나 희망찬 새해를 사람들에게 전해주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전시는 롯데갤러리 영등포점에서 1월 6일~2월 5일 열린 뒤 안양점에서 2월 8일~3월 5일 전시를 이어간다.


'복닥복(福)닭한' 2017년을 바라며


▲한상윤, '꽃닭'. 10F, 화선지에 수묵채색.

‘복닥복(福)닭’. 재미있는 전시 이름이다. 복이 한가득 복닥거리길 바라는 의미에다가 발음이 같은 ‘닭’까지 마지막에 끼워 넣었다. 장은선갤러리가 1월 14일까지 여는 이번 전시 ‘복닥福닭’엔 팝아트 작가 한상윤이 참여한다. 한 작가는 본래 황금 돼지 시리즈로 알려졌는데, 이번 전시에서는 수묵 채색의 닭 그림을 담은 신작 20여 점을 처음으로 선보인다.


닭을 주인공으로 끌어온 것은 정유년의 해를 맞아 행복이 가득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다. 꽃송이가 달콤한 향기를 전하는 배경을 바탕으로 붉은 볏을 꼿꼿이 세우고 강렬한 눈빛을 가진 닭이 등장한다. 또한 닭이 병아리를 품고 보듬는 모습을 그리며 강인한 생명력, 그리고 따스한 온기까지 표현한다.


안현정 미술평론가는 “먹의 자유로움 속에서도 근본을 지켜내려는 작가의 마음은, 새해를 다짐하는 우리 모두를 향해 있다. 행복한 닭과의 만남이 삶과 세상을 깨우는 행복한 첫울음임을 소망한다”고 밝혔다.


▲한상윤, '꽃이 휘날리고 닭새끼들도 무럭무럭'. 20F, 화선지에 수묵채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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